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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살림’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우리 스스로 하는 일을 소개할 때도 별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한살림 농산’이 제기동에서 5가지 물품으로 사회에 말을 걸기 시작한 지 25년이 지나면서 많이 성장을 하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도 생명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라는 의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과 ‘살림’의 합성어인 ‘한살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을 모아 커다란 하나의 세상을 잘 살리자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나 개인의 생명을 대하고 모시는 태도를 밖으로 확장해 나가 너의 그것과 만나고 너와 나의 작은 공동체가 또 다시 이어져 끝없이 연결되면 전체가 하나가 된다는 거지요. 작은 개인이 모여 하나가 되어 죽어가는 지구와 세상, 병들어가는 뭇 생명을 살리자는 ‘한살림’은 그 자체로 생명사상을 바탕에 두고 동시에 운동의 방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운동을 생협을 통해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한살림운동의 이념을 굳게 세우고 시대적 의미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는데 여기에서 한살림운동을 생명운동이라고 규정합니다. ‘한살림’ 이전의 시민·사회 운동과 달리 평범한 주부를 운동의 주체로 세우고 일상생활의 살림살이를 운동의 가치로 내세워 조용히, 꾸준하게 세상을 살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조합원이 조합원을 늘리고 내가 먼저 하는 이 일을 당신도 같이 해보자고 권하면서, 우리 집의 밥상을 바꾸고 이웃의 밥상도 돌아보면서, 도시에서 농사짓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지요. 지난번에 일손 돕기로 피사리를 갔던 벼는 잘 팼을지 궁금하고 꽃눈을 솎아주고 봉지를 씌웠던 배는 이번 폭우를 잘 견딜지 걱정하고 모양이 우스워도 농부의 정성을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집어 드는 일, 이 모두가 함께 농사짓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대안을 마련하느라 마음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농약범벅의 수입 밀 대신 우리 밀을 살리자는 운동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 이르렀고 세제를 대체할 비누 만들기를 공동체 모임마다 해보기도 하며 수질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마다 하느라고 바쁘기도 했지요. 그래서 ‘물살림’ 비누와 세제가 나오고 수돗물 불소화 반대운동을 통해 실시 혹은 예정이었던 지역의 예산을 전액 삭감 시키는 한편 불소를 넣지 않은 ‘한살림 치약’을 만들었고요. 또 이웃의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보살피려는 노력이 지금 여기저기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우리 아이들이 이웃과 더불어 정답고 즐겁게 살아 갈 땅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일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한살림’ 세상을 넓히는 일이지요.
우리집 밥상을 제대로 차려 농촌을 살리고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농사를 통해 온 생태계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을 늘 생각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조합원이 ‘한살림’의 주체입니다. 도시와 농촌, 사는 곳과 하는 일이 서로 달라도 심중에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온 지구의 뭇 생명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먹을거리, 입을거리, 볼거리 등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모두 생명을 모시는 사람, 생명운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바로 ‘한살림’ 사람이지요.
‘이렇게 부단히 하나, 하나의 연결고리를 이어나가 언젠가는 온 세상이 더불어 하나가 되어 이 지구상에 깃든 모든 생명들이 제 본성대로 잘 살아가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이웃과 나누는 일이 바로 ‘한살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 윤선주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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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현숙 전북 정읍 한밝음공동체 생산자


몇 해 전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교수는 우리나라 곳곳에 콩농사가 안 된다고 걱정을 했다. 주로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해충피해가 심해 콩 수확이 줄었다는 얘기였다. 그랬다. 우리도 조금씩 심는 콩에 쭉정이와 벌레가 많아 통 농사짓는 재미가 적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전국적으로 콩수확이 급감해 관행농 콩도 농협수매가가 kg당 6천원을 넘었고 그나마 곳곳에서 콩을 찾는 사람들이 다급하게 전화를 해댔다.

  양봉을 하는 우리 동네 아저씨는 평생 벌만 키워왔는데 우리가 이 동네 온 이래로 꿀로 벌이가 괜찮았다는 해를 별로 보지 못했다. 남쪽에서 벌과 함께 겨울을 보내고 아카시아를 따라 강원도까지 이동하면서 꿀을 따는데 언제부턴가 아카시아가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피다시피 해서 채밀기간이 짧아졌고, 열심히 관리를 해도 겨울이 지나고 나면 벌이 왕창 죽어 나가거나 세가 약해서 봄마다 큰돈을 들여 새로 벌을 사야만 했다. 그 무렵부터 쏟아지는 비도 한 몫을 했다. 2, 3년 전부터 나는 그분께 올해는 어때요? 라고 묻는 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벌들이 사라졌다. 해마다 봄이면 우리 집에도 여왕벌을 따라온 벌 무리가 몇 무더기씩 날아들곤 했는데 올해는 거짓말같이 벌을 볼 수가 없었다. 말벌이나 호박벌또는 벌 같지도 않는 몇 종류들이 날아다니기는 해도 토종벌과 양봉은 올 한해를 통 털어 얼마 전 딱 한 마리를 봤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벌을 데리고 전국을 누빈 이웃 아저씨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토종벌은 98% 정도가 죽었고 이는 거의 멸종으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구 곳곳의 폭우와 가뭄, 폭설, 지진, 허리케인, 폭염, 혹한 등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영화 ‘2012’를 보았고, 소설 〈더 로드The Road〉, 〈아포칼립스 2012〉와 〈대변혁〉, 마야력이 끝나는 2012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해놓은 책들을 읽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더 일어날 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과학과 종교, 환경, 기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으로 진지하게 검토한 그 모든 예측과 결과들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어슴푸레 다가오는 한 가지 진실은 결국 그 모든 열쇠를 우리 인간이 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자신과 지구의 다른 생명들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우리 자신과 지구의 모든 존재들의 운명에 대해 얼마만큼의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만큼 그것을 책임지려 하는가, 모든 존재에 마음을 열고 자신의 영혼을 얼마만큼이나 확장시키고자 노력하는가.


  우리가 이 땅에 애정이 있다면 그렇게 강과 산과 땅을 마구 파헤치고 농약과 비료를 함부로 뿌려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먹는 밥과 마시는 물의 소중함을 알고 고마워한다면 그렇게 맛에 집착하면서 온갖 첨가물을 넣을 수도, 쓰레기통에 그렇게 많은 음식물을 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 조금 더우면 에어컨을 켜야 하고 조금 추우면 난방을 해야 하는 우리가 어떻게 원전사고와 단전사고를 원망하기만 할 수 있을 것인가? 예측할 수 없는 이 재난의 시기에 우리는 삶의 근본과 마음가짐의 향방을 다시금 잘 살펴볼 수밖에. 그래서 올 가을 나의 화두는 쌀 한 톨, 물 한 방울이 온 우주임을,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가 다 사랑임을 뼈에 사무치도록느껴 보자는 것이다.     


      




글 정현숙
전북 정읍 한밝음공동체 생산자

전북 정읍에서 이범영 생산자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자립하는 삶을 꿈꾸고 실천하고 있다.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2003년도에 한살림전북을 창립했고, 2009년까지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자연건강산촌유학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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