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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살리는 이

100% 우리밀로 만들어 맛과 건강, 농업살림까지 챙깁니다

 100% 우리밀로 만들어 맛과 건강, 농업살림까지 챙깁니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이라는 말은 포르투갈어 팡(pão)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00여 년 전, 서양선교사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다는 빵을 국립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서양 사람들의 주 음식’이라고 설명돼 있다. 식생활이 변하면서 빵은 이제 우리에게도 일상적인 먹을거리가 되었다. 한살림 조합원들도 빵을 많이 찾는다. 한살림우리밀제과(이하 우리밀제과)는 한살림에 공급되는 빵의 대부분인 50여 종의 남다른 빵을매일 공급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시중에 파는 빵들과 다를 바 없지만 수입밀이 아니라 100% 우리밀이나 쌀로 만들고 엄격하게 첨가물을 절제한 특별한 빵들이다. 한살림 우리밀제과는 경기도 안성에 새로 지은 한살림 새물류센터 3, 4층으로 이전해 환경과 설비가 일신되었다.

도병하 공장장은 먼저, 우리밀제과 이전으로 1주일 동안 물품을 공급 하지 못해 조합원들께 불편을 드려 대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쾌적한 작업 환경에서 더욱 맛있고 다양한 빵을 공급하겠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빵 굽는 일을 해 온 그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큰 제과점에서 빵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개인 제과점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어느 날 ‘과연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시작했다. 빵 굽는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기, 친구의 소개로 한살림을 알게 됐다. 한살림은 사람을 도구로 여기지 않으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협동한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을 한살림에서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2001년 가을, 망설임 없이 한살림이 직접 운영하는 우리밀제과에 들어왔다. 지금도 많지 않지만 당시에는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제과점이 거의 없었다. 그도 우리밀로 빵 만드는 일이 처음이었다. 익숙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밤낮없이 노력했다. 그때만 해도 시설이 열악해 너무도 힘들었다. 초창기 우리밀제과는 한살림서울 서초매장 한 쪽에 낡은 오븐을 두고 3~4명이 빵을 구워 내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처럼 2,645㎡(800평) 공간에서 해썹(HACCP, 위해 요소 중점 관리 기준)에 준하는 시설을 갖추고 40여 명의 생산자가 빵을 굽게 되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과 헤아릴 수 없는 땀방울이 흘렀다. 물론, 한살림 조합원들의 우리밀제과 빵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살림 우리밀 빵

우리밀로 만드는 한살림 빵


우리밀제과 빵의 가장 큰 특징은 당연히 우리밀이 주원료라는 점이다. 우리밀빵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한 것도 한살림이 최초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살림우리밀제과 자체가 한살림이 멸종 직전까지 갔던 우리밀을 어렵게 되살린 뒤 꾸준한 소비를 통해 생산을 이어가게 하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우리밀은 수입밀에 비해 글루텐 함량이 낮아 찰기가 적어 반죽하기 어렵고 거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지엠오(GMO, 유전자 조작 작물) 걱정이 없고 재배하는 동안 제초제 등의 농약, 수입 운송 과정에서 부패를 막기 위해 방부제나 살충제 등을 살포할 수밖에 없는 수입밀에 비할 수 없이 안전하며,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등 온실가스를 생각하면 이 빵에 깃들어 있는 가치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지경이다. 부재료 또한 좋은 것들만 쓴다. 한살림 유정란과 천일염, 100% 우유버터, 유기농 설탕 등이 주로 사용된다. 반죽과정에서 유화제나 베이킹파우더도 넣지 않는다.

한살림 장보기 사이트에 우리밀제과 빵을 먹으면 시중 빵에 비해 소화가 잘 된다는 조합원들의 이용후기들이 올라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밀제과의 대표적인 빵으로는 잡곡식빵과 아침빵을 꼽을 수 있다. 잡곡식빵은 우리밀에 보리, 수수, 차조같은 국내산 잡곡을 섞어 영양과 고소한 맛을 높인 것이고 아침빵은 우리밀제과의 스테디셀러로 아침 식사대용으로 먹기 좋다고 도병하 공장장은 자신 있게 추천한다. 유정란과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채식하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보리식빵도 있고 밀가루 대신 쌀로 만든 쌀식빵도 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국산 팥앙금 가득한 팥찐빵도 좋겠다고 덧붙인다.

천천히 오래 씹어야 맛있다는 말은 밥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한살림우리밀제과에서 만든 빵도 그렇다. 어렵게 살린 100% 우리밀에 한살림 유정란과 천일염, 우유버터, 유기농 설탕 등이 쓰여 더욱 그렇다. 30여 년 제빵 경력에, 2001년부터 우리밀로 빵을 구운 도병하 공장장의 솜씨가 베여있음은 물론이다. 꼭 꼭 씹어 입 안 가득 고소함을 만끽하자. 우리밀을 살린다는 뿌듯함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