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마음]

겨울에 먹는 묵은 나물 한 그릇이 약


어떤 음식을 먹든 몸을 가볍게 

하는 음식이 최상의 음식이다. 

약은 멀리 있지 않다. 인공이 

덜 가미된, 담백하고 정갈하고 

정성을 들인 음식이 곧 우리 

몸을 살리는 약인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추억의 밥상이 떠오른다. 어릴 적 어머니가 차리셨던 정월 대보름 밥상. 그 밥상은 대보름달만큼이나 넉넉하고 풍성했다. 찹쌀, 콩, 수수, 팥, 기장을 넣어서 지은 오곡밥과 봄부터 가을까지 말린 묵은 나물, 집에서 기른 콩나물, 무를 채 썰어서 기름에 볶은 무나물, 귀밝이술과 부럼이라고 해서 딱딱 깨 먹는 볶은 콩,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 밥상 주위에 식구들이 둘러앉으면 어머니는 오곡밥을 식구 수대로 한 그릇씩 떠서 골고루 나눠 주셨고, 밥을 먹고 나면 아버지는 우리에게 귀밝이술을 작은 잔에 담아서 한 모금씩 마시게 했다. 그리고 이날의 오곡밥은 우리 식구만 먹는 게 아니라 이웃과 나누어 먹었고, 이웃집에서도 오곡밥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나는 지금도 정월 대보름이 돌아오면 어머니가 차려주셨던 밥상을 우리 가족에게 차려주려고 노력한다. 


대대로 전해져 온 이런 식습관은 다 까닭이 있다. 우선 오곡밥을 해서 여러 집이 나눠 먹으면 이 집 저 집에서 밥을 할 때 넣는 재료가 조금씩 달라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또 부럼을 깨 먹으며 평소에 결핍된 단백질과 지방질을 보충했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영양실조로 머리와 몸에 부스럼이 나고 얼굴에 마른버짐이 핀 애들이 많았다. 또 귀밝이술은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시게 했는데, 귀가 밝아질 뿐만 아니라 1년 동안 좋은 소식을 듣는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했다. 나물이 주는 영양소를 얻기 어려운 겨울철, 묵은 나물을 준비해 두었다가 먹었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다. 겨우내 추위로 인해 냉해진 몸에는 쓴나물 같은 것이 좋고 또 쓴맛은 심장과 비위를 튼튼하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사시사철 기름진 것과 단 것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 숱한 병을 달고 살지 않던가.


일찍이 잡초에 눈뜬 우리 가족은 겨울을 대비해 봄부터 여름까지 잡초를 뜯어말려 묵은 나물을 만들어 놓았다. 잡초에는 천연의 향기와 영양이 듬뿍 담겨있다. 먹을 수 있는 온갖 풀을 베어다 살짝 삶아서 가을볕 아래 말려놓고 풀이 그리워지는 겨울철 양식으로 삼는다. 눈을 밝게 하고 간을 치료하며 맛도 담백한 질경이, 해독작용을 하며 소화를 돕고 혈당이 높은 사람이 꾸준히 먹으면 좋은 개망초, 오메가3가 풍부하며 심혈관계 질환에 좋은 쇠비름, 고혈압과 폐 질환에 좋은 환삼덩굴, 해독 효능이 있고 대장염에도 좋은 명아주, 피를 맑게 하고 항암작용에 좋은 까마중, 단백질이 많으며 칼슘과 철분이 많고 각종 성인병에 좋은 뽕잎 등등. 나는 이런 재료로 나물을 볶아 정월 대보름 밥상에 올린다. 묵은 나물 말고도 여러 가지 잡초를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불린 쌀과 함께 방앗간에서 빼놓은 잡초 절편으로 떡국을 끓이고, 잡초를 넣어 만두도 빚어 먹는다. 잡초 나물이나 잡초 절편은 먹고 나면 소화가 잘되고 몸이 가벼워진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