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한살림 직거래 운동도 위협할 것
2012년 한살림서울 대중강좌 송기호 변호사 '한미FTA 바로알기'


                                                                                                                  한살림서울 조합원활동실 이옥순 활동가


지난 2월 6일 월요일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바로알기 강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미FTA가 체결되면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이야기를 들었고 간략한 사실들을 접하며 깜짝 깜짝 놀랐지만 자세하게 알아보기엔 내용이 어려워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대중강좌에서 송기호변호사의 도움으로 어렵고 긴 분량(전체 분량은 1천 300백여 쪽)을 쉽고 명확한 설명을 통해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지요.

분량이 많은 만큼 여러 분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주권 침해가 예상 되지만 생명의 기본인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현재 미국의 농산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업보조금이 주어지기에 국제 시장에서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유지 할 수 있답니다. 거기에 한미FTA체결로 인해 1450여 종 농산물에 부여되던 40% 안팎의 관세가 100% 철회됨으로써, 안 그래도 불리한 가격 경쟁력인데 더욱 상대가 되지 않기에 우리 농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렴하게 들어오는 미국 농산물이 언제까지나 쌀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 농업이 몰락하게 되면 경쟁자가 사라지기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이나 직거래 방식의 농산물 공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국 업자들은 자본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할 테니 이를 가만히 둘 리가 없고, 불공정 거래라고 제소(ISD)라도 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미FTA에서 약자의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한미FTA는 미국의 주법 보다 하위이지만 대한민국의 헌법 보다는 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자국 법에 의거해 한미FTA를 무시해도 되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대한민국 헌법상으로 주권국가의 기본이라 하는 사법권, 평등권, 사회권이 무너지고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거대 자본이 우리나라 공기업에 투자하여 외국자본이 최대 주주가 되고, 주주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값이 지금 보다 몇 배, 몇 십 배가 올라간다 생각하면 너무 끔찍합니다. 수자원공사 같은 공기업의 민영화, 미국도 갖추지 못했던 의료 보험의 민영화로 대기업은 부자가 될 것이지만 세금 내는 우리들은 오른 가격으로 고물가에 허덕이게 되겠지요. 한미FTA는 나와 내 가족,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일임에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국민들의 생존권과 통상 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넘겨버렸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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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밥은 먹어야 합니다.
북한어린이돕기에 모인 한살림서울의 갸륵한 뜻

황미희 한살림서울 길음매장 팀장



12월은 춥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것들이 더 필요하고 그리운 계절입니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북한어린이돕기 모금행사가 한살림서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북동지부 7개 매장에서는, 각 매장 별로 목표액을 정해놓고 일을 시작해 보자며 의욕적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떡 판매와 폐식용유로 만든 빨래비누 판매, 활동가들이 틈틈이 떠오는 환경수세미 판매는 모금행사가 있을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메뉴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많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거기다 올해는 추운 겨울에 유용한 질 좋은 수면양말을 떼다 판매해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판매를 해봤는데 조합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또한, 몇몇 매장에서는 하루 날을 잡아 활동가들이 온갖 솜씨를 부려 정성껏 만든 잡채, 김밥, 떡꼬치, 호떡, 밑반찬 등을 판매하는가 하면 어떤 매장에서는 일주일에 하루씩 날을 정해 국이며 밑반찬, 간식거리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 매장에서는 연말 장식으로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퀼트를 만들어 매달아 놓았는데 판매를 요청하는 조합원이 있어서 급하게 몇 개를 팔아 성금에 보태기도 했답니다.

날이 갈수록, 해마다 사용하는 투명모금함에 조금씩 성금이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지폐를 넣어주시는 분, 거스름돈을 넣어주시는 분, 양말을 사시고 거스름 돈 5천원을 그대로 넣는 분들까지...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바라볼 때면 음식 할 때 힘들었던 일, 수면양말을 준비하며 고생했던 일, 환경수세미 뜨면서 지루했던 일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활동가로서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들이 모아지고 따뜻한 손길로 이어지고 북녘 어디선가 배를 곯아 죽는 아이들에게 전해져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일까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동참해주시고 애써주신 조합원, 활동가 분들 모두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1년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북한어린이돕기 모금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총 모금액은 52,027,619원으로 국제빈민구호단체인 JTS를 통해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전달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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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생명학교를 마치며...

김건우 초6 한살림성남용인 류혜숙 조합원 자녀


 
올해로 중학교에 올라가는 나는 이번 겨울생명학교가 처음이자 마지막 생명학교였다. 그래서 들뜬 마음으로 겨울생명학교에 참가하게 되었다.
2박 3일 동안 떠난 겨울생명학교 기간 동안은 내가 지금껏 참가해본 모든 캠프들 중에서도 가장 행복했었던 캠프였다. 그곳에서 눈싸움, 얼음썰매 같은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편, 식품첨가물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도시에서는 체험해 볼 수 없었던 밀랍 초 만들기, 새끼 꼬아서 짚 공 만들기, 또한 모닥불에 군고구마 구워먹기 등 많은 새로운 활동들을 접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었던 것 같다.
특히 군고구마를 구워먹을 때는 안복규 생산자께서 모닥불에 생 고구마 20kg을 넣어주셔서 구워먹었는데 이때 모닥불로 불장난도 해 보는 등 평상시 해보지 못한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모닥불에 군고구마도 처음일 뿐더러 불장난도 처음인 나로서는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원래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여서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움이 적잖게 있었다. 더욱이 우리 조 조원들도 대부분이 이번 캠프에 처음 참가하는 학생들 이여서 처음에는 2박 3일 동안의 생활을 정말 걱정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금방 마음을 열어주어서 빨리 친해졌고 2박 3일 동안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생명학교를 통해 우리에게 안전한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 인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올해는 내가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중학교를 올라가는 해 이기에 이번 생명학교는 나에게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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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미가 들려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

이창흔 한살림충주제천 실무자


2011년 12월 17일, 5월부터 시작해 30회 동안 진행된 한살림충주제천 제철농산물꾸러미를 기념하여 생산자와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늘 생산자들께서 도시 조합원들을 생산지로 초청해 진행하던 기존의 어울림한마당과는 달리, 조합원들이 1년 동안 고생한 생산자에게 식사 한 번은 대접해야 한다며 도시로 초청해 가진 행사였기에 더욱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한살림충주제천의 제철농산물꾸러미는 단순히 물품만 오고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물품 속에 사람과 사람의 끈끈한 정이 깊어진 각별한 사연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부터 월 단위가 아니라 연 단위 계약을 맺고 2명의 책임생산자가 꾸러미를 기획, 생산, 수급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진행했습니다. 또,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생산자가 알뜰살뜰하게 챙길 수 있는 만큼만 조합원들과 계약한다는 점도 뜻깊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지고 소통을 하게 되니 문제점과 요구사항들이 즉각 즉각 꾸러미에 반영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 조합원이 “대파를 사먹지 않게 매주 넣어주시면 안 되나요?”란 말에 바로 그 다음 주부터 대파가 주기적으로 들어온 적도 있었고, 기후 등의 영향으로 만족할 만큼 배추를 키워내지 못해 늘 미안해하던 생산자에게 조합원의 ‘그래도 너무 맛있었다’는 말 한마디가 감동과 격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물품 공급이 어려울 때는 조합원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꾸러미 상자를 알차게 채우려고 산으로, 들로 나물을 캐러 다닌 생산자들, 그렇게 채워진 물품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감동하며 감사해하는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서로가 책임지고 함께하는 꾸러미가 되었습니다.
1년 동안 꾸러미를 구성했던 작물의 종류는 100종 이상이 됩니다. 1996년 세계식량농업기구 자료를 참고하면 세계인구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90%가 불과 30종의 작물에 의존한다는 점을 보았을 때, 꾸러미가 다양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도시의 조합원들께는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했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먹을거리가 실려 갈 때마다 작물의 요리 방법들을 편지에 적어준 생산자의 세심한 배려, 평소 먹어 보지 못한 먹을거리라도 생산자가 주는 대로 먹겠다며 불평 없이 받아준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마음이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조합원들은 꾸러미 덕분에 가족들 간의 대화가 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작물 하나하나를 알아가며 이야기하게 되고, 처음 보는 작물로 만든 새로운 요리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답니다. 토종종자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판로를 떠나 적어도 2년에 한 번 씩은 그 작물을 심어 씨앗을 받아야 하는데 꾸러미 덕에 토종종자 보존에도 숨통이 트였다는 생산자분의 말씀도 있었습니다.
점점 지역의 개성을 잃어버리고 획일화 되어가는 밥상이 이 꾸러미를 통해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있다는 점도 뜻깊은 부분입니다. 아직은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도 있고 완전하지 않지만 매년 조금씩 나아지면서 꾸러미를 통해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 밥상에 꾸리미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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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하나, 하나에서 얻은 값진 경험

-제주도 귤따기 일손돕기를 마치고-

정종경 한살림경남


 직장이 천안이라 늦은 시각에 일을 마치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평소 혼자서 차분히 이런저런 생각을 할 짬이 없으나 그나마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며 이동할 때 생각을 하곤 한다. 가족여행을 자주 가지 못해서인지 생산지 일손 돕기 체험보다는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간다는 생각이 앞서 며칠 동안 사무실을 비운다는 부담도 뒤로 한 채 기대감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새벽녘에 집에 도착해 짐을 챙기는 집사람을 도운 뒤 잠시 눈을 붙이고 아이들을 깨웠다. 12시경에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생산지를 방문하면서 체험일정이 시작되었다. 나도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귀향을 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서인지 보이는 모든 것이 남달랐다. 그리고 영농조합이라는 곳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생드르'를 방문하면서 많은 것을 다시 느끼고 배웠다. 기술과 과학이 구체적으로 적용이 된다면 유기농 재배가 한층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가 진 뒤 저녁 늦어서야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시에 있는 체험목적지에 도착 했다. 성인남자는 참가자중 혼자라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지만 같은목적으로 왔고 가족들도 함께 참여해 금세 어색함은 사라지고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이튿날 동트기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침밥을 먹고 십여 분가량 트럭을 타고 농장으로 이동했다. 시골에서 자라 벼농사와 밭농사는 경험해봤지만 귤 농장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생산자분께 귤 따는 요령을 간단히 설명 듣고 나는 귤 박스를 창고까지 나르는 일을 했다. 일 년 농사일 중 귤을 따는 수확기에만 가봤으니 재배과정은 잘 모르지만 수확 때까지 생산자님이 얼마나 고생하며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재배하셨는지 느낄 수 있었다. 몇 해 전 식구들과 주남저수지 부근에서 주말농장을 빌려 채소를 재배한 적이 있는데 이들은 정성을 쏟는 것만큼 자라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기농 과일을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일이정말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된 일임을 이번에 확연히 느꼈다. 좋은 경험이었다. 가족과 함께해서 그렇고, 다른 한살림가족들, 생산자 분들과 함께 한 것도 좋았다.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미흡했던 점이다. 내년에는 더 잘 준비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했으면 한다. 기회가 되면 생산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배일도형님 좋은 경험 많이 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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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공부모임 2011년 새싹텃밭모임을 돌아보며...
유은희 한살림천안아산 활동가


자주공부모임 ‘새싹텃밭모임’은 한살림천안아산의 향남지역 조합원, 활동가가 함께 한살림 생산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까운 먹을거리를 실천해 보고자 모인 텃밭모임입니다. 활동가와 일반 조합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새싹텃밭모임은 올해 60평의 땅을 구해 각자 5평의 텃밭을 분양받고 공동텃밭 10평을 함께 가꾸기로 하며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첫 모임에는 모임지기세우기, 역할분담하기, 텃밭규칙-3무의 원칙 세우기. 즉, 비닐멀칭, 화학비료, 제초제 및 농약 없이 텃밭을 꾸리기로 약속했습니다.
 각자의 생활이 있고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야하는 일이었기에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유기농업이라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자발적인 모임이었기에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두 번째 모임부터는 각자의 고랑을 만들고, 유정란 생산지에서 우리가 직접 얻어온 계분을 뿌리며 감자심기를 시작으로 고추, 토마토, 오이, 가지 등 다양한 작물을 심고 가꾸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텃밭이기에 이래저래 시행 착오도 겪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고생도 했지만 한창 채소가 많이 나오는 여름에는 온 가족이 함께 텃밭에 둘러앉아 상추, 고추 등 갖은 채소와 함께 신나는 삼겹살 파티도 열며 즐겁게 모임을 꾸려갔습니다. 
 

그리고 주중에 시간을 낼 수 있는 분들은 가족과 함께 나와 텃밭을 신경쓰기도 했고 자신의 밭을 다 돌보고 나면 미처 나오지 못한 분의 밭을 돌봐주기도 하는 따뜻한 마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의 밭을 돌보며 수확한 작물을 매장에 맡겨 전달하기까지도 했는데요, 이런 모습들에서 소박하지만 서로를 생각해주는 포근한 지역공동체를 꿈꿔 볼 수 있었습니다.
 텃밭에 대한 경험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했지만 함께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내년에는 더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수줍은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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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보니 키우는 이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공명진 한살림고양파주 조합원/
웃음소리 소모임원

* ‘웃음소리’는 한살림고양파주 파주지역 조합원들이 아이가 자연과 더불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조직한 육아 소모임입니다.

4월 한살림고양파주 소식지에서 파주 천지보은공동체 김상기 생산자께서 배나무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보고 육아모임인 ‘웃음소리’에서는 5가구가 모여 배나무 한 그루를 분양 받았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배가 많이 열리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우리들만의 배나무가 생긴다는 것과 민통선 안으로 함께 소풍을 갈 수 있는 즐거움이 생긴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첫 번째 모임날. 임진강역에 모여 인원을 점검하고 민통선 안에 있는 배나무밭을 향해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웃음소리’ 배나무가 생긴다고 하자, 모두들 수다쟁이가 되어 차 안에서 들썩들썩 거리며 벌써 신이 났습니다. 배나무를 한 그루 정하고 나서 아이들은 준비해간 크레파스로 ‘웃음소리’라고 팻말도 달고, 생산자께서 준비해주신 맛있는 떡도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두 번째 모임날. 배봉지를 씌우러 다시 찾았을 때 배나무에는 참으로 신기하게도 귀엽고 예쁘게 생긴 배가 올망졸망 달려있었습니다. 잦은 비로 일정이 연기가 된데다 작년에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지를 씌우면 벌레도 안 먹고 새들의 공격도 막을 뿐 아니라,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배 색깔까지 좋아진다고 하니 아빠들이 나서서 열심히 씌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도 아빠들에게 봉지를 열심히 건네며 한몫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힘 조절이 잘 안 되어 떨어지는 배가 생길 때는 아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잘 씌울 수 있었습니다. 배밭 입구 쪽에는 마침 오디 열매가 많이 열려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손과 입이 시커멓게 되도록 열심히 따먹었는데 아이들은 집에 돌아올 때도 언제 또 오디열매를 먹을 수 있냐며 내년에도 맛보게 되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를 수확하러 간 날. 어느 새 배는 무럭무럭 자라 홀쭉했던 배봉지가 터질듯이 부풀어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정해놓은 배나무로 가보니 팻말이 땅에 떨어져 있었고, 올 여름 잦은 비와 태풍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팻말을 다시 세우고 잘 익은 배를 따자마자 껍질을 깎을 새
도 없이 아이들이 달려들어 껍질째 먹어 보고 너무 맛있다며 한 개씩 들고 베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올 여름에는 비는 많이 내렸지만 수확하기 몇 주 전부터 날씨가 계속 좋아서 배가 맛있을 거라던 생산자님 말씀을 아마 그날 배를 함께 수확했던 사람들은 모두 공감했을 겁니다. 정말 물기 많고 달고 빛깔도 고왔습니다. 모두 모여 생산자께서 준비해주신 막걸리와 따끈한 감자, 김치를 먹으면서 뒷풀이를 했습니다. 김상기 생산자님이 올해 유기농 인증도 받아 그것도 함께 축하했습니다. 사실 올해도 날씨가 좋지 않아 배 수확량이 예년의 20% 정도밖에 안돼 많이 힘들었을 텐데 맛난 배를 맛보게 해주셔서 더욱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도 ‘웃음소리’ 아이들과 함께 배나무 키우며 고운 추억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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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영화 한살림경남 조합원


시어머니도 친정엄마도 “어머니, 이거 참 맛있어요. 어떻게 해요?” 하면 “그거, 그냥 하면 된다. 싱거우면 소금치고, 짜면 물 부면 된다.”, “나 들면 다 한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으로 저를 격려해준다. 지난 9월 1일부터 22일까지 한살림경남에서 진행한 ‘김애자 생산자와 함께 하는 1기 전통발효음식교실’에 참여한 나는 나만의 장독을 만들 수 있을까?

 

“내는 성질이 뭐 같아서 미신도 안 믿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하지 말라는 것은 장에 다해봤어요. 근데, 어른들 말대로 안 되더라니까.” 하셨다. 지리산 한방골 오덕원 대표이자 전통음식연구가인 김애자 생산자는 전통발효음식교실을 위해 장독 속 메주자루를 그대로 들고 왔다. 광목자루 속에서는 메주가 된장이 되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손으로 막 문대지 말고, 요래 요래 살살 쪼개야 합니다.” 된장을 쪼개다 보니, 웬 처녀머리카락같은 실들이 기다랗다 나왔다. “여~보세요, 이게 바로 균입니다. 이거 냄새 맡아보세요. 여기서 된장의 좋은 냄새가 납니다.” 미생물 발효 효소의 이해가 없는 우리는 신기하기만 했다. 어느 참가자의 친정엄마는 “정말, 그게 좋은 거라고? 나는 상했다고 더러버졌다고 다 내삐는데... 그게 맞는 기라. 아이고~!” 하셨단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정전사태가 있었다. 제일 먼저 냉장고가 걱정이었다. 발효를 모르고 살기 때문에 전기가 없으면 당장에 먹을 게 없다. 그런데 미생물과 발효는 사계절 우리의 밥상을 오르내려야 되는 살아있는 음식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장류는 일 년에 딱 한번, 6월~8월에 발효가 된단다. 그래서 예부터 어머니들은 일 년 내내 식구들 먹거리 챙기느라 그토록 바쁘셨나 보다. 햇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그고, 조선간장으로 젓갈 만들고, 고추장 만들고, 김치 담고, 조청, 장아찌로 만들고 있는 우리의 모든 먹거리는 발효의 산물이었다.

 

오늘아침 우리집 밥상을 본다. 발효미생물이 있는 반찬을 찾아볼라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래갖고 무슨 애미라고... 얼굴에 십만 원 짜리 선크림 바르지 말고, 보이지 않는 오장육부에 내장에 돈을 써야 합니다. 제발 스스로 만들어 먹으라고 내가 이렇게 강의하는 거예요. 해보고 안되면, 전화해도 되고 찾아와도 되요. 밤에도, 낮에도 물어보면 다 가르쳐줄테니 꼭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마음이 바빠요.”라는 말에 더욱 가슴이 저렸다. 돈이 암만 많아도 살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다. 겉포장만, 냄새만 된장이지 죽어있는 된장은 음식이 아닌 것이다. 살아있는 장들을 만들며, 내게도 용기가 생긴다. 내년에는 균들이 사는 장독풍경을 상상한다.

 

김애자 생산자의 매실·오미자·수세미·복분자 엑기스에는 잼도 같이 있었다. 발효가 잘 되면 설탕꽃이 피어난단다. 우리는 그 발효의 달콤함을 빵에 발라먹었다. 재료 각자의 수분상태에 따라 설탕의 필요량이 다른 것도 처음 알았고 법제과정도 배웠다. 모두들 그 건강한 맛을 경험하면서 이번부터는 진짜 엑기스를 담아 설탕꽃을 피우기로 했다. 만들며 맛보며, 내 입맛은 어린 날의 엄마를 찾는 듯 했다. 선생님의 짠맛은 엄마의 젖가슴같이 푸근했다. 선생님의 단맛은 엄마의 웃음처럼 부드러웠다. 선생님의 매운맛은 엄마의 따뜻한 손이었다. 이 모든 게 발효의 생명력일 것이다. ‘이 세상 모든 맛의 가짓수는 어머니 수와 같다.’라고 했던가. 김애자 생산자의 이야기와 손끝의 분주함은 세상 모든 엄마들이 자신들만의 장맛을 찾아가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손짓이었고, 이에 따르는 발효강의 수강자들이 실천을 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는 우리들을 위해 정성스런 점심밥상이 고스란히 차려졌다. 더운 여름날의 김치는 보송보송했고, 물김치는 갈증을 씻어주었다. 쌈장만으로도 진수성찬을 먹은 듯 즐거웠다. 물 한 방울, 소금 한 톨 들어가지 않은 고추장으로 만든 떡볶이가 우리를 여고시절 수다쟁이로 변신시켜 주었다. 식혜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단맛으로 그 진짜 맛을 보여 주었다. 음식으로 병을 다스려야 한다는 옛 말 그대로 보약 같은 밥상을 마주하였다. “남편들 사랑하고 좋은 음식으로 아침밥 잘 챙겨주고,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만들어 가라”는 김애자 생산자의 말 속에서 친정엄마의 숨결을 느꼈다. “김애자 생산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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