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창]

지속가능한 우리 농업과 친환경 농지 보전을 위한

농지살림운동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은 약 3.3a( 100)로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좁다. 그런데도 농지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2006 180ha였던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2015 1679000ha로 줄어들었다. 10년 만에 여의도 면적의 약 420배에 가까운 농지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10ha 수준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거나 완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0ha면 전국 농업진흥지역의 10%, 경기도내 논 전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우리나라는 곡물 해외 의존도가 76%에 달하는 나라다. 농지 잠식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번 잠식된 농지가 다시 회복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농지는 식량생산 외에도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우렁각시처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홍수 조절, 지하수 공급, 대기 정화, 토양유실 방지, 기후 조절, 자연경관 유지, 휴식공간 제공, 자연생태계 균형 유지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농지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국가에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농민과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농지를 공유화하는 ‘농지 지키기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이유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첫째, 건강한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보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농지의 영양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농지 대다수가 질소와 질산염에 절어 있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농지에 대한 화학적 학대와 파괴를 중단하는 활동으로 풀어가야 한다.

둘째, 농지복지를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농지를 소중히 다루고 건강하게 가꾸는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지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친환경 농지기반을 유지·보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셋째, 농지를 영속적으로 공유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구름, 공기나 물을 사고팔거나 개인이 가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농지도 공유재로 봐야 한다. 농지지키기 운동은 농지가 비농업용으로 전용되거나 외지인 소유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한편, 농지에서 농업활동이 영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넷째,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생산자가 참여하는 농지출연 운동과 소비자가 참여하는 농지 한 평 사기 운동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생산자·소비자의 공동 참여와 법적 농지 취득이 가능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사회적으로 농지의 공공적 가치를 일깨우고, 가속화되는 농지 잠식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랜 세월 힘겹게 가꿔온 생태적 농지자원이 훼손·오염되거나 유휴지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 농지의 농업적 이용가치와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증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젊은 농업취업자나 귀농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농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살림은 농지를 공유화해서 영구 보전하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농지살림운동’에 나서려고 한다. 이 운동이 한살림 가족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한살림의 경계를 넘어 국민농업운동으로 발전·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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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창]

GM작물 시험포에도

봄은 오는가

이세우 들녘교회 목사

 

봄내음이 진동하고 있다. 동네 안팎에는 트랙터 소리도 요란하다. 문밖으로 나서자 거름냄새가 가득 밀려오는데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고약하다. 농촌과 떼어놓을 수 없는 생명의 냄새이지만 이번엔 아마도 발효가 덜 된 거름을 냈나보다. 봄을 맞아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농부들. 이들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최근 큰 시름덩이가 하나 더 얹혀졌다.

호남평야가 시작되는 전북 완주군 이서면 정농마을. 우리 마을은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근처에 혁신도시가 들어온다고 했고 주변에는 곧바로 ‘떳다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은 금세 어수선해졌다. 땅값이 들썩이면서 농민들도 들떠갔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 주변이 개발되는 것에 반대목소리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곳에서 계속 농사를 짓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던 건 이전하는 기관들이 농업관련 시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농업의 대표적인 기관인 농업진흥청이 옮겨 온다는 것에 큰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한때 정부가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농진청을 없애려고 했을 때, ‘뭔 소리냐’ 외치며 우리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농민들이 나서 결국 다시 살려냈던 곳이 농진청이다. 그 애정어린 기관이 우리지역에 온다고 하니 친근감도 발동하고 해서 대체적으로 환영하게 되었다. 농진청과 함께 농사도 짓고 더불어서 농가소득 뿐만이 아니라 농업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헌데 이게 웬 말인가. 다른 곳도 아닌 그 농진청에서 GMO를 연구하고 재배해서 널리널리 보급하겠다고 공표를 했다. 그것도 쌀을, 게다가 우리 마을에서.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오보이겠지, 설마”하며 사실관계를 몇 번이고 확인 해봐도 대답은 같다. 정말이란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순박하고 조용했던 농민들이었지만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등에 칼을 꽂았다”며 국가기관이 농민들에게 가한 테러라고 입을 모아 격한 감정들을 토해내고 있다.

농진청은 이미 관계시설과 단지를 모두 조성해 놓고 올 봄부터 재배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젠 더 이상 숨길 것 없이 내놓고 하겠단다. 그러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은 GM벼는 재배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 말을 믿으란다.

요즘 농진청은 주변에 있는 이장단과 몇몇 호의적인 주민들을 만나 아무 문제없다고, 안전하니 걱정들 하지 말라고 하면서 주민들끼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핵발전소 설치 시 주변 주민들에게 하던 그 말, 그 행동 그대로 하고 있다.

이제 봄이 왔다. 각종 기반시설을 다 마친 시범포에서는 곧 농사가 시작될 것이다. 농사라 이름 붙일 수 없는 GMO 농사를 말이다. 초장에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농업도시로서 농지와 농산물 생산이 많은 이곳에서 생산된 GM작물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를 비롯하여 GMO 시범포 인근 마을주민들은 급하게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촌로들이 대부분이다.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 당장은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니까 우리들은 그렇다고 치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몸이 으스스한 것은 꽃샘추위만은 아닌 것 같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