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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03 한살림감 부드럽거나 혹은 단단하거나
  2. 2014.11.24 소식지 516호


한살림감 

부드럽거나 혹은 단단하거나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감 드실래요?’라는 말은, ‘알겠다’는 대답보다 ‘어떤 감?’이냐는 질문을 듣게 만든다. 사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이 달라서다. 누군가는 혹시 터질까봐 조심조심 먹었던 붉은빛의 부드러운 홍시가 생각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삭아삭 씹히는 주홍빛의 단단한 단감이 그려질 것이다.

예부터 먹어온 홍시

일본에서 온 단감

중국이 원산지인 감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사랑 받아왔다. 13세기 고려 때 한의서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에 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오래전부터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조상들은 홍시를 먹어왔다. 예부터 길렀던 감은 수확하자마자 먹을 수 없는 떫은 감이었기 때문이다.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 조상들은 지혜를 발휘했다. 항아리 바닥에 짚을 깔고 감을 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떫은 감은 붉은빛을 띠게 되고 손에 힘을 주면 말캉할 정도로 부드러워진다. 떫은맛 대신 단맛이 자리 잡은 홍시가 된 것이다. 곶감 역시 떫은맛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다. 감 껍질을 깎아 처마 밑에 한 달 정도 매달아 두면 말랑말랑한 곶감이 되었다.

단감은 일본에서 재배해오던 감이다.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심어졌다. 우리나라의 단감 재배 역사는 100여 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지만 지금은 떫은 감보다 단감을 많이 재배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단감 생산량은 세계 1위이다(『농업전망 2011』 참고). 단감은 수확할 때 떫은맛이 없어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보통 껍질을 깎아 먹지만, 한살림 단감은 친환경으로 재배해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어도 괜찮다. 껍질에는 비타민C가 많아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카바이드 걱정 없는 한살림 감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감 농사에는 고욤나무가 따라온다. 실한 감을 얻기 위해 고욤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이기 때문이다. 밑동을 잘라낸 고욤나무에 홈을 내고 감나무 가지를 꽂아 기르는데, 접합수술 같은 이 과정을 견뎌야 온전한 감나무가 된다.

감나무는 6~7년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좋은 감을 얻기 위해 한살림 농부는 거름을 주고 가지와 열매를 솎아낸다. 언뜻 보면 일반 감농사와 다를 바 없지만 한살림 감은 땅과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나무 주변에 풀을 길러 나무와 풀이 공생하는 초생재배를 한다. 곳곳에 뿌리 내린 풀은 땅의 침식을 막아주고 베어낸 풀은 거름이 되어 땅심을 길러준다. 풀이 감나무를 뒤덮지 않도록 산비탈에 있는 과수원을 오르내리며 주기적으로 예초기 돌리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땅과 사람을 살리는 농법이기에 한살림 생산자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감이 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낙과방지제도 뿌리지 않으며 감의 인위적 숙성을 위해 쓰이는 카바이드 등의 화학약품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부지런히 땀 흘려도 속상할 때가 많다. 독한 약을 사용하지 못하니 감꼭지애벌레 피해가 잦고, 2012년 감 농사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볼라벤 같은 태풍이 닥치면 떨어지는 감을 속수무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 행동을 지양하고, 정직한 땀으로 짓는 한살림 감농사. “최선을 다 하지만 감 농사가 잘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 말한 어느 한살림 생산자의 말이 정답일 것이다.



변비? 숙취해소?

아리송한 감이야기

감의 떫은맛은 감 성분 중 하나인 타닌(Tannin)에 의한 것이다. 타닌은 감이 떫거나 떫지 않을 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감이 떫을 때 타닌은 수용성으로 사람이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게 난다. 또한, 수렴작용을 해 장의 수분을 빼앗아 변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감이 떫지 않을 때는 타닌이 불용성으로 변해 사람들이 먹었을 때 떫은맛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떫지 않은 감을 먹을 땐 변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감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C와 과당 등은 먹는 이의 기운을 나게 할 뿐만 아니라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두 성분은 숙취의 원인인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분해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철학공부요? 에이, 감농사만 30년 넘게 지었지요.”

라상채 전남 담양 대숲공동체 생산자

감 수확은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감에 물기가 있으면 보관할 때 상하기 쉽다. 바쁘더라도 햇볕에 새벽이슬이 완전히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계절의 나침반은 겨울을 가리켜 해는 짧아졌다. 감꼭지를 쉽게 자르도록 끝이 살짝 구부러진 가위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숙련된 농부가 오후 동안 따는 감이 400kg. 쉬어가는 참 시간은 말 그대로 꿀맛이다. “20대에는 촌놈, 30대에는 자연인, 40대에는 토종 농사꾼이라 했는데 50이 넘어서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게 되네요.” 쉼 없이 손을 놀리는 와중에 나온 말이지만 라상채 생산자는 본인의 삶에 대해 분명히 정의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 확고히 섰고….’가 떠오른다. “한살림을 만나기 전부터 사람과 자연, 온 우주가 한 몸이라 생각했어요. 생산자와 소비자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여겼고요.” 술술 나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는 영락없는 철학자 농부였다. “철학공부요? 에이, 감농사만 30년 넘게 지었지요.” 뿐만 아니라 그는 전라남도에서 선정한 ‘유기농 명인’ 1호이기도 하다. 한 번 맛보라며 그가 잘 익은 감을 건넨다. 감 하나에 깃든 달콤한 온 우주를 상상해본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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