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태 한살림연합 사업지원부문 상무

 

요즘 유기농업(친환경농업) 진영은 학교급식 문제와 모 방송국에서 제작하고 있다는 프로그램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다. 서울교육청에서는 학교급식과 관련하여 학부모를 대상으로 농약 좀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요지의 강연을 자주 연다고 한다. 값비싼 유기농산물을 대신해서 적절하게 관리된 농산물을 먹는 것이 낫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모 방송국에서는 한국에는 진정한 유기농업은 없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유기농업 생산현장을 이 잡듯이 뒤지면서 꼬투리 잡기에 나섰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유기농업 육성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폄하하기까지 하면서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농산물우수관리)를 내세우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GAP는 말 그대로 농산물 생산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기농산물과 GAP농산물은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유기농산물과 GAP농산물은 종자 사용에서부터 제초제와 화학비료, 농약, 수확 후 관리방식에 이르기까지 관리체계가 다르다.

 첫째, 유기농산물 인증체계는 농사짓는 사람과 작물이 자라는 땅에 대한 관리를 전제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살펴본다. 예방적 조처를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GAP농산물은 철저하게 결과를 중심에 둔다는 점이 다르다. 국가가 정해놓은 위해요소, 대표적으로 잔류농약 등에 대해 기준치를 통과한 것인지 사후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둘째, 유기농산물은 GMO종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제초제와 화학합성농약, 화학비료의 사용을 철저하게 금지한다. 하지만 GAP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은 물론이고 제초제 사용마저 허용하고 있다. GMO종자 사용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어차피 적절한 사용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유기농산물은 외부자원의 투입을 최소화한, 생태순환적이고 환경친환경적인 농사방식인데 반해 GAP농산물은 이런 가치를 우선하지 않는다. 가족농, 소농의 가치를 우선하는 유기농산물과는 달리 GAP농산물은 위생이라는 미명하에 대규모시설에 대한 의존성이 있다. 한마디로 기업농에 적합한 관리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GAP가 가공식품에 적용하는 해썹(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 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 ) 과 유사한 농산물관리기준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유기농업과 GAP는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태생부터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혹 안전성 기준을 동일하게 통과했다 해도 땅과 작물을 대하는 태도와 농사방식부터가 차이가 크다. GAP농산물은 유기농산물과 비교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관행농산물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관행농산물도 잔류농약 기준치 이하일 때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 GAP농산물이라고 줄을 세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량의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관행농업의 폐해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극복하자는 점에서 GAP제도는 진일보한 제도일 수 있으나 유기농업을 대체할 수는 없다. 유기농업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저변을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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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에서 자란 봄 향기, 춘곤증 물렀거라


·사진 문재형 편집부



입춘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봄을 알리는 한살림 냉이도 공급되고 있다. 작년에는 2월부터 4월까지 불과 두 달 동안 공급되었지만 올해는 조합원들에게 냉이 먹는 기쁨을 오랫동안 주기 위해 생산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추위에 강한 냉이의 성질에 비교적 포근했던 겨울 날씨도 일찍부터 냉이를 공급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따라서 겨울 초입인 201312월부터 20142월 초순까지 전남 영광과 전북 부안에서 가을 겨울에 키운 노지 냉이가 공급되었고 봄이 시작되는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겨우내 키운 전북 부안의 노지 냉이와 강원도 홍천에서 키운 하우스 냉이가 함께 공급된다.

 1, 200g 단위로 포장된 냉이의 올 한 해 공급 예상량이 78천 봉 정도인 것을 보면 한살림 조합원들도 냉이를 무척 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긋한 봄의 전령 냉이가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냉이가 환영받는 이유는 또 있다. 봄과 함께 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냉이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B1 C는 피로 해소에 특효여서 춘곤증을 금세 떨쳐버리 게 해준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아 특히, 춘곤증이 곤욕스런 현대인들에게 냉이는 반가운 나물인 셈이다.

 

찬바람 맞으며 깊숙이 뿌리내린 냉이를 일일이 캐내는 정성


이맘 때 공급되는 냉이는, 김경진 김종천 강원도 홍천연합회 서석공동체 생산자 부부가 비닐 하우스에서 기른 것들이다. 홍천은 겨울이 매섭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하우스가 불가피하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무렵에 맞춰 냉이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농사 준비가 시작된다.

 4월 말, 냉이 농사가 끝날 즈음 냉이는 번식을 위해 꽃대를 올리고 씨를 맺는다. 이 중에서 좋은 씨들을 골라 갈무리 한다. 시중에서는 종묘상에서 씨를 사 심는 경우가 많지만 두 생산자는 5년 째 씨를 받아 다시 심고 있다. 번거롭더라도 농사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하기 위함이다. 가을이 한창인 9월 말이 되면 하우스 가운데로 길게 길을 낸다. 길 양쪽으로 폭이 1m 넘는 두둑을 만든 뒤, 고운 흙에 냉이 씨를 섞어 흩어 뿌린다. 3일 정도 물을 흠뻑 주면 따로 흙을 덮어주지 않아도 대부분 싹이 튼다고 한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2, 입춘 즈음이면 수확이 시작되다.

 어찌 보면 냉이는 참 고마운 작물이다.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는 추운 겨울을 나서다. 냉이 밭에는 잡초가 잘 나지 않고 나더라도 금방 얼어 죽어 따로 김매기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생명력이 강해 퇴비 없이 물만 줘도 되고 한 곳에 냉이가 몰려서 난 경우 간단히 솎아주기만 하면 잘 자란다.


 하지만 쉬운 농사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냉이는 수확이 힘들다. 일단 냉이를 캐기 시작하는 2월은 입춘이 지났다 하더라도 겨울 기운이 남아있다. 추위와 싸우며 하루 종일 냉이를 캐고 손질하다 보면 온 몸이 움츠려 들고 바람 든 무 마냥 기운이 없어진다. 냉이 밭에 쭈그려 앉아 땅속 깊숙이 뿌리 내린 냉이를 갈퀴 모양의 호미로 일일이 캐는 것도 어려움이다. 그나마 두 생산자의 냉이 밭은, 5년 넘게 유기농 인증을 받은 밭이라 농약을 뿌리는 일반적인 밭에 비하면 땅이 푹신해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캐낸 냉이는 겨울을 나느라 얼어 죽은 잎사귀 따위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포장할 때는 주의 깊게 흙을 털어준다. 이렇게 애써 손질하지만 냉이 뿌리에 잔털이 많아 흙을 완전히 없애기가 어렵다. 따라서 집에서 요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주는 게 좋다. 몇 년 전에는 깨끗이 씻은 세척냉이를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에 닿으면 냉이가 금방 물러져 지금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

 

 봄이 오면 산으로 들로 냉이 캐러 가는 게 예부터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시달리다 보면 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언제부턴가 냉이가 귀해졌다. 생명력 강한 냉이지만 제초제에 유독 약해서라고 두 생산자는 말한다. 그러니 4월까지 한살림에 냉이가 공급되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200g 냉이 1봉이면 집에서 산골의 봄내음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냉이의 속삭임을 들어 보자. ‘봄이 왔다.





한살림 냉이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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