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문장대의 기운을 담뿍 머금은 오미자를 찾아서
-경북 상주 문장대유기농영농조합 천기성 총무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날이 어둑어둑해지며 바람이 점점 거세게 불어온다. 오늘 저녁부터 추워져 내일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데, 올 한해도 작년 못지않은 이상기후로 고생한 한살림 생산자들을 생각하니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자연스레 매서워지는 추위가 오히려 반갑게 여겨진다.
 문장대유기농영농조합의 천기성 생산자를 만나러 가는 길. 여름 내 그치지 않았던 비로 힘없이 떨어지는 오미자를 안타깝게 바라 볼 수밖에 없었던 농부의 깊은 주름을 떠올린다.
 오미자는 한국과 중국이 원산지이며 해발 350미터에서 450미터 사이에서 자라는 덩굴성 낙엽수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강원도 충청도 지역 백두대간 기슭에 재배지역이 흩어져있다고 한다. 문장대유기농영농조합의 오미자밭도 경북 상주시 화북면, 속리산 문장대가 올려다보이는 평균 해발 350미터 산간 지대에 있다. 여름철에도 고온을 피할 수 있고 고도가 높은 지역이기에 오미자 재배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상주 토박이 농민 생산자 14명이 함께 꾸린 문장대유기농영농조합은 2008년 한살림에 건오미자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2009
년에는 문장대오미자원액, 올해 4월부터는 오미자음료를 공급하고 있다. 천기성 생산자는 2009년부터 문장대유기농영농조합에 합류해 현재 조합의 총무를 맡고 있다.
 그는 군에서 제대한 뒤 상주 화북면에서 농약가게를 운영하기도 하고 포도, 복수박 등을 관행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농약을 다루다보니 건강이 나빠졌고 심지어는 농약 봉지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방식의 농사를 지속해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지구 환경도 살리고 진절머리 나는 농약과도 멀어지는 길을 찾아 친환경 오미자를 재배하기로 해 오늘에 이르렀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미자는 요즘처럼 효소나 음료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한약재로나 사용되던 작물이었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고 자연 상태에서도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자라는 것으로 여겨졌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으로 오미자를 재배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재배기술을 배우거나 참고로 할 만한 사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버찌가는잎말이나방, 포도유리나방 애벌레 등이 끊임없이 산속에서 내려와 오미자를 파먹고 나뭇가지를 갉아 먹으며 피해를 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름 내내 비가 내리는 이상기후로 인해 흰가래병, 탄저병, 푸른곰팡이 병으로 재배를 어렵게 했다. 지금은 직접 아미노산 등을 배양한 제재를 만들어 뿌리기도 하고 토종미생물 등을 이용한 친환경제재들이 많이 나와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한여름 내내 뙤약볕 아래서 돋보기를 쓰고 일일이 꼬챙이를 들고 애벌레를 잡느라 여간 굵은 땀을 많이 흘린 게 아니라고 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고생한 보람이 있어 유기농 오미자 재배에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고 덤덤하게 얘기하는 그의 얼굴에서 우직한 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미자를 재배하고 나서도 판로가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 하다가 어쩔 수 없이 관행 재배 오미자와 같은 가격으로 넘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살림을 만난 일이 자신에게는 여간 소중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살림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생산자는 마음 놓고 유기농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도시의 조합원들도 믿을 수 있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여간  좋은 게 아니라고 했다.
 “올해만 해도 네 번인가 조합원들이 체험하러 왔는데 얼마나 생산자들 걱정을 해주시는지 몰라요. 우리보다도 더 오미자를 생각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나 다름없게 여겨져요.”
한창 오미자를 수확하느라 정신없는 시기에 조합원들이 방문하면 좀 바쁘긴 해도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금방 말이 통하고 같은 뜻으로 함께 한살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동류 의식이 생기곤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해거름 녘이 되었다. 문장대유기농영농조합 대표인 김원동 생산자도 합류해 함께 저녁밥을 먹고 오미자 원액과 음료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가보았다. 필요에 따라 공장을 지은 것이 아니라 생산자 중 한 분인 김선홍 생산자의 부지를 빌려 시설을 하다 보니 규모가 크거나 최신 설비가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건물을 짓고 시설을 설치하는 일 등 모든 과정을 생산자들이 함께해 정성어린 손길과 마음이 배여 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생산 공정은 전부 오미자를 재배하는 농민 생산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농번기라 시간이 없을 때에도 각자 자발적으로 시간을 정해 생산 공정에 참여하고 월례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생산과정을 조율하고 협의 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뙤약볕을 견디며 농사를 짓는 일도 보통 고된 일이 아닐 텐데 유기농 농사를 짓는 그 마음으로 가공생산을 위해 정성과 노력을 보태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매장이나 공급을 통해 만나는 오미자원액이 더 각별하게 여겨졌다.
 현재 생산설비 규모가 이미 포화상태이기에 이들은 새로 가공공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 마련해둔 공장부지에도 가 보았다. 오미자 원액과 음료를 생산하고 사무실 역할도 할 수 있는 제법 큰 건물이 있고 부지 한편에는 12월 말쯤 공급될 곶감이 건조되고 있었다. 오미자를 재배하고 가공하면서 곶감까지 말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분주한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 여름 내내 비가 내려서 오미자 피해도 컸지만 가을에는 또 너무 따뜻해서 곶감이 제대로 건조되지 않아 큰 걱정입니다.”
곶감을 가리키며 이야기 하는 김원동 생산자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드리운다. 그러나 이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한다. 
“저기 공장 2층에는 이부자리를 갖다 놓을 거예요. 오면서 봤겠지만 속리산 문장대도 가깝고 저 쪽에 물도 많고 참 좋아요. 여
름에 한 번 놀러오세요. 조합원들도 오시면 정말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만들 생각입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새 밤이 깊어졌다. 자고 가라는 말씀을 뒤로하고 더욱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섰다. 다행히 올 겨울은 겨울답게 오려나보다. 여름 내 쉼 없이 내리던 비 때문에 힘없이 떨어지는 오미자를 안타깝게 바라 볼 수밖에 없어 더욱 깊어진 농부들의 주름살이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살충제나 화학비료를 거부하면서 생명이 살아있는 농법을 고집하느라 그들이 겪어야 했던 수고와 처음 만나는 도시 소비자조합원들이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던 말들도 다시 떠올렸다. 백두대간 기슭에서 영글고 있는 오미자 열매와 함께 한살림의 마음과 정신이 익어가고 있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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