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KBS 파노라마에서 ‘친환경유기농업의 진실’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친환경농산물의 신뢰성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방송 제작진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적으로 친환경농업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7월 말과 8월 초에 2부작으로 방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려되는 점은, 취재과정에서 제작진이 보인 태도 등을 미루어볼 때 친환경농업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친환경농업을 폄훼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KBS 파노라마 제작진이 공개한 방송개요를 보면, 친환경농산물과 재배 토양에서 농약성분이 광범위하게 검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제작진이 확인했다는 일부 사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침소봉대하듯 일부의 몇 사례를 통해 이 땅의 친환경농업 전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가는 물론이고 이를 생산·유통하는 조직들도 KBS 파노라마의 친환경농업 흠집내기 방송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농약 치지 않은 농산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친환경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제작진이 취재 과정에서 친환경농산물이나 재배 토양에서 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면 마땅히 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온 농가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친환경농업 진영이 KBS 파노라마 측에 대해 감성적으로만 대응할 일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친환경농업을 찬찬히 되돌아보고 더욱 믿을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성찰의 계기로 삼고 다음 사항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친환경농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생산자를 폭넓게 육성해야 한다. 친환경농업의 의미와 가치보다는 단순히 정부 지원정책에 편승하는 준비 안 된 생산자들이 있다면, 친환경농업의 신뢰성을 지켜내기 어렵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생산자들을 더욱 늘려야 한다.

둘째, 친환경농업이 관행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생명이 순환하는 생태계의 원리보다 투입재의 허용 또는 금지에 따라 인증 여부를 따지고 외부 구입 농자재에 의존하는 친환경농업의 관행을 돌아보아야 한다. 신뢰보다 인증라벨만 중시하는 상태로는 수익만 좇는 생산자, 안전만 찾는 소비자가 양산될 뿐이다.

셋째, 지역에 뿌린 친환경농업 생산자들을 탄탄하게 조직하고 복합적이고 순환적인 농업시스템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 경제 효율논리가 친환경농업의 순환성·관계성·다양성·지역성을 파괴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친환경농산물 유통방식도 기업이 주도하는 상품 논리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연대 논리를 강조해야 한다.

넷째, 기준에 미달되는 친환경농자재가 유통되어서는 곤란하다. 친환경농업이 농가경제 활동으로 성립되려면 현실적으로 외부 구입 농자재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 외부 구입 농자재는 농민 생산자가 직접 통제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기준 미달 친환경농자재가 널리 유통되는 식이라면 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제조과정이 투명하고 효과도 높은 친환경농자재가 생산되고 유통되도록 관리 감시 체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가나 제3자가 주도하는 친환경농업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친환경농업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어둠 속 터널을 하염없이 지나고 있는 우리 농업 상황에서 국가나 제3자에만 의존하는 친환경농업은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생산자 스스로 생산과정을 관리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자주관리 노력을 확인하는 생산자·소비자 참여형 인증시스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국가 및 제3자 인증시스템만으로는 친환경 농산물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KBS 파노라마는 취재 과정에서 친환경농산물과 재배 토양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사실관계와 검출기준 등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령 일부 문제가 확인되었더라도 친환경농업 전체를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부풀리는 태도는 곤란하다. 공영방송답게 책임 있는 보도태도를 견지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와는 별도로 친환경농업 진영도 그동안 추구해온 효율지상주의, 인증제일주의를 돌아보고 부작용을 점검하며 성찰할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생명농업이 이 땅에 유지·확대되게 하자면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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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태 한살림연합 사업지원부문 상무

 

요즘 유기농업(친환경농업) 진영은 학교급식 문제와 모 방송국에서 제작하고 있다는 프로그램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다. 서울교육청에서는 학교급식과 관련하여 학부모를 대상으로 농약 좀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요지의 강연을 자주 연다고 한다. 값비싼 유기농산물을 대신해서 적절하게 관리된 농산물을 먹는 것이 낫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모 방송국에서는 한국에는 진정한 유기농업은 없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유기농업 생산현장을 이 잡듯이 뒤지면서 꼬투리 잡기에 나섰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유기농업 육성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폄하하기까지 하면서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농산물우수관리)를 내세우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GAP는 말 그대로 농산물 생산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기농산물과 GAP농산물은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유기농산물과 GAP농산물은 종자 사용에서부터 제초제와 화학비료, 농약, 수확 후 관리방식에 이르기까지 관리체계가 다르다.

 첫째, 유기농산물 인증체계는 농사짓는 사람과 작물이 자라는 땅에 대한 관리를 전제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살펴본다. 예방적 조처를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GAP농산물은 철저하게 결과를 중심에 둔다는 점이 다르다. 국가가 정해놓은 위해요소, 대표적으로 잔류농약 등에 대해 기준치를 통과한 것인지 사후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둘째, 유기농산물은 GMO종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제초제와 화학합성농약, 화학비료의 사용을 철저하게 금지한다. 하지만 GAP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은 물론이고 제초제 사용마저 허용하고 있다. GMO종자 사용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어차피 적절한 사용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유기농산물은 외부자원의 투입을 최소화한, 생태순환적이고 환경친환경적인 농사방식인데 반해 GAP농산물은 이런 가치를 우선하지 않는다. 가족농, 소농의 가치를 우선하는 유기농산물과는 달리 GAP농산물은 위생이라는 미명하에 대규모시설에 대한 의존성이 있다. 한마디로 기업농에 적합한 관리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GAP가 가공식품에 적용하는 해썹(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 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 ) 과 유사한 농산물관리기준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유기농업과 GAP는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태생부터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혹 안전성 기준을 동일하게 통과했다 해도 땅과 작물을 대하는 태도와 농사방식부터가 차이가 크다. GAP농산물은 유기농산물과 비교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관행농산물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관행농산물도 잔류농약 기준치 이하일 때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 GAP농산물이라고 줄을 세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량의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관행농업의 폐해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극복하자는 점에서 GAP제도는 진일보한 제도일 수 있으나 유기농업을 대체할 수는 없다. 유기농업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저변을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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