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에, 온기 한 숟가락

윤희창 권오화 괴산 칠성유기농공동체 생산자 부부

11월 11일, 또 한차례 늦가을 비가 지나갔다. 윤희창, 권오화 생산자 부부는 며칠째 검은콩 수확에 한창이다. 남편이 앞서 걸어가며 콩을 베면, 아내가 그 뒤를 따라 콩대들을 싹싹 그러모아 가지런히 쌓는다. 호흡이 척척 맞는다. 스물한 살, 스물세 살 나이에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기르면서 농사가 곧 삶이 돼버린 부부의 일상은 언제나 밭에 머물렀다. 이렇다 할 요령 없이 종일 허리 숙여 씨를 심고, 풀을 뽑고, 새를 쫓다가 알곡을 거두는 친환경 잡곡 농사는 때론 슬픔이고 때론 기쁨이었다. 부부는 어린 시절 햇찹쌀과 수수로 만든 수수부꾸미와 쌀 밑에 검은콩을 깔고 짓던 밥 한 공기의 따뜻한 기억이 생생하다. 권오화 생산자는 지난겨울에도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띄우고 손수 된장을 담갔다. 가족 모이는 새해 아침에는 손수 끓인 두부를 아들, 손주에게 먹이는 게 낙이다. 작년 이맘때 수확한 콩을 담아 수북했던 자루는 저만치 바닥을 드러냈다. 올해도, 알뜰살뜰 야무지게 농사짓고 살림했다. 한겨울 휴식을 기다린다.

글·사진 문하나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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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경력 65년,

흙속에서 감자처럼 굵어진 농심

박무열 충북 괴산 감물흙사랑공동체 생산자

올해 일흔네 살인 박무열 생산자. 농사 경력이 65년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아홉 살 때부터 감자 농사를 지었다. 오랜 세월 자연과 더불어 농사짓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명농업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제초제를 뿌리면 일시적으로 잡초가 잡히지만 이내 힘이 더욱 센 잡초가 돋아나곤 했다. 더 수확하겠다고 살충제를 치다 보면 매년 더욱 강한 약을 뿌려야 한다는 것도 저절로 깨달았다. 가능하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농사를 짓던 중, 2000년 초반 한살림을 알게 되었다. 마음 속에 그런 생각들이 자라고 있었기에 한살림이 정한대로 유기농 농사짓는 일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금 농사짓는 것처럼 여든 살까지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햇볕이 가장 뜨거운 정오 무렵 그는 아이같이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감자를 캔다. 흙에서 막 캐낸 감자가 꽃보다 아름답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굶주림을 면하게 해준 고마운 감자. 한 평생 묵묵히 땀 흘리며 흙을 일궈온 그의 몸도,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도 아름답다. 

문재형 편집부·사진 류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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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한반도에서 태어나 우리 몸과 역사가 되다

콩은 우리 민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된장, 간장, 두부, 콩나물을 빼놓고 매일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집이 얼마나 될까. 콩의 원산지는 남만주와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 일대다. 수천 종에 달하는 야생콩들로부터 우리 민족의 농경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단백질 40%, 지방 18%, 섬유질 3.5%, 당분 7%. 흔히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데서 알 수 있듯 콩에는 영양분이 가득하다. 특히 단백질이 많아 먹을 게 귀하던 과거로부터 콩은 더 할 나위 없이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되어왔다. 신석기 시대에 토기가 발명되면서 숨 쉬는 그릇 안에서 콩은 발효가 되어 메주가 되고 된장과 뚝배기는 우리 민족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한살림 콩에 담긴 갸륵한 뜻

안타깝게도 콩의 기원이 우리 땅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그 모든 가치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1920년대 말부터 원정대를 보내 무래 4,578점(이중 3,379점은 한국이 고향이다)의 종자를 수집하고 이들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가 하면 종자개량 등을 진행해 지금 세계에서 제일 콩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반면 콩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콩 자급률은 8.7%에 불과하고 매년 수입량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90% 넘는 수입콩들이 이 땅에서 소비되고 있는데 그들의 연원도 알 수 없고 근래에는 그들 대부분이 유전자조작작물(GMO)일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식용유, 두부와 콩나물을 떠올리면 우리 음식의 외형을 하고 있더라도 그 안에 90% 이상은 수입콩들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또 한편에서는, 친환경이미지를 상품화한 국내의 한 기업이 중국 만주에서 대량으로 콩을 계약 재배하며 두부와 콩나물을 팔고 있다. 국산 콩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한살림은 충북 괴산과 강원도 홍천 등 전국 23개 산지에서 우리 콩을 생산하고 있다. 재배와 수확 등 농사 자체가 어렵고 기후 조건에 따라 생산도 불안정해 생산자 농민들이 어려움이 여간 아니다. 한살림은 콩을 비롯한 잡곡류가 작황에 따라 시중의 가격변동이 큰 품목임을 감안해 한살림 생산자들이 일정한 소득을 유지하며 콩농사를 이어갈 수 있게 수매가를 조정하는 가격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땅에서 우리 밥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콩 농사가 계속 이어지도록 한살림 생산자와 조합원들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콩은 그저 단순한 하나의 작물이 아니다. 콩과 식물의 뿌리에 자라는 박테리아가 끝없이 질소성분의 양분으로 땅을 비옥하게 만다는 것처럼 오랜 세월 우리 강토와 밥상을 기름지게 지켜온 콩은 쌀과 함께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식량 자원이다. 한살림 콩을 소비하는 일은 시장의 논리를 넘어 우리 농업과 콩이 자라는 농토를 보존하는 일, 그것을 통해 우리 지금처럼 매일의 밥상에 건강한 된장찌개를 올리고 두부와 콩나물을 먹을 수 있게 하는 어찌보면 거룩하기까지 한 일에 닿아 있다.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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