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론
글 최성현 홍천 신시공동체 생산자
장일순은 강연을 할 때 질문을 많이 했다. 혼자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고 묻고 대답하는 식으로 해 나갔다.
‘지도자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으로 단체장들을 모아놓고 하는 강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청중을 향해 장일순은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분이 누굽니까?”
어머니라는 답이 나왔다.
“어머니라고 하셨는데, 왜 그분이 고맙습니까? 밥을 해주시기 때문이지요. 똥오줌을 닦아주시기 때문이지요. 청소를 해주시기 때문이지요. 어머니라고 뻐기기 때문에 고마운 게 아니라는 말씀이에요. 여러분은 각 단체의 대표입니다. 장(丈)입니다. 그러나 거기 앉아 대접받으라고 장이 아니에요. 거기서 어머니 노릇을 하라고 장입니다. 아셨어요?“
강릉 한살림(지금의 한살림 강원영동) 이사장이 된 목영주가 인사를 하러 장일순을 찾았다.
“대표 혹은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거다. 밥 주고, 옷 주고, 청소해 주고 해야 해. 위에서 시키고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이야. 밑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아래에서 일을 해야 해.”
글을 쓴 최성현 생산자는 강원도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산에서 살다』와 순례기인 『시코쿠를 걷다』 등을 썼고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여기에 사는 즐거움』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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