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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한살림 논에 사는 논생물

논둑에 구멍을 내는 말썽꾸러기 드렁허리

논둑에 구멍을 내는 말썽꾸러기

드렁허리

김경희 충남 예산 자연농회 생산자


제가 사는 충청도에서는 ‘웅어’라고도 불리는데요. 논둑에 구멍을 내, 애써 가둬 둔 논물을 빠져나가게 만드는 말썽꾸러기입니다. 드렁허리라는 이름도 논둑을 헐어버린다고 해서 지어졌습니다.

야행성이라 날이 어둑해지면 물속을 헤엄쳐 다니거나, 논둑에 구멍을 내고 숨어들어가 있다 곤충들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저는 못자리에서 모를 옮겨 심으려고 모판을 떼어낼 때 그 밑에 살고 있는 녀석들을 종종 보곤 했습니다.

놀라운 건, 드렁허리는 모두 암컷으로 태어나고 다 커서 길이가 40cm 정도 되면 모두 수컷으로 성전환을 한다는 점입니다. 물고기는 부성애가 강한 편인데, 그에 따른 생존 전략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미꾸라지만큼 흔했는데 논에 화학농약을 뿌리면서부터는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정력에 좋다는 말이 있어 공동체 회원 중에는 드렁허리를 보기만하면 잡아가는 회원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