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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토박이 씨앗 이야기

게으른 농부에게 사랑 받는 추위에 강한 재래종 파 게으른농부에게사랑 받는추위에 강한 재래종 파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보이는 작은 풀꽃들이 지천이다. 어느새 와 있는 봄을 맞이하듯, 기세 좋게 올라오는 파를 들여다보면 마치 길쭉한 풍선을 불어 놓은 것 같다. 지난겨울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파 농사는 기다림의 농사다. 씨를 뿌려 실같이 올라온 것을 옮겨 심고, 다른 농사에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풀에 싸여 찾아보기 어렵게 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몇 번 풀 속에서 구해 주면 가을에 어느 정도 먹을 만큼 자란다. 겨우 김장에 쓰고 남겨 겨울을 나면, 그때는 정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씨를 뿌린 첫해만 잘 넘기면 두 해 째부터는 저절로 된다. 파 꽃을 수확해서 씨를 장만하고 그대로 두면 옆에서 다시 올라 온다. 그것도 여러 가닥으로…. .. 더보기
씨앗이 뿔처럼 뾰족하게 생긴 뿔시금치 씨앗이 뿔처럼뾰족하게 생긴뿔시금치 큰 산 북쪽 골짜기에 희끗희끗 눈이 남아 있고, 냇가 버드나무 가지가 시나브로 색을 더해가는 삼월이면 양지바른 돌담옆 시금치 밭이 기지개를 켠다. 겨우내 눈 속에서 추위를 이겨낸 단단한 모습으로….내가 귀농했던 마을에도 어김없이 요맘때면 시금치 밭에 재를 뿌리고 텃밭을 돌보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시금치는 쪽파와 같이 텃밭의 필수작물인 셈이다. 특히, 뿔시금치는 추위에 잘 견디는 작물이어서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심어 김장철에 먹고, 남긴 것은 겨울을 나고 먹는다. 봄철 입맛을 채워주는 채소로 최고다. 중앙아시아에서 재배되던 것이 우리나라에는 조선 초쯤 전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시금치는 씨앗 모양이 둥근 것과 각이 지고 뾰족한 것이 있는데 ‘뿔시금치’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 더보기
토박이 씨앗을 심는 일, 함께 꿈을 펼치는 일 토박이씨앗을심는 일,함께 꿈을펼치는 일어릴 적 이맘 때, 뉘엿뉘엿 해지는 저녁 무렵이 되면 집집마다 군불 때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드름 사이로 보이는 처마 밑과 기둥에는 올망졸망 정성들여 매달아 놓은 씨앗들도 보였다. 씨앗을 사서 농사짓지 않았던 그때는 한 해 농사를 갈무리하고 제일 실한 놈을 골라 내년 농사에 쓸 씨오쟁이(씨앗을 담아 두는 짚으로 엮은 물건)를 만드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성인이 되어 도시생활을 하다 귀농을 하게 되었다. 농사를 짓는데, 어릴 적에 보고 경험한 것을 하는 건 당연했다. 봄이 오면 씨앗을 챙기고 모자란 것은 이웃에게 받고 남는 것은 나눴다. 지난해 씨앗이 자라던 모습을 떠올리며 여기저기 심고 거뒀다. 15년이 지나니 해마다 갈무리한 씨앗이 꽤나 많아졌다.이 토박이씨앗들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