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리는 마음농사
“농부답게 농사만 신경 쓰고 살면 좋겠네요.”
이호엽·누엔흥감 경남 산청연합회 금호골지회 생산자 부부
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 논마다 여름내 채워놨던 물을 다 빼 놓았다.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게 흙바닥을 말리고 있는 모습은 수확이 코앞이라는 걸 알려준다. 공영방송의 유기농 비판에, 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 발표까지 올해는 한살림 농부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그래도 한 해 동안 애썼던 결실을 눈앞에 두니 부부는 볏단 가득 품에 안고 미소 짓는다. 한살림 생산자였던 부모님의 유기농 논을 이어 받은 지 10년째. “밥맛이야 각기 입맛 따름이고, 농약 없이 기르긴 했지만 뭐 특별한 게 있겠어요?” 부모님 하시던 대로 사람하고 땅에 해로운 거 안 뿌리고 부지런히 농사짓는 게 다라고 한다. “보통 논농사 짓는 거에 비하면 힘이 배로 들긴 하죠. 약 뿌리면 끝인데, 우리는 우렁이랑 같이 손으로 풀 뽑고 그러잖아요.” 좋은 먹을거리 내니 소득이 크지 않아도 맘은 편하게 농사지어왔다. 그런데 개쌀방 이라니 앞으로가 걱정이란다. “벼농사 계속 지을 수 있겠죠? 농부답게 농사만 신경 쓰고 살면 좋겠네요.” 평생을 농부로 살아 온 부모님의 그 세월만큼 앞으로 생명 먹을거리만 신경 쓰고 살고 싶다는 그의 ‘욕심을 버리는 마음농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