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론

최성현 홍천 신시공동체 생산자


장일순은 강연을 할 때 질문을 많이 했다. 혼자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고 묻고 대답하는 식으로 해 나갔다. 

‘지도자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으로 단체장들을 모아놓고 하는 강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청중을 향해 장일순은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분이 누굽니까?”

어머니라는 답이 나왔다.

“어머니라고 하셨는데, 왜 그분이 고맙습니까? 밥을 해주시기 때문이지요. 똥오줌을 닦아주시기 때문이지요. 청소를 해주시기 때문이지요. 어머니라고 뻐기기 때문에 고마운 게 아니라는 말씀이에요. 여러분은 각 단체의 대표입니다. 장(丈)입니다. 그러나 거기 앉아 대접받으라고 장이 아니에요. 거기서 어머니 노릇을 하라고 장입니다. 아셨어요?“

강릉 한살림(지금의 한살림 강원영동) 이사장이 된 목영주가 인사를 하러 장일순을 찾았다.

“대표 혹은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거다. 밥 주고, 옷 주고, 청소해 주고 해야 해. 위에서 시키고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이야. 밑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아래에서 일을 해야 해.” 


글을 쓴 최성현 생산자는 강원도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산에서 살다』와 순례기인 『시코쿠를 걷다』 등을 썼고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여기에 사는 즐거움』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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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미자 한살림성남용인 조합원


제게 한살림은 참 오래된 인연입니다. 매주 한살림 물품이 공급되는 날이면 계란 몇 알, 식빵 한 봉지, 두부 몇 모 이렇게 주문한 사람의 몫을 거실 바닥에 펼쳐놓고 나눠서 이웃에게 배달하던 올케언니의 모습이 함께 떠오릅니다. 80년대 한살림 초기의 모습이지요. 그 당시 저는, 오빠네 집에서 살면서 매주 거실에 물품을 늘어놓고 이웃에게 나눠주는 올케언니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힘든 일은 도맡아서 한다고 핀잔이나 주던 대학생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물품을 주문하고, 물품 받는 일을 해야 했지만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라 올케 언니가 거의 도맡아했지요. 저는 올케언니와 함께 물품 배달꾼이 되어 5층짜리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그때 올케언니가 해준 현미밥을 처음으로 먹었고, 낯설었던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해 들으며 몇 년을 보낸 뒤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혼집이 안산이라 올케언니에게서 먹을거리를 갖다먹을 수도,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도 없어 한살림과의 인연은 이어 갈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는 제게 올케언니가 챙겨준 한살림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순면행주세트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첫아이가 태어났을 무렵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자주 보지 못하는 올케언니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순면행주세트는 사진처럼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올케언니가 챙겨준 물건이 행주 한 장만은 아니었는데, 사용하지 않아 빛바랜 행주를 꺼내 볼 때마다, 올케언니의 한살림에 대한 열정과 가족들과 투덕거리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흰 쌀밥이 사라진 식탁에서 조카들이 투정부리던 일, 조카가 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서 몰래 사먹고 나머지를 1층 우체통에 챙겨두었다 들켜서 혼난 일, 너무 거칠어 맛이 없었던 우리밀 식빵을 처음으로 한입 베어 물던 순간…. 지금은 다양하고 먹기 좋은 물품이 많아졌지만 초창기 한살림은 물품 수도 부족하고, 시중에서 접하던 맛들이 아니어서 늘 한살림 밥상은 맛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친동생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며 7년이란 세월을 함께 보낸 올케언니는 늘 고마운 추억입니다.

저는 이리저리 미루다가, 결혼한 지 20년이 넘어서야 한살림의 조합원이 되었답니다. 얼마 전 매장에서 순면행주를 보았습니다. 올케언니를 만난 것 마냥 기뻤습니다. 얼마 전, 올케언니가 한국에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 년 만에 보는 올케언니에게 한살림 얘기를 해 줄 생각을 하니 괜히 설렙니다. 남들에게는 큰 일이 아니겠지만, 올케언니와 함께 한 한살림과의 인연들에 대해서도, 친정아버지가 아무 말도 못하고 거친 현미밥을 맛있다며 먹었다는 얘기도 웃으면서 실토해야겠네요. 이제 번듯하게 차려진 한살림 매장도 구경 시켜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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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힘들어도 그저 웃지요



박분도 권길자 경북 성주 가야산공동체 생산자 부부

새벽 5시, 참외를 수확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높은 온도를 좋아하는 참외의 특성 때문에 비닐로 꽁꽁 싸여 있는 참외 비닐하우스는 여 름 한낮이면 기온이 섭씨 70도에 육박할 정도로 뜨겁다. 이 때문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 뜨기 전에 수확을 시작하고 아침 9시 전에 그날 일을 마무리 짓는다. 수확한 참외는 선과장으로 옮겨 세척, 선별 과정을 거쳐 소포장 한다. 이른 새벽부터 일 했기 때문에 생산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하지만 쉴 수가 없다. 점심 무렵까지는 작업을 마치고 한살림물류센터로 참외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덥죠. 힘들고요. 그래도 우리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그저 웃어요.” 한살림 생산자로 활동한 지 10년이 다 되었다는 박분 도 권길자 생산자 부부가 이마에서 땀을 훔치며 말했다. 유기농 참외의 가치를 이해하고 늘 응원해주는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일이니 이런 수고쯤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는 말에서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진다.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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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생태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나온 새로운 공동 체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이 꿈꾸던 협동촌, 즉 폐쇄적 코뮨(commune)공동체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릅니다. 오히려 생명공동체 혹은 공생 체(共生體)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이 는 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물질순환의 흐 름, 생명이 지닌 관계성, 유기적 연관성을 중시 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안 운동의 거점으로 시작된 공동체라 하더라도 공 동체 외부세계와의 연대,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 와 책임 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은 생태공동체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 이라고 봅니다. 

대안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자립은 공동체 내부에 국한된 문제로 인식되기도 합니 다. 그러나 새로운 공동체에서 말하는 경제자립 은 물질순환의 흐름과 연관된 지역의 경제자립 을 뜻합니다. 이는 서구사회의 생태론에서 생물 지역주의(bio-regionalism, 동식물의 분포와 이동, 물, 토양, 양분, 폐기물의 순환을 포함하 는 생태계의 통합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는 생 명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론)를 중요하 게 여기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즉, 경제자립 은 공동체 내부의 자급자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 라 시장으로부터의 자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을거리, 건축자재, 옷감 등 생활에 필요한 모 든 것을 지역에서 만들고 순환시킨다면 경제자립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살림의 가까운 먹을 거리 운동도 그런 일 중의 하나입니다. 

생명운동이 지향하는 공동체는 더더욱 지역과 접합니다. 이는 예전에 지역마다 있던 마을 공동체, 더 분명하게는 생산적 노동을 담당하 던 두레공동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과 100년 전, 충남 홍성에만 197개의 두레가 있 었다고 합니다. 출산, 육아, 농사를 비롯해서 노동, 혼례, 의술과 교육, 돌봄과 장례까지 우 리 삶의 거의 모든 일이 품앗이와 증여, 공동작 업을 통해 마을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공동 체 내의 의사결정도 풀뿌리 지역공동체답게 모 두가 함께 참여해 의논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이 점은 생명운동이, 소통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물론 정보의 소통은 물질의 순환과는 달리 더 넓게,  전 세계로 확장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단위는 역시 지역이어야 합니다. 지역 안에서 충분한 소통, 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큰 단위 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기대하기가 어렵기때문입니다.


글을 쓴 윤선주 이사는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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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1980년대 초반 사회변혁을 꿈꾸던 사회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적인 화두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문화운동 진영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었는데 과거 민중문화가 지향하던 대동(大同)의 공동체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야기되던 공동체는 사실 사회주의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사회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던 군사정권시절의 웃지 못 할 풍경이었지요.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1970년대 에너지 파동과 환경생태 위기를 겪으면서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는 예견과 자각이 서구에서 일어났습니다. 자본주의와 산업문명이 가져온 자연환경 파괴, 인간소외, 공동체 해체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이 퍼지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공동체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무렵 환경생태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논의되면서 유기농업운동, 귀농운동, 대안교육운동, 공동체운동, 생태마을, 생태공동체, 협동조합운동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공동체운동이 사회적 대안으로 부각된 것입니다.

 새로운 공동체운동은 1980년대 초반 사회주의의 다른 이름으로 쓰이던 공동체와는 그 성격과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사회주의적 문제의식이 자본과 노동의 모순(자본에 의한 노동의 예속 등)을 중심에 놓고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만든 대동의 공동체를 말한 데에 반해 이 새로운 공동체는 생태계의 순환원리인 생산-유통-소비-폐기의 과정을 중심에 놓고 유기적인 순환을 완성하려는 과정으로서 운동을 설정하고 그 일이 완성된 모습을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대안으로서의 공동체는 생명공동체 혹은 공생체(共生體)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 새로운 공동체는 농업이 사회의 근간이 되고 거대자본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규모와 기술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협의적 경제체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소비와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순환적인 물질 이동 체계를 완결시키는 것을 공동체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생각합니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분리,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생산한 만큼 책임지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하는 거지요. 가격도 서로 협의하고 서로의 형편을 헤아려 정하고 만드는 방식도 함께 결정해 생산과 소비 모든 부분에서 서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밭의 부산물이 가축의 사료가 되고 가축의 부산물이 흙으로 돌아가 채소를 키우는 쓰레기 없는 사회, 깨끗이 씻어 다시 쓰고 나누어 쓰는 자원 순환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아니라 자발적인 가난을 통해 온 생명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입니다. 


글을 쓴 윤선주 이사는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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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집집마다 매실청, 매실장아찌, 매실주 

섬진강이 기르고 소비자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한살림 매실

서명식 전남 광양 한울타리공동체 생산자

글·사진 정미희 편집부


한살림 살림꾼들은 해마다 6월 말이 되면 겨울철 김장 하듯 매실을 공급받아 매실 진액, 매실청, 매실장아 찌, 매실주 등을 담는 게 연례행사다. 이렇게 저장 발효시킨 매실을 일 년 내내 음료, 천연조미료, 천연 소화제 등으로 요긴하게 이용한다. 이렇게 조합원들 손에서 다시금 귀한 식재료로 거듭나는 기특한 과일, 매 실. 한살림에 청매와 황매를 내는 전남 광양 한울타리공동체 서명식 생산자를 만났다. 

 광양시 진상면 서명식 생산자의 매실 밭. 추위를 이겨내고 흐드러지게 피었던 매화가 진 자리에 대추만 한 매실들이 알차게 달려있다. “올해는 매화가 일주일 정도 일찍 피었어요. 분홍빛 매화가 눈꽃처럼 피어서 아주 장관이었죠. 수확도 예년보다 좀 빨라질 것 같아요.” 서명식 생산자는 대화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면서도 매실 나무에 난 작은 곁가지들을 부지런히 살핀다. 마치 아이 서넛을 길러 능숙한 엄마가 아이를 다루는 것 같다. 

 광양 매실은 1931년 일본으로 징용을 끌려갔던 김오천 씨가 13년 동안 광부로 일해 번 돈으로 심은 매화나무 5천 그루에서 시작되었다. “광양이 매실 키우기 좋아요. 백운산과 섬진강에 둘러싸여 공기도 깨끗하고, 물도 맑 고, 일조량도 많아요.” 광양이 고향인 그는 원래 뽕나무를 키워 누에고치 수출을 하다가 제대 후 27세부터 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매실은 매실주를 담그거나 한약재로 사용될 뿐 일상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던 과일이었다. 값도 너무 싸 그냥 베어 버린 때도 있었다. 매실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은 2000년 최고의 시청률 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 덕이었다. “허준이 전염병 때문에 복통이나 설사에 시달리던 사람들한테 매실즙을 물 에 타 먹이니 낫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걸 보고 매실을 찾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 어요. 그해는 매실값이 아주 좋았죠.” 평균시청률 53%에 달하던 드라마 한 편이 자식처럼 키우고도 알아주는 이 없어 가슴앓이를 하던 농부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매실음료가 인기를 얻고, 다양한 이용법도 알려지 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매실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총 13농가가 모인 한울타리공동체는 6년 전 광양에서 함께 생명농업을 실천해오던 김진석 목사의 소개로 한살림에 매실을 내기 시작했다. “한 살림에 매실을 내기 시작하면서 시중 가격에 상관없이 사전에 약속한 가 격과 수량대로 출하할 수 있게 됐어요. 그 점이 늘 든든하고 큰 힘이 됩니 다.” 소비자조합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중가격의 등락과 상관없이 믿을 수 있는 유기농 매실을 일정한 값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는 약 5만㎡(15,000평) 매실밭에서 백가하 품종의 청매와 남고 품종의 황매를 재배해 매년 약 2톤가량 수확하고 있다. 매실은 다른 과일에 비해 병충해가 적은 편이지만, 기상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매화가 절정을 이루는 3월 상순경이면 기상 변화가 심해 서리 피해 를 입기도 하고, 저온상태가 되면 꽃가루 매개 곤충 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결실률이 떨어지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 앞에 농부는 그저 겸손하 게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병충해가 생기더라도 친환 경 자재만으로 구제하고, 밭에는 풋거름으로 쓰기 위 해 콩과의 덩굴성 식물인 헤어리베치를 심어 잡초의 발생도 억제하고, 토양 내 수분 증발도 막는다. 매실 에는 표면에 검은 점들이 찍히는 흑점병이 돌기도 하 는데, 관행 재배에서는 화학농약 등으로 치료하지만 친환경 자재로는 치료가 힘들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확을 마친 뒤에 출하할 때는 최대한 선별을 잘 해서 보내고 있다. 

 매실 농사 중 제일 품이 많이 드는 것은 6월 망종(6월 6일 무렵) 이후 시작되는 수확이다. “무더위에 매실 하 나하나 상처 없이 일일이 수확하자면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해요. 농촌은 일할 사람 구하기도 쉽지가 않 으니 해가 갈수록 농사가 어렵네요.” 매실은 열 발산이 많은 작물이라 운송 과정에서 무르기 쉬워 생산지에서 는 매일 약정량을 수확해 농장에서 1차 선별을 거친 뒤 서늘한 저녁에 차에 실어 물류센터로 올려보낸다. 새 벽에 도착한 매실은 물류센터에서 다시 2차 선별 과정 을 거쳐 소포장해서 조합원 댁으로 보내진다. 

 매실은 유기산이 풍부해 신맛이 강한데, 산 성분 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연산은 당질의 대사를 촉진 하고, 피로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그 외 사과산, 주 석산, 호박산 등은 식욕을 돋우고 위장 작용을 활발 하게 한다고 알려졌다. 매실은 시디신 맛과 씨에 들 어 있는 독성 때문에 생으로 먹을 수 없어, 공급받은 뒤 가정에서 필요에 따라 가공을 해서 먹게 된다. 조 합원 댁에서 매실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물어보니, 매실 진액 덕을 보셨다면서 만들어 먹어보라고 권하 신다. 매실 진액은 씨를 빼고 과육만 즙을 내 흑갈색 이 된 뒤 주걱에 실처럼 늘어날 때까지 장시간 달여 만든다. 이것을 냉장고에 두고 식후 한 차술씩 꾸준 히 먹고 있는데, 경험한 이들은 속이 아주 편하고 건 강해진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한다. 조합원 댁에서 이맘때 매실을 주문하는 것은 매실을 설탕에 재어 매 실청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의 탐 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발효음료에 대해 과채를 발효 시킬 때 넣는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 것을 두고 ‘설탕물이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 소비 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밥의 녹말성분이 몸 안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에너지원이 되는데, 포 도당과 설탕이 동일한 물질이라는 식의 방송의 주장 은 무리가 있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약도 먹는 것(식물)도 그 근원은 하나라는 뜻이다. 지 리산, 백운산, 섬진강 자연이 기르고 정직한 땀이 키 운 약처럼 귀한 매실. 올해도 집집마다 ‘담근’ 매실이 우리 몸을 보하고 건강을 도울 것이다. 


한살림 청매실 장보기 

한살림 황매실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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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이 땅의 모든 운동이 무언가를 지키고 살리자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되듯이 생명운동 또한 생명에 대한 경시와 폭력을 중단하고 생명 존중의 마음자리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입니다. '한살림선언'이 발표되면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이 말은 그 전부터 정책과 제도를 바꾸려는 집단적이고 의식적인 움직임이 아닌 새로운 운동을 모색하던 장일순, 박재일, 김지하선생님들이 만들어 쓰신 것 같습니다. 물질이 모든 가치의 위에 있게 되면서 대대로 내려오던 공동체의 붕괴나 인간성 상실을 불러왔고 산업문명이 가져온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인류와 지구전체 생명체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생명운동은 오염원의 제거나 정책, 제도의 일부 수정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산업문명을 새로운 문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지요. 달리 말하면 문명전환운동인 셈인데 문명을 바꾼다는 것은 먼저 세계관을 바꾸고 그 새로운 세계관에 따라 나의 사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고 자원을 마음대로 개발하여 물자가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의지하며 돕고 살던 아름다운 공동체가 붕괴되고 토양과 하천, 공기가 오염되어 마음놓고 살 터전을 잃었습니다. 생태환경과 인성의 위기라 할 수 있는데요, 이제는 곰곰이 원인을 따져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결정하고 실천해 나가자는 거지요.
사람이 모든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이루는 일부라는 자각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돕는 관계회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과 사람의 호혜적인 관계의 기초는 우선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겠지요. 자신의 삶을 외부의 자극에 내 맡기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끌고 나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남의 삶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계의 회복이 중요하지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면서 삶의 불편한 문제들을 나누다 보면 자치력
을 회복한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생활협동운동이 생명운동의 가장 중요한 실천양식이 되는데 우리 삶의 통합적인 토대인 지역에 공동체의 뿌리를 내리는 한편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생산자가 서로 연대하면서 농업회생의 열린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천을 통해 우리 삶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
고 있는 과정에 생명운동이 있습니다.


글을 쓴 윤선주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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