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가지 농사요?
씨 받아 다시 심는 재미, 여러 모양 가지 보는 즐거움이죠
전경진‧최정희 충북 보은 백록공동체 생산자
귀농 5년차 부부는 겁이 없었다. 귀농 첫 해부터 유기농을 시작했다. 돌아가신 한살림 생산자의 유기농 농지를 이어받았지만 비탈이 심한 산골짜기였다. 330㎡(100평)가 채 안 되는 밭들이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어 꼭대기까지 가는 데만도 땀이 한바가지다. 농기계를 쓰지만 힘이 배로 든다. 두 해째부터는 비닐도 퇴비도 쓰지 않고 있다. 우리 땅에는 우리 종자가 맞다는 생각에 토종 종자 구하는 일도 시작했다. 초보 농부의 시행착오, 비닐과 퇴비를 사용하지 않는 무모하다 싶은 도전, 토종 작물 기르는 어려움까지 5년이라는 고된 수업기간을 거친 뒤 올해부터 토종 가지를 공급하게 되었다. 장흥의 한 농부에게 받았다는 토종 쇠뿔가지는 소뿔을 닮아 이름이 그렇게 정해졌다.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널리 재배돼 왔다. 가을이 되면 누렇게 익은 가지의 배를 갈라 씨를 받고 이듬해 다시 심는다. 개량된 가지가 아니니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토종가지 농사요? 씨 받아 다시 심는 재미, 여러 모양 가지 보는 즐거움이죠.” 밭에 풀이 많아 부끄럽다지만 토종가지를 보는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비 맞아 더욱 탐스런 보랏빛 가지처럼 부부의 얼굴도 참 맑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