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공부요? 에이, 감농사만 30년 넘게 지었지요.”

라상채 전남 담양 대숲공동체 생산자

감 수확은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감에 물기가 있으면 보관할 때 상하기 쉽다. 바쁘더라도 햇볕에 새벽이슬이 완전히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계절의 나침반은 겨울을 가리켜 해는 짧아졌다. 감꼭지를 쉽게 자르도록 끝이 살짝 구부러진 가위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숙련된 농부가 오후 동안 따는 감이 400kg. 쉬어가는 참 시간은 말 그대로 꿀맛이다. “20대에는 촌놈, 30대에는 자연인, 40대에는 토종 농사꾼이라 했는데 50이 넘어서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게 되네요.” 쉼 없이 손을 놀리는 와중에 나온 말이지만 라상채 생산자는 본인의 삶에 대해 분명히 정의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 확고히 섰고….’가 떠오른다. “한살림을 만나기 전부터 사람과 자연, 온 우주가 한 몸이라 생각했어요. 생산자와 소비자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여겼고요.” 술술 나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는 영락없는 철학자 농부였다. “철학공부요? 에이, 감농사만 30년 넘게 지었지요.” 뿐만 아니라 그는 전라남도에서 선정한 ‘유기농 명인’ 1호이기도 하다. 한 번 맛보라며 그가 잘 익은 감을 건넨다. 감 하나에 깃든 달콤한 온 우주를 상상해본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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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도 커서 함께 지으면 좋겠어요!”

권칠학·김동연 경북 봉화 산애들공동체 생산자 부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그 만큼 까다로운 유기농 농사, 그 중에서도 손꼽힌다는 고추(건고추) 농사를 10년 넘게 지어온 봉화 산애들공동체의 권칠학·김동연 생산자 부부. “우리 딸도 커서 함께 농사지으면 좋겠어요!” 엄마, 김동연 생산자의 말에 옆에 있던 12살 서현이는 쑥스러운 듯 그냥 웃는다. 자식에게 농사를 권하는 걸 보면 부부는 농사가 참 즐거운가 보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농사 혼자 짓나요? 한살림 농부는 달라요.”라고 단박에 말한다. 힘든 순간순간, 함께 농사짓던 공동체 식구들이 떠오르고, 도농교류 때 만난 조합원들이 떠올라 힘이 안 날 수가 없단다. 조합원 이야기가 나오자 도농교류를 강조한다. “한 번 하면, 준비할 게 산더미지요. 근데 서로 얼굴 보며 맛있는 거 먹고 재밌게 놀고 나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한살림 가족들이 늘어난 만큼 생산자 회원과 소비자 조합원이 자주 봐야 하고 그래야 신뢰도 더욱 커진다고 한다. 물류센터로 물품을 보내기 위해 새벽부터 시작한 일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됐다. 고될 만도 할 텐데 부부는 밝게 웃으며 얼마 전 조합원께 받았다는 문자를 보여준다. “땅살림 생명살림의 애쓰심 덕분에 귀한 것 잘 먹고 있습니다. … 생산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힘들어도 즐겁게 농사짓는 한살림 농부의 소중한 비결이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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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KBS 파노라마에서 ‘친환경유기농업의 진실’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친환경농산물의 신뢰성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방송 제작진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적으로 친환경농업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7월 말과 8월 초에 2부작으로 방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려되는 점은, 취재과정에서 제작진이 보인 태도 등을 미루어볼 때 친환경농업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친환경농업을 폄훼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KBS 파노라마 제작진이 공개한 방송개요를 보면, 친환경농산물과 재배 토양에서 농약성분이 광범위하게 검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제작진이 확인했다는 일부 사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침소봉대하듯 일부의 몇 사례를 통해 이 땅의 친환경농업 전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가는 물론이고 이를 생산·유통하는 조직들도 KBS 파노라마의 친환경농업 흠집내기 방송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농약 치지 않은 농산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친환경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제작진이 취재 과정에서 친환경농산물이나 재배 토양에서 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면 마땅히 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온 농가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친환경농업 진영이 KBS 파노라마 측에 대해 감성적으로만 대응할 일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친환경농업을 찬찬히 되돌아보고 더욱 믿을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성찰의 계기로 삼고 다음 사항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친환경농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생산자를 폭넓게 육성해야 한다. 친환경농업의 의미와 가치보다는 단순히 정부 지원정책에 편승하는 준비 안 된 생산자들이 있다면, 친환경농업의 신뢰성을 지켜내기 어렵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생산자들을 더욱 늘려야 한다.

둘째, 친환경농업이 관행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생명이 순환하는 생태계의 원리보다 투입재의 허용 또는 금지에 따라 인증 여부를 따지고 외부 구입 농자재에 의존하는 친환경농업의 관행을 돌아보아야 한다. 신뢰보다 인증라벨만 중시하는 상태로는 수익만 좇는 생산자, 안전만 찾는 소비자가 양산될 뿐이다.

셋째, 지역에 뿌린 친환경농업 생산자들을 탄탄하게 조직하고 복합적이고 순환적인 농업시스템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 경제 효율논리가 친환경농업의 순환성·관계성·다양성·지역성을 파괴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친환경농산물 유통방식도 기업이 주도하는 상품 논리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연대 논리를 강조해야 한다.

넷째, 기준에 미달되는 친환경농자재가 유통되어서는 곤란하다. 친환경농업이 농가경제 활동으로 성립되려면 현실적으로 외부 구입 농자재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 외부 구입 농자재는 농민 생산자가 직접 통제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기준 미달 친환경농자재가 널리 유통되는 식이라면 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제조과정이 투명하고 효과도 높은 친환경농자재가 생산되고 유통되도록 관리 감시 체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가나 제3자가 주도하는 친환경농업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친환경농업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어둠 속 터널을 하염없이 지나고 있는 우리 농업 상황에서 국가나 제3자에만 의존하는 친환경농업은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생산자 스스로 생산과정을 관리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자주관리 노력을 확인하는 생산자·소비자 참여형 인증시스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국가 및 제3자 인증시스템만으로는 친환경 농산물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KBS 파노라마는 취재 과정에서 친환경농산물과 재배 토양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사실관계와 검출기준 등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령 일부 문제가 확인되었더라도 친환경농업 전체를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부풀리는 태도는 곤란하다. 공영방송답게 책임 있는 보도태도를 견지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와는 별도로 친환경농업 진영도 그동안 추구해온 효율지상주의, 인증제일주의를 돌아보고 부작용을 점검하며 성찰할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생명농업이 이 땅에 유지·확대되게 하자면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도시와 농촌이 함께 짓는 한살림 쌀농사 
밥은 하늘입니다

한살림농부는 햇살과 바람, 풀벌레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여름 볕을 견딘
농부의 고된 노동이 낱알을 영글게 한다. 자식 목에 밥 넘어가는 소리처럼 기꺼워하며 여름내 새벽마다 물꼬를 터 논물 소리를 들었다. 일일이 손으로 피를 뽑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잦은 비와 태풍, 부족한 일조량이 벼에게도 농부에게도 힘겨웠다. 그러나 구수한 햅쌀밥에 행복해 할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논에서 흘린 땀이 새삼 뿌듯하다. 생명이 담긴 한살림쌀은 그래서, 시장에서 흔히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상품’이 아니다. 생명이고 하늘이다.

 



논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연금술사 ‘쌀’

쌀은 사람과 자연을 두루 이롭게 한다. 한살림쌀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땅심과 유기물 등 자연의 힘으로 자란다. 논에 기대어 사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과 수서생물들의 몸짓과 호흡도 모두 자양분이 되었다. 한살림방식으로 벼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도 땅은 유기물을 더 많이 보듬게 되고 더더욱 기름진 땅이 된다. 이렇게 농사가 이어지는 한 토양유실을 막아낼 수 있다. 벼가 대기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616만5천7톤으로 다른 곡식에 비해 많게는 24배나 된다. 벼가 삼키는 양만큼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제거하자면 무려 4,178억 원이 든다. 수질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우리 논은 더욱 소중하다. 한살림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새삼 강조하기도 쑥스럽다. 전체 농업인구의 80%이상이 쌀을 경작하고, 논은 전체 경지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쌀 생산의 가치는 스물다섯 해 한살림의 역사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충북 음성의 몇몇 생산자들이 무농약쌀 농사를 시작한 이래 지금은 640여 세대 이상의 한살림 농민들이 약 1,124만㎡ 생명이 살아있는 논에서 한살림쌀을 재배하고 있다. 도시 소비자가 이 갸륵한 쌀을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생태를 지키고 농업을 살리는 생명운동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몸에 좋은 밥, 더 맛있게 지을 수 있다! 

쌀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불리면 좋다. 만약 그 이상 불리면 물에 쌀의 영양성분이 빠져나가 밥맛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미지근한 물이나 약간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담가 두었다 지으면 보다 부드러운 밥을 먹을 수 있다. 묵은 쌀을 씻어 불릴 때는 식초를 한두 방울 정도 떨어뜨린 물에 담갔다가 건지면 묵은 냄새가 사라진다. 입맛 돋우는 색다른 밥이 생각날 때는 다시마 두 조각을 함께 넣고 짓거나, 다시마를 끓여낸 물로 밥을 지어보자! 맛도 있고 잡내도 없어진다. 밥물에 소금 간을 약간 해두면 간간한 맛이 돌아 입맛이 없을 때 좋고, 현미유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밥에 윤기가 돌아 먹음직스럽다.
밥물이 적당해야 밥이 더욱 맛이 있는데 햅쌀은 수분이 많아 밥물의 양을 조금 적게 넣는 것이 좋은데 일반 쌀밥물의 0.8 분량이 좋다. 묵은 쌀은 쌀 분량의 1.5배 정도 넣어야 밥이 되지 않고 고슬고슬하게 지어진다. 뜸은 밥이 끓고 난 다음 10~15분 동안이 적당한데 뜸을 오래 들이면 진밥이 된다. 혹시 밥이 설익게 되면 다 끓인 상태의 밥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여러 개 내고, 청주를 조금 뿌린 다음 다시 한 번 밥솥의 스위치를 켜거나 약한 불로 약 5분 정도 두면 맛이 한결 좋아진다. 밥의 탄 냄새를 없앨 때는 나무주걱이나 나무도시락 뚜껑 같은 것을 밥 위에 올려두고 그 위에 큰 숯덩이를 한두개 얹은 후 솥뚜껑을 닫아두면 탄 냄새가 가신다.

쌀의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가 장 속 환경을 개선시킨다

쌀겨는 정미할 때 나오는 쌀겨층이나 배아부 등을 가리킨다. 벼에서 왕겨만 벗겨낸 것이 현미, 쌀 겨층의 절반만 벗겨 쌀눈이 남아 있도록 도정한 쌀이 오분도미, 쌀겨층과 씨눈을 완전히 제거하여 배젖만 남은 것이 백미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백미보다 현미와 오분도미에 더 풍부하다. 특히 현미는 백미에 비해 식이섬유나 비타민 B군, 비타민 E군, 지방, 철분 등이 풍부하다. 비타민B1은 당질 대사를 촉진하고, 각기병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또한,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를 모두 가지고 있어 변비를 예방할 뿐 아니라 유해물질을 배출시키고 장 속 이로운 균을 증식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또 쌀눈과 쌀겨층에는 리놀산이 풍부하여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쌀겨의 쓰임새는 다양한데 천연화장품, 썩는 플라스틱, 비료, 식품저장제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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