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리말 ‘한’은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서로 반대가 되는 뜻을 동시에 갖기 때문이지요. ‘하나’라는 뜻과 ‘크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 다른 언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말이기도 합니다. 하나라는 뜻도 아주 작은 크기로서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작은 하나, 하나가 모여서 만든 커다란 하나도 하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지구의 소중함을 말하기 위해 ‘하나뿐인 지구’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셀 수없이 많은 태양계 속의 하나인 행성이라는 의미에서 지구는 하나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지구 속에는 사람만 헤아려도 70억 명이 살고 있고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와 우리가 흔히 생명이 없다고 여기는 광물, 흙, 물, 공기들 까지 모두 얼마나 많은 하나, 하나를 품고 있는지 감히 계산 해 볼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지구 안에 살고 있는 모든 목숨들이 크기나 힘에 상관없이 건강하면 그 모두를 품고 있는 지구도 건강하고 가족 하나, 하나가 스스로 즐겁고 만족하면 그들의 가정 또한 그럴 것입니다. 나를 이루는 내 몸도 작게 나누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로 이루어져있고 그 세포도 또 나눌 수 있습니다. 세포 하나, 하나가 건강하게 자기 역할을 다 해야 내 몸이 건강한 것처럼 우리 사는 세상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기가 귀찮아서, 풀이 미워서, 벌레가 원수 같아서 제초제와 살충제를 마구 뿌리면 남자의 정자수가 줄고 독수리가 멸종위기에 몰리고 청정해역이 오염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처럼 ‘한’은 작은 하나의 협동으로 큰 하나를 이루기도 하고, 큰 하나로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개개의 독립적인 존재로 있기도 합니다. 마치 한살림 운동이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의 노력과 실천으로 도시와 농촌이 하나가 되고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글/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살리는 말 소개 한살림은 말에도 생명이 있고, 말 속에도 모심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말도 살려 쓰려고 합니다. 한살림에서 운영중인 모심과 살림연구소에서 출간한 모심과 살림총서 3<<살림의 말들>>에 수록된 말들을 통해 한살림의 생명사상을 이해하고 실천되는 삶들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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