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민희 한살림서울 조합원
매년 김장철이 되면 부모님이 계신 친정으로 나와 남동생, 그리고 가까이 사는 세 언니와 세 형부까지 온 식구가 출동해 한 해 먹을 김치를 담근다. 여기에 까불까불 조카들까지 다 모이면 여느 명절만큼이나 분주하다. 배추를 썰고, 절이고, 버무리고, 그리고 중간 중간에 맛난 음식 먹는 것까지 챙기다보면 꼬박 1박 2일이 지나간다. 김장을 잘 끝내고 맛있게 담근 김치를 통마다 담아 놓으면 뭔가 뿌듯하고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친정에서만 김치를 담그는 게 아니다. 결혼 전부터 혼자 먹을 김치를 서너 포기씩 직접 담가왔던 남편 덕분이다. 남편이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양념을 만드는 동안 나는 부재료를 썰고 빻고 했다. 친정에서부터 해왔던 일인데다 양도 많지 않아 수월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살림 물품과 함께 알타리무가 적체됐다는 내용의 소식지가 같이 왔다. 가끔씩 그런 소식지를 보기는 하지만 으레 넘겨버리곤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알타리무김치 담그는 방법이 내 마음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알타리무 김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오롯이 한 번 담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에서나 남편 옆에서나 항상 “예, 쉐프~”를 외치며 보조역할만 했던 것을 내심 극복하고 싶었나보다. 다가올 김장철을 대비해 남편이 사둔 부재료도 충분했고 알타리무 가격도 적당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식지에 실린 알타리무김치 레시피가 너무 쉬워 보여서 나 같은 초보도 그대로만 하면 뚝딱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나와 같은 초보주부 친구도 초대했다.
알타리무와 쪽파를 다듬고 씻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재료를 손질하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옆에서 얌전히 잘 노는 아이를 보면서 김치를 담그니 정말 베테랑 주부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우리는 소식지에 실린 레시피 그대로 따라했으니 맛이 없으면 한살림에 항의하자는 농담도 하면서 생애 첫 김장을 즐겁게 마쳤다.
김치를 각자 한 통씩 나누며, 다음에는 겉절이에도전하자는 자신만만한 기약도 했다. 그날 저녁.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혼자 김치를 담갔노라고 자랑을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걸렸던 과정도 이야기했다. “자기야, 알타리무 절일 때 소금을 세 줌 뿌리고 한 시간을 절였거든. 그리고 헹구지 않고 그대로 양념을 무쳤는데…. 이거 괜찮겠지?”, “글쎄, 한번 헹궈야 하지 않았을까? 짤 텐데.” 아, 이럴 수가. 레시피대로 했으니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첫 김치는 이렇게 완벽하게 짠맛을 지니게 되었다.
아마도 나의 첫 알타리무김치는 다른 김치와 섞거나 찌개용으로 사용될 것 같다. 시원하고 알싸하면서 맛난 알타리무김치를 상상했던 나로서는 조금 속이 쓰라리지만 성공은 다음번으로 미뤄야 할 듯하다. 나는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떡해, 김치가 엄청 짜요. 헹궈야 했대요. 다음번 겉절이는 제대로 만들어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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