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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나는 삼십년 후를 상상하기가 두렵다

글|김은정 한살림고양파주 논살림위원장


오랜만에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촛불의 물결이 밝혀지는 것을 본다. 서민의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젊은이의 미래마저 저당 잡은 등록금이 촛불을 들게 했다. 돌이켜보면 독재시대는 물론 최근의 광우병 쇠고기, 등록금까지 생존권의 위협 앞에 대중은 목소리를 높였고, ‘참는 것이 미덕’인 이 땅에서 대중이 모이면 큰 울림을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보다더 큰 울림과 변화의 물결을 바란다. 최근에는 거의 매해 사회문제가 된 구제역과 조류독감 같은 동물 전염병 때문에 생매장이 반복돼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육식을 탐닉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전국의 강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을 파괴하며 멸종을 부추기고, 공사현장의 노동자와 농민은 죽음으로 내몰려 비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력하게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방사능 공포를 일으키며 사회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잠시 사재기 소동 후 잠잠해졌다. 그러나 깨진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방사능은 “꺼지지 않는 불”이다. 너무나 작아 보이지도 않는 이 불덩이는 먹이사슬을 따라 차곡차곡 쌓인 양만큼 내 몸속의 세포를 태워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암을 유발한다. 세슘의 경우 30년 동안 발생 시의 독성을 그대로 간진한 채 말이다.
후쿠시마는 여전히 미해결의 상태인 채 대기로, 땅속으로, 바다로 방사능을 분출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대기와 비와 특히 음식을 통해 피폭당하고 있다. 무서운 것은 한국에도 후쿠시마만큼 노후한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들은 늘어가지만 정부는 여전히 핵세상을 확장하고 있다.

나는 삼십년 후를 상상하기가 두렵다. 그때는 이미 죽은 강이 되어버린 4대강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못 견디고 복원중일 지 모른다. 식수불안과 함께 가뜩이나 줄어든 경작지의 홍수피해가 반복되니 식량난이 가중되어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 먹을 농산물도 부족하니 사료로 쓸 수 없어 육류의 가격은 더 뛰었지.
일본 지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또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까 가슴 졸이고, 태풍 때마다 일본으로부터의 방사능 유입량이 주요뉴스다. 바다로 방출된 엄청난 규모의 방사능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은커녕 생일이나 산모조리용으로 더 이상 미역국 먹기가 두렵다. 우리세대뿐 아니라 성인이 된 아이들은 면역질환과 암 등이 더 늘어 고통당하고 있다. 게다가 수명이 끝난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와 핵폐기물 처리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자식 볼 면목이 없고 철없는 손자가 할머니는 도대체 뭐했냐고 투정을 할 것이다.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방관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4대강 사업'은 강을 파괴하고, 비윤리적인 가축사육은 올 겨울에도 생매장 사태를 불러올 것이고, 방사능이 포함된 대기와 음식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가 피폭당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침묵의 공범자다. 
다시 촛불을 들자. 안전한 농수산물이 자라는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의 위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책임있는 행동을 시작하자. 그것이 진정한 한살림 생활문화운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