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사랑과 정성을 더해
한살림 식구와 함께 만들어가는 맛
김현철 사랑과정성 생산자
글 문하나 ·사진 정미희 편집부
소스는 라틴어로 소금물을 뜻하는 ‘salsus’에서 유래했다. 사람들은 소스를 이용해 음식의 풍미를 더하고, 재료 자체의 맛을 상쇄하거나 보완하면서 요리 맛을 향상시켜왔다. 하지만 어느새 소스는 재료 본연의 맛보다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맵고, 짜고, 단 음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입맛을 쫓아가기 때문이리라. 이런 시중의 소스와 달리 음식에 건강한 감칠맛을 더하는 발효드레싱, 돈가스소스, 굴소스 등 8종의 소스를 한살림에 내고 있는 사랑과정성 김현철 생산자를 만났다.
김현철 생산자는 2002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샐러드 배달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진행하며 샐러드만으로는 한 끼 식사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함께 곁들일 우리밀빵을 밤낮으로 개발하면서 우리땅에서 난 ‘친환경’ 먹을거리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건강을 위해 찾는 샐러드에 정작 몸에 나쁜 원료로 범벅된 소스를 뿌려 먹는 현실에 회의를 느껴 직접 드레싱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대형 마트 식당가에 납품을 시작한 발효드레싱을 통해 한살림과도 인연이 닿았다. 한살림 생산자가 된 지 2년 만에 비친환경 소스와 우리밀빵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지금은 친환경 소스만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살림과 만나기 전, 한평생 소스를 연구해 온 지인에게 2년 동안 시중 소스의 비법과 요리법을 사사받긴 했지만 천연재료로만 맛을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기에 처음 3년 동안은 밤낮 연구에만 매달렸다.
사랑과정성은 사과와 배, 유자, 굴 등 자연에서 온 천연재료에 한살림 간장과 고추장, 소금 등 생산자의 땀과 시간이 깃든 장과 양념만으로 소스의 맛을 낸다. 원물의 순수한 맛에 의지해 만든 천연조미료인 셈이다. 하나의 소스를 개발하는데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수많은 천연재료들을 넣고 빼고를 반복하며 최고의 맛을 찾는 인고의 과정이다. “직원들은 물론 한살림 실무자, 지역 한살림, 가공품위원회까지 개발 과정에 참여합니다. 소스 하나하나 저 혼자 만든 게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만들었죠.” 그는 그런 과정을 거칠 때마다 힘이 들기도 하지만, 소통과 협의 과정을 통해 한살림의 일원임을 다시금 느낀다.
안전성은 물론, 자연에서 난 천연재료들을 이용한 원료의 단순화를 추구하는 한살림은 생협 중에서도 유독 물품 내기가 까다로운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맛을 만났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수십 번 들다가도 어느샌가 그 과정을 거친 뒤에 더 좋은 물품이 나온다는 확신도 생겼다. 원가 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원료를 쓰고,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합성조미료로 맛을 내는 시중의 소스와 달리 천연재료의 영양과 맛을 살려 소스를 만드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좋은 재료로 만족스러운 맛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한살림과 조합원은 이름 그대로 정성에 사랑까지 담아 만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동력이다.
사랑과정성은 2015년, 안동대학교 생약자원학과 연구진과 손잡고 개발한 낫토를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 해오던 것과 공정과정이 전혀 달라 한편으론 긴장도 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그간 노력한 땀과 시간 앞에서 담담히 조합원의 평가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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