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밥상을 '기다리는 마음' 원추리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조합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이른 봄, 무심코 산행을 하다보면 철 지난 낙엽 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어린 싹들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우내 매서운 한파를 견뎌낸 앙상한 화살나무 가지에도 홑잎이 피는 게 보이네요. 봄이 오고 산나물 철이 왔음을 알리는 반가운 모습입니다.
봄나물 중 가장 먼저 돋아나 밥상에 오르는 나물이 원추리입니다. 원추리는 산이나 들만이 아니라 주택가 주변에서 관상용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지요. 예부터 아들을 낳기 위해 젊은 아낙들이 꽃봉오리를 귀에 꽂고 다녔다고 해 의남초(宜男草)라고도 불리었고요, 그 맛이 근심을 덜어 준다하여 망우초(忘憂草)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답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원추리는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두루 두루 쓰이는 유용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먼저, 이른 봄 올라오는 새순은 나물로 먹습니다. 고사리처럼 새순을 여러 번 뜯어 먹을 수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새순이 억세어져 많이 질겨집니다. 나물을 해 먹을 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후 다른 나물들처럼 물에 우려먹으면 좋습니다. 초고추장 무침을 해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아주 맛있는데요. 양이 적을 땐 여러 나물과 함께 요리를 해도 잘 어울립니다. 6월 하순부터 원추리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차를 만들어 음미할 수 있습니다. 다른 꽃차처럼 꽃이 찻잔 위에 동동 뜨진 않지만 자연스런 단맛을 느낄 수가 있더라고요. 아쉬운 건 장마철에 꽃이 피기 때문에 건조하는데 힘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손수 만든 꽃차를 한 잔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원추리 꽃차는 우울증에 좋고 황산화작용을 합니다. 꽃이 지고 가을이면 원추리 뿌리를 한약재로 씁니다. 이뇨작용, 살균작용, 해독작용 등을 한다고 하네요.
원추리 꽃말이 ‘기다리는 마음’인데요,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 오니 참 좋습니다. 황량했던 땅 곳곳에서 초록빛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봄맞이 하러 산으로 들로 나가 보고, 나간 김에 나물도 캐보면 어떨까요? 발밑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초록 빛깔들이 나물들이 손짓합니다.
글을 쓴 김주혜 조합원은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한살림청주 이사장을 지냈고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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