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어도 꺽어도 다시 나는 생명력의 상징, 고사리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한살림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나물이야기를 쓴 지도 어느새 스무 달이 지났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봄, 여름에는 다양한 나물이 지천이라 소개할 게 많습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건나물밖에 없어, 이맘때에는 어떤 나물을 소개할지 항상 고민입니다. 다행히 겨울에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말린 고사리가 떠올라,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고사리는 이른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나는 나물이지만 보통은 생고사리 보다 말린 고사리를 많이 먹습니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삼색나물 중 하나로,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먹어온 나물이기도 하지요. 생각해보니 이달 말에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이 있네요. ‘설’이란 새해의 ‘처음’이자, ‘첫 날’을 의미합니다. 이런 날 정성스럽게 차리는 차례상에 고사리를 올리는 이유는 꺾고 또 꺾어도 끝내 올라와 피고 마는 고사리의 생명력 때문입니다. 조상들은 고사리의 생명력처럼 그 집안 자손이 대대손손 이어질 거라 여겼답니다.
고사리는 볶음용으로 많이 쓰이고 육개장이나 찌개 등에 들어가 깊은 맛을 내는 재료로도 쓰입니다. 먹기 전에는 질긴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간단한 손질을 합니다. 생 고사리는 삶고요, 말린 고사리 역시 삶아 하루 정도 물에 우려내야 합니다. 너무 오래 삶으면 흐물흐물해지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조기찌개에 고사리를 넣어 먹으면 맛이 참 좋습니다. 다른 찌개와 달리 조기찌개용으로는 말린 고사리 보다는 생 고사리 삶은 게 잘 어울린답니다. 다만 고사리에서 비릿한 맛이 날 수 있으니 삶은 생 고사리를 넣기 전에 살짝 말려야 합니다. 고사리를 볶아 먹을 땐 이렇게 해보세요. 냄비를 불에 충분히 달군 뒤 들기름에 고사리를 달달 볶습니다. 다음으로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쌀뜨물도 넣어 자작하게 볶아 줍니다. 식성에 따라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면 완성입니다. 파, 마늘을 굳이 넣지 않아도 맛이 좋습니다. 고사리와 들깨가루가 어우러져 구수하면서도 깔끔하거든요.
조기찌개 이야기를 하니, 고사리 꺾을 봄이 기다려집니다. 아직 겨울이 한창이니 조금 먼 일이긴 하네요. 그래도 한살림에는 겨우내 말린 고사리도 나오고 삶은 고사리도 나옵니다. 참 편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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