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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물품 써보니 어때요?/독자가 쓰는 사연

[잊히지 않는 밥 한 그릇] 한살림 가득한 밥상차림!


한살림 가득한 밥상차림!


·그림 박소영 한살림여주이천광주 조합원




참으로 오랜만의 한상차림이다. 이렇게 한살림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리기는…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은 2004년, 결혼을 하여 첫 아이를 가지고 얼치기 신혼살림을 꾸려가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한살림을 가입한 것은 딱히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기보다 단순히 ‘내 아이에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시작한 남편의 사업이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생활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한살림과 멀어지게 되었다. 그때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유기농’딱지가 붙은 것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죄스럽다고 느껴졌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생활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마침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언니도 한살림을 애용하고 있어 최근 다시 한살림 장보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공급 받은 한살림 먹을거리들을 보니 음식을 만들고픈 의욕이 샘솟았다. 한살림과 멀어져 있는 사이, 결혼 8년차 주부로서 나의 ‘내공‘도 조금 쌓였고 복잡하진 않지만 이런 저런 반찬들을 만들어 한 상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고 할까? 싱싱한 쌈채소, 연근, 어묵, 미역줄기, 시금치, 콩나물, 감자, 유정란… 이 녀석들로 저녁밥상을 차리며 남편과 아이들의 반응이 참 궁금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밥상을 차려놓으니 다양한 반찬에(평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못하고 살았던지라) 반가워하는 남편과 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반찬이라고 “엄마, 맛있어!”를 연발하며 이것저것 잘 먹어주는 아이들을 보니 고마운 마음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생산지에서부터 정성으로 키워져 내 식탁까지 공급된 먹을거리들, 거기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반찬을 만든 내 마음까지 더해져서 참으로 푸짐하고 행복한 저녁식사였다.

생각해보면 생활에 여유가 없다고 한살림을 멀리한 그 동안은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몇 번 한살림 마을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그만두기도 했었다. 힘들었던 그 시간 동안 두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며 작은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려 애쓰고 살아온 나 자신이 안쓰럽고 한편으로 대견한 마음도 든다. 지금껏 두 아이들의 아빠로, 나의 남편으로, 우뚝 서서 언제나 노력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도 무척 고맙다. 그리고 바깥에서 먹던 자극적인 먹을거리에 길들여졌으리라 생각했던 아이들이 ‘심심한’ 내 반찬을 맛있다며 너무 잘 먹어주는 모습도 얼마나 예쁘던지… 한살림을 다시 시작하며 내 마음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유기농, 무농약 딱지에 집착하며 ‘내 아이의 입에 나쁜 것은 넣지 않겠다’는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기까지 한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두 아이들을 키우며 다음 세대의 주인인 아이들을 위해 정말 우리 어른들이 지키고 물려줘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흙을 살리고 생명이 넘치는 땅을 위해 땀 흘리는 농민들을 돕는 길이 곧 나와 내 가족들, 나아가 모두가 사는 길임을 느낀다.

느긋한 성격 탓에 매주 월요일 주문 마감시간이 코앞에 닥쳐서야 늘 급하게 주문을 한다. 주문을 하며 “이건 우리 아들 좋아 하는 것, 또 요건 우리 딸내미 좋아하는 것, 그리고 이 재료는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을까?”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마트에서 즉흥적으로 장보면서는 맛볼 수 없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제 나와 우리 아이들은 매주 목요일 날 오시는 한살림 공급 실무자 아저씨를 즐겁게 기다린다. 앞으로도 한살림으로 우리 가족의 식탁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