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에 감초? 우리 밥상에는 마늘이 있다네
글·사진 문재형
한살림에 공급되는 마늘은 크게 난지형마늘과 한지형마늘 두 종류이다. 난지형마늘은 겨울에도 비교적 기온이 높은 제주도, 전남 해남, 전북 부안, 경북 영천 등에서 재배한다. 쪽수가 많고 대체로 알이 크며 생으로 먹거나 구이용으로 적합하다. 한지형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경북 의성과 충북 단양, 충남 당진, 경기도 여주 일대의 생산지에서 재배하며 쪽수가 6~8개로 흔히 육쪽마늘이라 불리고 알은 작은 편이지만 저장성이 뛰어나 주로 김장용으로 사용된다. 난지형마늘은 제철인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공급되는데 가정에서 사용하기 쉽게 가공한 깐마늘과 다진마늘은 상시 공급되고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는 장아찌용마늘도 공급된다. 한지형마늘은 특별품으로 수확시기인 7월부터 주문을 받아 8월에 공급되며 김장철인 11월에도 공급하고 있다.
2013년 약정된 한살림 마늘은 총 265톤으로, 74가구 한살림 생산자회원들이 36만여 세대 한살림 조합원들의 밥상을 책임지기 위해 171,570㎡(51,900평) 면적의 농지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땅속에서 시린 겨울 견딘 향과 맛
마늘은 겨울을 나는 내한성 작물이기에 마늘 농사는 가을부터 시작된다. 난지형마늘과 한지형마늘은 파종과 수확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재배방법은 비슷하다. 한지형마늘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유기인증 퇴비를 뿌리고 작물을 심기 알맞게 갈아 놓은 땅에 마늘 종자를 파종한다. 이때 심는 종자는 갈무리해두었던 자가 채종한 것을 사용하며 예전에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심었지만 요즘은 기계를 이용한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 말에는 겨우내 마늘이 얼지 않도록 비닐을 덮어주고 그 상태로 겨울을 난다. 난지형마늘이든 한지형마늘이든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 건 매한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난지형마늘은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한지형마늘은 겨울을 난 뒤부터 성장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언 땅이 녹는 봄이 오면 마늘 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마늘 대의 길이가 10~15cm정도 자라면 비닐에 구멍을 뚫어 마늘 대가 그 사이로 올라오게 해준다. 이와 함께, 유기 웃거름을 주고 마늘 위로 흙을 덮어 복토를 해준다. 이렇게 해야 풀도 적게 나고 영양이 마늘 대가 아니라 마늘로 집중 돼 알이 큰 마늘을 얻을 수 있다. 제초제를 쓰지 않기에 중간 중간 고된 제초작업은 피할 수 없다. 난지형마늘은 5월, 한지형마늘은 6월에 수확을 시작한다. 먼저 비닐을 걷은 뒤 마늘 캐는 기계가 마늘 위를 가로지르면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마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흙을 뒤엎다보니 자연스레 흙먼지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지만 생산자들에겐 인고의 시간을 보상받는 순간이다. “마늘은 매년 조합원들 밥상에 필요한 거니까 습관처럼 농사짓지요. 그런데 힘든 농사예요.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작업 한 번 하고 나면 콧속까지 새까매진답니다.” 24년째 한살림에 마늘을 공급하다 보니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해진 이성기 별방공동체 생산자는 마늘 키우기가 마치 본인의 천직인 것처럼 말했다. 이렇게 수확한 마늘은 비닐하우스 등에서 햇볕과 바람에 자연 건조한 뒤 손질을 거쳐 조합원들께 전달된다. 그렇지 않아도 몸에 좋다는 마늘인데 이렇게 각별한 정성으로 키우는 한살림 마늘은 더욱 좋을 수밖에 없겠다.
일해백리(一害百利)라는 말이 있다. 마늘이 그렇다는 것이다.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는 뜻이다. 또,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립에 동원된 인부들의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마늘을 먹였다고 하니 요즘 같이 더운 계절에 보양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먹을거리이기도 하다. 더욱이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 성분은 항암효과도 지니고 있다니 부지런히 빻아 갖은 양념으로 사용하고 된장, 고추장에 찍어 생으로 먹다보면 올여름 무더위도 그럭저럭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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