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만큼 달고 건강에도 으뜸, 단호박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설탕이나 물엿 따위를 넣지 않아도, 그저 찌기만 해도 참 달다. 오죽하면 그 이름에 ‘단’이라는 말이 붙었을까? 보통 찌개에 넣거나 전을 부쳐 먹는 고소한 애호박을 생각하면 안된다. 호박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단맛이 특징인 단호박은 서양계 호박으로 갈래가 다르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재배된 지 불과 20여 년, 짧은 시간이지만 단호박은 은은하고 깔끔한 단맛으로 조금씩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단호박은 ‘단호박’과 ‘미니단호박’ 두 종류다. 재배 방법과 공급 시기는 차이가 없고 이름 그대로 미니단호박이 좀 더 작다. 단호박은 6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저온저장고 같은 특별한 시설에 보관하지 않고도 그대로 공급할 수 있다. 4개월, 비교적 긴 기간 동안 공급될 수 있는 것은 단호박이 저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균 기온이 높은 제주도와 전남 해남, 전북 부안·진안에서부터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경북 울진·봉화와 강원도 홍천·횡성, 그리고 그 중간쯤에 있는 충남 아산 등 전국에서 고르게 재배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과 정직한 땀이 맺은 단맛
생명력 강한 봄나물들이 돋아나는 춘분 무렵부터 단호박 농사는 시작된다. 종묘상에서 구입한 씨로 모종을 내고 외출을 삼가며 아이 다루듯 정성껏 길러 한 달가량 지난 뒤 미리 퇴비를 뿌려 땅심을 키운 밭에 옮겨 심는다. 수확까지 2개월, 정식된 단호박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잎을 넓게 퍼트리며 열매 맺을 준비를 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햇살과 비를 맞으며, 농부의 정성과 함께 잎사귀가 자라난다. 재미있는 점은 단호박 잎이 다른 작물들보다 넓어서 잡초들이 힘을 못 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부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김매기에 들이는 품을 어느 정도 덜어줘 참 고맙다. 그렇다고 단호박 농사가 그저 수월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아메리카잎굴파리 같은 해충이 속을 썩이고 흰가루병도 자주 발생해 생산자들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곤 한다. “그래도 이만큼 자라줘서 고맙지요.” 귀농 11년차, 한살림 8년차인 전용기 생산자가 단호박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수확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흰가루병이 퍼진 단호박 밭은 자욱하게 안개라도 내려앉은 것 같았다. 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품도 더 들고 마음 고생도 심할 터였다. 그럼에도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과 눈가의 짙은 주름에서 한살림 생산자다운 신뢰가 느껴진다. 한살림 단호박 특유의 건강한 단맛은 그렇게 영글어가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달리고 단호박 특유의 짙은 초록색이 선명해지면 수확이 시작된다. 커다란 호박잎에 가려져 있는 단호박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서 1주일 이상 보관하며 후숙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단호박의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며 특유의 달콤함이 온전히 자리 잡는다. 조합원들에게 전해지는 건 이렇게 단맛이 충분히 깃든 뒤의 일이다.
아이들 간식으로 안성맞춤
한살림에서는 단호박의 당도를 측정하여 출하기준에 적용하진 않지만 시중 자료들을 보면 단호박의 당도는 평균 10브릭스(Brix,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가 넘는다. 대표적인 단 과일인 배의 당도가 평균 12~13브릭스이고 수박이 10~11브릭스인 것을 보면 단호박의 단맛이 결코 뒤처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단호박은 적당히 탄력 있고 무르지 않은 식감이 있다. 껍질 째 쪄, 맨손으로 잡고 먹으면 버릴 것이 없어 뒤처리가 깔끔하다. 이렇다보니 단 것을 좋아하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 간식으로 그만이다. 더욱이 단호박에는 각종 미네랄을 비롯해 섬유질, 비타민B, 비타민C 등이 함유되어 있어 아이들 면역력을 키워주고 성장기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을 고루 공급해준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간식이 고민되는 요즘,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단호박으로 준비해보자. 찌기도 하고 굽기도 하고 샐러드도 만들면 아이들이 활짝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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