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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생명위기 시대 협동조합으로 희망찾기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실장


문명 예언가들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2012년이 문명사적 전환기임은 분명하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지구적인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전례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재정’(Finance), ‘식량’(Food), ‘에너지’(Fuel) 등 소위 3F의 위기는 대표적인 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의 주목할 만한 움직임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지난 6월 17일 그리스의 2차 총선 투표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듯이,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나, 지금의 구제금융 조치는 중병 환자에 대한 생명연장 장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6월 20일부터 3일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세계 190여 나라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Rio+ 20)가 열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미 20년 전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서 했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지금까지의 성과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이런 가운데 요즘 들어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들이 부쩍 높다. 유엔에서는 올해를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해 협동조합의 의미와 역할을 널리 알리고 있고, 국내에서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협동조합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까지 나서서 협동조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수도이자 인구 1천만의 대도시 서울은 ‘협동조합’을 도시발전의 새로운 비전으로 정하고,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과제들을 민간 자율에 기반한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경기도와 전북 등 다른 지자체들도 협동조합 모델 개발과 일꾼 양성에 나서고 있고, 정부도 협동조합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6월말부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협동조합 해외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7월 첫 주에는 민관 주체들이 공동으로 ‘협동조합 주간’ 행사를 마련해 시민들에게 협동조합을 알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가의 계획경제가 가진 경직성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탐욕을 넘어 협동조합이 대안의 영역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운동과 협동운동의 창조적인 결합을 통해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으로 한국형 생활협동조합의 길을 개척해 온 한살림의 역할과 가능성을 다시금 살펴보게 된다.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협동적 생존의 확장’을 중심 가치로 삼아 시작한 한살림은 시작부터 ‘협동’이 삶의 지혜이자 생존 방식임을 분명히 해 왔다. 그리고 생명위기 시대에 협동조합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한살림은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이웃과 미래세대, 뭇 생명까지 넓고 깊게 품어나가는 활동들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다. 생명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나누는 활동을 기본으로 하면서, 협동의 힘으로 지역을 살림의 그물망으로 촘촘하게 짜나가는 일에 나서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핵심 과제인 에너지와 식량자급 문제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하고 있다. 한살림은 보리 재배 농가, 축산 사육 농가 등과 함께 국산 발아보리(바우보리)로 사료 자급율을 높이기 위한 ‘제터먹이살림협동조합’(가칭)과, 안성 지역에 새롭게 건립될 물류센터에 3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위한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가칭)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조합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하다. ‘한살림을 한살림답게’ 잘 하는 일이야 말로 생명위기의 시대에 협동조합이 우리사회에 의미 있게 뿌리내리는 길이다. “우리 한살림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