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이 땅의 모든 운동이 무언가를 지키고 살리자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되듯이 생명운동 또한 생명에 대한 경시와 폭력을 중단하고 생명 존중의 마음자리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입니다. '한살림선언'이 발표되면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이 말은 그 전부터 정책과 제도를 바꾸려는 집단적이고 의식적인 움직임이 아닌 새로운 운동을 모색하던 장일순, 박재일, 김지하선생님들이 만들어 쓰신 것 같습니다. 물질이 모든 가치의 위에 있게 되면서 대대로 내려오던 공동체의 붕괴나 인간성 상실을 불러왔고 산업문명이 가져온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인류와 지구전체 생명체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생명운동은 오염원의 제거나 정책, 제도의 일부 수정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산업문명을 새로운 문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지요. 달리 말하면 문명전환운동인 셈인데 문명을 바꾼다는 것은 먼저 세계관을 바꾸고 그 새로운 세계관에 따라 나의 사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고 자원을 마음대로 개발하여 물자가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의지하며 돕고 살던 아름다운 공동체가 붕괴되고 토양과 하천, 공기가 오염되어 마음놓고 살 터전을 잃었습니다. 생태환경과 인성의 위기라 할 수 있는데요, 이제는 곰곰이 원인을 따져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결정하고 실천해 나가자는 거지요.
사람이 모든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이루는 일부라는 자각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돕는 관계회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과 사람의 호혜적인 관계의 기초는 우선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겠지요. 자신의 삶을 외부의 자극에 내 맡기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끌고 나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남의 삶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계의 회복이 중요하지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면서 삶의 불편한 문제들을 나누다 보면 자치력
을 회복한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생활협동운동이 생명운동의 가장 중요한 실천양식이 되는데 우리 삶의 통합적인 토대인 지역에 공동체의 뿌리를 내리는 한편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생산자가 서로 연대하면서 농업회생의 열린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천을 통해 우리 삶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
고 있는 과정에 생명운동이 있습니다.
글을 쓴 윤선주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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