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앞에서 살펴본 대로 협동촌 운동의 고립된 체계에 협동조합의 경영시스템을 보완한 새로운 공동체 운동은 1970년대 들어서면서 활발해집니다. 그러나 그 뿌리는 1920년대 러시아,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노동자 자주관리, 노동자생산공동체 운동, 길드 사회주의 운동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개인들의 간접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경제조직이라면 이들 공동체는 개인들의 직접 참여와 연대, 지역적 관점 및 적정기술을 바탕으로 시도되었지만 사회주의 혁명과 세계대전 등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붕괴해 버립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스페인 몬드라곤 생산자 협동조합이나 이스라엘 키부츠 등은 살아남아 지금도 현대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되고는 합니다.
1970년대, 에너지 파동과 환경생태 위기를 겪으면서 인류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됩니다. 에너지를 비롯해 자연이 갖고 있는 자원이 무궁무진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지금 같은 삶 또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자본주의 산업문명이 가져온 풍요로운 삶을 위해 내어 준 것들-자연환경, 인간다움,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르게 살아가려는 공동체 운동이 대안사회운동으로 널리 퍼지게 됩니다.
인간소외와 생태환경 파괴라는 시대의 거대한 물살에 맞서는 운동들이 일어납니다. 인간소외의 사회체계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68혁명, 대안문화(counter-culture)운동, 뉴에이지 운동, 히피공동체 운동 등이 갖는 문제의식과 자연환경 파괴의 사회체제를 비판하는 생태주의 운동, 공동체 운동, 영성운동이 함께 하면서 각 지역에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적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영국의 핀드혼 등의 영성공동체, 호주의 크리스탈워터스, 인도의 오로빌 등의 계획적인 생태공동체 뿐만 아니라 생태마을 운동, 공동주거 운동, 지역화폐 운동 등도 이 시기에 등장하여 본격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 모든 운동의 성격이나 내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동체 운동은 자본주의 시장이 추구하는 대량생산과 소비가 가져오는 물질의 풍요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내다봅니다. 자연과 함께 살면서 천지만물이 나처럼 신령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아는 영적인 삶, 가난하고 소박하며 평화로운 삶, 얼굴을 마주보고 어떤 형태로든 만나는 것이 가능한 지역적 삶을 핵심 가치로 삼는 이유입니다.
이 무렵이 되면 분야별, 기능별 협동조합(소비, 신용, 생산, 교육, 의료 등)도 점차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참여, 유기농업 등의 공생의 가치, 협동조합 지역사회형성을 모색함으로써 열린 공동체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인간 삶 전체의 협동을 지향하게 됩니다.
*‘공동체운동 약사’는 5회로 나뉘어서 실릴 예정입니다
글을 쓴 윤선주 이사는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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