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대표
한살림 물품에 담긴 소망과 희망을 늘 생각하며 이용하고 있는가? 1986년 한살림이 문을 연 12월 4일을 맞아 스스로 물어봅니다. 28년 전 한살림 창립자인 고 박재일 회장은 <한살림을 시작하면서>를 발행하면서 “오늘의 세상은 너무나 많은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고 써버립니다. 많고 높고 빠르면 좋고 편리하면 더욱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듯 보이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안심하고 믿고 도우며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하고 있는지요? 정말, 안심하고 건강한 식품을 구해 먹을 수가 없을까요? 땅과 사람, 물건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갈라지고 못 믿는 사이가 되는 삶이 살림의 삶일까요, 죽임의 삶일까요? 또한 농산물 값이 내려가면 농민은 울고 소비자는 좋아하고, 농산물 값이 올라가면 소비자는 울고 농민은 좋아하는, 다른 이의 아픔이 나의 기쁨이 되는 삶이 옳은 삶일까요?” 이렇게 물음을 던지고는 다음과 같은 소망과 희망을 같이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1986년 12월 4일 쌀가게 문을 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쌀 4kg 주문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한살림이 이제 조합원 48만 세대를 넘어서는 우리나라 최대 생활협동 조직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살림의 규모는 커졌지만 우리가 처음 소망하던 대로 생명의 본성이 회복되고 죽임의 세상 흐름을 근원적으로 변화시켰는가? 자문하자면, 큰 아쉬움과 더욱 깊어진 시대적인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명의 무게조차도 무겁게 느끼면서 농사지은 한살림 밥을 입으로 모실 때마다 그런 마음으로 나도 남도 모시고 있는지, 이러한 한살림 가족의 삶에 감동받아 이웃들도 서로 앞 다투어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을 위해 한살림 가족이 되겠다고 나서게 하고 있는지, 우리는 그들에게 정성 다해 권하고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한살림 농민 생산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붕괴되고 식량자급기반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자식들이 건강한 밥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업은 온 우주가 인간에게 주는 생명 젖줄입니다.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생명의 위기와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더 깊은 전 지구적 관심과 헌신적인 활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하고 친한 사이가 되도록 하여,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이가 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또한 농산물의 유통단계를 줄여서 과다한 유통마진을 줄이는 직거래 활동을 펼쳐서 농산물의 품질이나 수량을 믿을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땅도 살리고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서로가 믿고 돕는 관계가 되고, 자연과 사람 모두의 건강과 생명이 보호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 운동에 많은 분들의 이해와 성원과 참여를 고대합니다.”
한살림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 희망의 씨앗을 들고 세상에 첫발을 떼던 그 뜨거운 열정을 되살려 봅시다. 나로부터 생명가치대로 살면 지금 여기 우리들과 내일의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더욱 높은 자긍심과 소명의식으로 또 새길을 만들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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