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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구제역 예방 동물복지 차원의 한살림축산이 답이다


이제홍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 생산자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양과 같이 발굽이 2개로 갈라진 우제류 가축들에게 발생하는 병이다. 증상은 고열과 함께 거품이 섞인 침을 흘리고 입안에 염증과 입술, 유두,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다. 인수공통병이 아니며 감염된 고기를 사람이 먹어도 문제는 없지만 가축에 따라 치사율이 70%까지 달하고 전염성이 강해 감염된 가축과 접촉했던 가축은 대개 매몰 처분한다.

국내 축산 농가들은 축사 위생에 신경 쓰고 백신 접종을 통해 구제역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12월,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다. 충북 진천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농가와 정부의 노력에도 전국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자칫하면 2010년 11월 발생해 2011년 4월까지 무려 350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을 매몰 처분했던 구제역 재앙이 되풀이될까 두렵기도 하다.

2011년 이후, 정부에서는 구제역 예방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금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무조건 매몰 처분을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항체형성률) 구제역에 전염된 가축 내지는, 축사별, 농장별로 구분하여 매몰 처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에서도 볼 수 있듯 백신 접종을 통한 구제역 예방은 한계가 있다. 백신을 접종한다 할지라도 돼지 같은 경우는 항체 형성률이 70%를 넘지 못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축의 면역력을 키워주기 위해 정부 차원의 축사 환경, 사료 개선 정책과 그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를 토대로 공장식 축산 탈피와 동물 복지 축산도 고민해야 한다.


한살림에서는 일찍이 대안 축산을 고민해왔다. 가축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축사, 바닥에 깔짚을 깐 축사, 항생제를 넣지 않은 사료, GMO 없는 사료, 국산 곡물사료 지향과 이를 통한 국산사료 자급률 향상, 우리보리살림 운동 등은 지금까지 펼쳐왔던 한살림의 노력이다.

구체적으로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한축회)에서는, 구제역 백신 접종은 기본으로 하되 한우는 채광과 통풍이 되는 개방 축사에서 1마리당 8.3㎡(2.5평)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 사육하고 있다. 돼지는 채광과 통풍이 가능한 개방 축사에서 1마리당 1.3㎡(0.4평)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임신한 돼지는 금속 틀(Stall)이 아닌 축사를 넓게 개조한 방사 형태의 사육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료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한우는 완전혼합사료(TMR, Total Mixed Ration)를 급여한다. 완전혼합사료는 GMO 원료를 일절 넣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조사료(볏짚, 호밀, 청보리 등)를 최대한 이용하며 깻묵, 쌀겨, 싸래기 등 농사 부산물을 자연 발효시켜서 혼합한 사료이다. 돼지는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을 통해 옥수수 사료를 배제하고 대신에 발아보리 20%와 쌀겨 10%를 혼합하여 만든 사료를 먹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축회에서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박테리아와 미네랄을 활성화해 정제시킨 BM활성수를 급여하고 있다. 짚이 깔려 있는 축사 바닥에 BM활성수를 뿌리고 이를 통해 미생물 층을 형성시켜 악취 없는 쾌적한 축사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현재, 한축회 생산자들은 구제역 발생 지역으로의 이동을 금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혹시라도 3년 전, 두 농가에서도 구제역 판정을 받아 한우 180마리를 매몰 처분했던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축산 전문가들도 구제역의 발생과 예방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축회 생산자들은 공장식 축산 탈피와 동물 복지 차원의 축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쾌적한 축사에서 좋은 사료와 깨끗한 물을 먹이는 건강한 축산을 기본으로 하되 더 나은 축산을 위한 고민도 계속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