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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는 날 올해 김장 준비를 마쳤다. 마늘과 파, 갓, 무는 과수원에 딸린 텃밭에서 나왔고 고추는 이웃들이 조금씩 나누어준 것만 해도 남을 정도였다. 새우젓과 양파 정도만 오일장에서 사왔다. 올해 처음으로 실패한 게 어이없게도 배추다. 해마다 별 신경 쓰지 않아도 실하게 포기를 안던 배추 농사를 초장부터 망쳤던 것이다. 말복 지나 배추 모종을 구해 심어놓고 과수원 일에 매달리느라 눈길을 주지 않았더니 어느 틈에 벌레가 창궐하여 속대만 남기고 모두 뜯어먹은 게 아닌가. 백 포기 넘게 심은 게 겨우 스무 포기 정도 남았을까, 그나마 속이 차지 않아 진즉에 겉절이로, 된장국으로 사라진 바 되었다. 다행히 마을에는 유기농으로 배추농사를 짓는 집이 있어 그 집에서 오십 포기를 사왔다. 그렇지 않아도 싼데 이웃이라고 거의 거.. 더보기
농사는 나라 살림의 근간이다 나는 힘든 일을 마치고 밥을 먹을 때 고영민 시인의 시 을 떠올린다. “추운 겨울 어느 날 /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 사람들이 앉아 /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밥이 나오자 / 누가 먼저랄 것 없이 /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 공손히 / 손부터 올려놓았다” 고영민, 시, , 전문 또, 나는 생일이거나 기제사가 있는 특별한 날 밥을 먹을 때, 동학에서 나오는 “밥이 하늘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기도 한다. 사람의 한평생이 ‘밥’과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숟가락을 엎어놓으면 그 형상이 무덤 같다. 생사의 거리가 이만큼 가깝고 멀다. 숟가락을 엎는 날 죽음이 마중 오리라. 밥사발을 엎어놓으면 이것 역시 그 형상이 무덤을 닮았다. 죽음이란 밥사발을 엎어놓는다는 뜻이리라. 옛말에 ‘얼굴 반찬’.. 더보기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산골 마을 들녘에 벼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달이면 맛있는 햅쌀이 밥상에 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우리나라는 세계 7∼8위권의 무역 규모와 세계 13~14위권의 국민총생산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세계 최하위권에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5년 5월 17일 내놓은 ‘2015년 신입사원 채용실태’를 보면, 대졸자들의 취업 경쟁률이 평균 32.3대 1에 이른다고 합니다. 100명이 지원했을 때 3명만이 뽑혔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2014년 농고·농대 졸업생 진학 현황’에 따르면 농고 졸업생 100명 가운데 1명, 농대 졸업생 가운데 7명만이 졸업한 뒤에 영농에 종사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이니 어찌 들녘에 벼가 익어간다고 마냥 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