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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GM작물 시험포에도 봄은 오는가

[살림의 창]

GM작물 시험포에도

봄은 오는가

이세우 들녘교회 목사

 

봄내음이 진동하고 있다. 동네 안팎에는 트랙터 소리도 요란하다. 문밖으로 나서자 거름냄새가 가득 밀려오는데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고약하다. 농촌과 떼어놓을 수 없는 생명의 냄새이지만 이번엔 아마도 발효가 덜 된 거름을 냈나보다. 봄을 맞아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농부들. 이들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최근 큰 시름덩이가 하나 더 얹혀졌다.

호남평야가 시작되는 전북 완주군 이서면 정농마을. 우리 마을은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근처에 혁신도시가 들어온다고 했고 주변에는 곧바로 ‘떳다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은 금세 어수선해졌다. 땅값이 들썩이면서 농민들도 들떠갔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 주변이 개발되는 것에 반대목소리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곳에서 계속 농사를 짓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던 건 이전하는 기관들이 농업관련 시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농업의 대표적인 기관인 농업진흥청이 옮겨 온다는 것에 큰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한때 정부가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농진청을 없애려고 했을 때, ‘뭔 소리냐’ 외치며 우리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농민들이 나서 결국 다시 살려냈던 곳이 농진청이다. 그 애정어린 기관이 우리지역에 온다고 하니 친근감도 발동하고 해서 대체적으로 환영하게 되었다. 농진청과 함께 농사도 짓고 더불어서 농가소득 뿐만이 아니라 농업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헌데 이게 웬 말인가. 다른 곳도 아닌 그 농진청에서 GMO를 연구하고 재배해서 널리널리 보급하겠다고 공표를 했다. 그것도 쌀을, 게다가 우리 마을에서.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오보이겠지, 설마”하며 사실관계를 몇 번이고 확인 해봐도 대답은 같다. 정말이란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순박하고 조용했던 농민들이었지만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등에 칼을 꽂았다”며 국가기관이 농민들에게 가한 테러라고 입을 모아 격한 감정들을 토해내고 있다.

농진청은 이미 관계시설과 단지를 모두 조성해 놓고 올 봄부터 재배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젠 더 이상 숨길 것 없이 내놓고 하겠단다. 그러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은 GM벼는 재배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 말을 믿으란다.

요즘 농진청은 주변에 있는 이장단과 몇몇 호의적인 주민들을 만나 아무 문제없다고, 안전하니 걱정들 하지 말라고 하면서 주민들끼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핵발전소 설치 시 주변 주민들에게 하던 그 말, 그 행동 그대로 하고 있다.

이제 봄이 왔다. 각종 기반시설을 다 마친 시범포에서는 곧 농사가 시작될 것이다. 농사라 이름 붙일 수 없는 GMO 농사를 말이다. 초장에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농업도시로서 농지와 농산물 생산이 많은 이곳에서 생산된 GM작물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를 비롯하여 GMO 시범포 인근 마을주민들은 급하게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촌로들이 대부분이다.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 당장은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니까 우리들은 그렇다고 치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몸이 으스스한 것은 꽃샘추위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