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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한살림 함께걸음

"이제는 농사만 짓고 싶어요"

"이제는 농사만 짓고 싶어요"
홍천연합회 두미반곡공동체의 이야기

정봉연 생산자연합회 정책기획부 대리


홍천연합회 두미반곡공동체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의 두미리 13개 농가, 반곡리 11개 농가와 팔봉리 10개 농가로 이루어진 제법 큰 규모의 한살림 생산지로 찰벼, 수박, 가지, 고구마, 호박잎 등을 한살림에 출하한다. 농한기를 맞아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요즈음이지만 두미리 생산자들에게 올 겨울은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르다. 벌써 여섯 해전에 시작된 ‘골프장 논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도청 앞의 천막 노숙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는 홍천의 구만리, 동막리, 강릉 구정리, 원주 구학리 등 강원도 내 아홉 개 마을과 두미리 생산자들이 연대해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이하 골프장대책위)’를 꾸리고, 도청 앞 시멘트바닥에 비닐천막을 치고 노숙을 한지가 벌써 100일이 훌쩍 넘었다.
 두미리는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생산지로 120여 가구가 모여 산다. 근처 서면의 4개 마을과 함께 2005년부터 유기농클러스터로조성되었고, 지역순환농업을 위해 유기한우 50두의 분뇨를 자원화 할 수 있는 시설도 지원받았다.
두미리에는 별도의 수도시설이나 농업용수시설이 없다.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종자산’ 골짜기에 고인 물로  밥을 해먹고, 세수를 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늘다람쥐, 수박넝쿨이 고루 나눠먹는 물을 품고 있는 종자산이 2007년도부터 바람 잘 날이 없다.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살포되는 농약으로 지하수가 오염되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인근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민들이다. 수질오염으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시에 실시된 주민투표에 98%가 반대표를 던졌지만 골프장사업은 주민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진행돼 왔다.
두미리 주민들은 지자체가 사전환경성검토서를 부실하게 작성했다고 지적한다. 골프장 사업자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로는 삵이 유일하게 확인되었다지만 환경단체는 일부 포유류, 곤충, 어류 등에서 다수 멸종위기 종 서식을 확인했다. 또 환경성검토협의회에 참여한 한 심의위원이 골프장 사업 재검토 또는 축소 의견을 냈으나 홍천군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두미리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농사지어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겠다는 것이다.
입춘이 지나고 본격적인 농사철이 다가오는 지금 두미리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바쁘고 괴롭다. 이제는 그만 ‘싸움’을 끝내고‘농사’에 매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유기농지에 대한 위협은 곧 식탁에 오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위협이다. 건강한 밥상을 원한다면 ‘골프장 건설 반대 싸움’에 힘을 모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