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땅에서 자란 봄 향기, 춘곤증 물렀거라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입춘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봄을 알리는 한살림 냉이도 공급되고 있다. 작년에는 2월부터 4월까지 불과 두 달 동안 공급되었지만 올해는 조합원들에게 냉이 먹는 기쁨을 오랫동안 주기 위해 생산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추위에 강한 냉이의 성질에 비교적 포근했던 겨울 날씨도 일찍부터 냉이를 공급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따라서 겨울 초입인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 초순까지 전남 영광과 전북 부안에서 가을 겨울에 키운 노지 냉이가 공급되었고 봄이 시작되는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겨우내 키운 전북 부안의 노지 냉이와 강원도 홍천에서 키운 하우스 냉이가 함께 공급된다.
1봉, 200g 단위로 포장된 냉이의 올 한 해 공급 예상량이 7만8천 봉 정도인 것을 보면 한살림 조합원들도 냉이를 무척 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긋한 봄의 전령 냉이가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냉이가 환영받는 이유는 또 있다. 봄과 함께 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냉이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B1 과 C는 피로 해소에 특효여서 춘곤증을 금세 떨쳐버리 게 해준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아 특히, 춘곤증이 곤욕스런 현대인들에게 냉이는 반가운 나물인 셈이다.
찬바람 맞으며 깊숙이 뿌리내린 냉이를 일일이 캐내는 정성
이맘 때 공급되는 냉이는, 김경진 김종천 강원도 홍천연합회 서석공동체 생산자 부부가 비닐 하우스에서 기른 것들이다. 홍천은 겨울이 매섭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하우스가 불가피하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무렵에 맞춰 냉이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농사 준비가 시작된다.
4월 말, 냉이 농사가 끝날 즈음 냉이는 번식을 위해 꽃대를 올리고 씨를 맺는다. 이 중에서 좋은 씨들을 골라 갈무리 한다. 시중에서는 종묘상에서 씨를 사 심는 경우가 많지만 두 생산자는 5년 째 씨를 받아 다시 심고 있다. 번거롭더라도 농사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하기 위함이다. 가을이 한창인 9월 말이 되면 하우스 가운데로 길게 길을 낸다. 길 양쪽으로 폭이 1m 넘는 두둑을 만든 뒤, 고운 흙에 냉이 씨를 섞어 흩어 뿌린다. 3일 정도 물을 흠뻑 주면 따로 흙을 덮어주지 않아도 대부분 싹이 튼다고 한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2월, 입춘 즈음이면 수확이 시작되다.
어찌 보면 냉이는 참 고마운 작물이다.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는 추운 겨울을 나서다. 냉이 밭에는 잡초가 잘 나지 않고 나더라도 금방 얼어 죽어 따로 김매기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생명력이 강해 퇴비 없이 물만 줘도 되고 한 곳에 냉이가 몰려서 난 경우 간단히 솎아주기만 하면 잘 자란다.
하지만 쉬운 농사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냉이는 수확이 힘들다. 일단 냉이를 캐기 시작하는 2월은 입춘이 지났다 하더라도 겨울 기운이 남아있다. 추위와 싸우며 하루 종일 냉이를 캐고 손질하다 보면 온 몸이 움츠려 들고 바람 든 무 마냥 기운이 없어진다. 냉이 밭에 쭈그려 앉아 땅속 깊숙이 뿌리 내린 냉이를 갈퀴 모양의 호미로 일일이 캐는 것도 어려움이다. 그나마 두 생산자의 냉이 밭은, 5년 넘게 유기농 인증을 받은 밭이라 농약을 뿌리는 일반적인 밭에 비하면 땅이 푹신해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캐낸 냉이는 겨울을 나느라 얼어 죽은 잎사귀 따위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포장할 때는 주의 깊게 흙을 털어준다. 이렇게 애써 손질하지만 냉이 뿌리에 잔털이 많아 흙을 완전히 없애기가 어렵다. 따라서 집에서 요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주는 게 좋다. 몇 년 전에는 깨끗이 씻은 세척냉이를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에 닿으면 냉이가 금방 물러져 지금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
봄이 오면 산으로 들로 냉이 캐러 가는 게 예부터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시달리다 보면 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언제부턴가 냉이가 귀해졌다. 생명력 강한 냉이지만 제초제에 유독 약해서라고 두 생산자는 말한다. 그러니 4월까지 한살림에 냉이가 공급되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200g 냉이 1봉이면 집에서 산골의 봄내음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냉이의 속삭임을 들어 보자. ‘봄’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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