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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살리는 이

산 들 바다가 모인 살림의 밥상, 한살림 조미김/김종우·김덕윤 산식품 생산자부부

산 들 바다가 모인 살림의 밥상, 한살림 조미김

김종우·김덕윤 산식품 생산자부부

글 사진 정미희 편집부

산식품 김종우·김덕윤 산식품 생산자부부

참기름을 발라 소금 솔솔 뿌려 석쇠에 구워낸 엄마표 김구이. 쌀밥에 김구이는 얼마나 적절한 조합인지. 갓 구워낸 바삭하고 고소한 김구이 하나면 열 반찬 부럽지 않았다. 집에서 만들자면 손이 제법 가는 이 사랑스러운 반찬은 시판 구이 김이 보편화하면서 매일의 식탁에 더 손쉽게 놓이게 됐다. 산식품 김종우 김덕윤 생산자 부부는 10년 전, 30대 초반의 나이에 지인의 권유로 조미김 시장에 뛰어들었다. 믿을 것은 생명이 살아있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두 사람의 각오뿐이었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산식품. 두 사람은 2003년 산과 들이 어우러진 이곳에 ‘산과 들과 바다와 사람을 살리는 기업’을 꿈꾸며 산식품을 세웠다. 김 공장에서 생산된 진공포장 구이김이 일반화되고, 인기가 많아질 무렵이었다. 두 사람은 위탁받은 일반 조미김을 생산하는 동시에 본래의 뜻이 담긴 자체 상표를 개발해 국산 재료로만 만든 제품을 냈다. “구이김 공장은 많았지만, 국내산 참기름 들기름을 사용하는 곳은 없었어요. 가격 경쟁이 되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국내산 참기름, 들기름으로 조미김을 만들면 참깨, 들깨 농가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죠.” 좋은 재료 없이 좋은 가공식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믿기에 1차 생산자들과 함께 성장해야 겠다는 생각도 처음부터 품고 있었다. 한살림 등 생협들에 자신들의 상표를 단 견본품을 제출하기를 여러 차례. 2005년 9월 드디어 한살림에 조미김을 내게 되었다. 당시 한살림 가공 김은 화성한과에서 내는 구이김이 전부였다. 지금은 조미하지 않고 굽기만 한 구운김밥용김, 구운참김과 구운전장김, 구운도시락김, 파래전장김, 구운자른김 등 조미김, 김자반볶음, 김부각, 다시마튀각 등 산식품에서만 9종의 김 관련 물품이 나온다. “한살림 조미김은 그야말로 최고의 사양이죠. 원부재료를 모두 한살림 생산지에서 온 것들만 사용하니까요.” 각 재료의 면면은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산식품의 김은 한살림 생산지인 신흥수산의 전통 지주식 김을 원재료로 만들어진다.

산식품의 김은 한살림 생산지인 신흥수산의 전통 지주식 김을 원재료로 만들어진다.

 

주원료인 김은 한살림에 김을 내고 있는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신흥수산에서 가져온 전통 지주식 김이다. 시중 김들은 더러 맛을 더하려 원초에부터 화학조미료를 뿌리기도 하지만, 한살림 김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추운 겨울 바람과 햇살에 노출된 채 자라기 때문에 겨울바다와 태양의 생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여느 김들처럼 염산 처리를 하면서 파래나 잡티를 제거할 필요도 없어 바다 생태계도 교란시키지 않고, 몸에 해로운 게 섞일 일 없다. “신흥수산에 가서 김을 채취하러 함께 바다로 나가본 적이 있는데 한겨울 바닷바람이 어찌나 칼 같던지… 저희는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난방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지만, 그분들은 그럴 수 없잖아요. 이렇게 고생하며 생산한 김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더 감사하더라고요.” 들기름과 참기름은 살림농산에서 가져온다. 시중의 것과 가격차가 있지만, 한살림의 원칙과 정신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마다할 수 없다. 기름은 생산된 날부터 한 달 이내의 것을 받아 사용한다. 구이를 할 때 쓰는 현미유는 국산 현미유 수급이 불규칙해 부득이 수입산을 쓰지만 방부제와 소포제 없이 생산된 것을 따로 주문해 공급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에 맛을 더하는 소금은 마하탑의 볶은소금이다. “맛소금을 사용하면 김에 감칠맛을 더하고, 오랫동안 바삭바삭해요. 향까지 맛있어지죠. 볶은소금은 처음에는 바삭하지만 오래 두고 먹을 수는 없어요.” 특히 볶은소금의 경우 입자 크기가 달라 기계에서 공급되는 소금의 양을 조절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초창기에는 소금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소비자 조합원들의 항의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하탑에서 볶은소금의 입자를 보다 균일하게 개선해주어 일정한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잔손이 많이 가는 부각과 튀각은 본래부터 직원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획한 물품이다. 지금은 조미김 생산량이 많아져 부담이 가는 상황이 되었지만, 만드는 과정에 스며있는 정성을 이해하고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는 조합원들이 있어 생산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함께 생산하던 고추부각은 일손이 부족해 또 다른 한살림 생산지인 금원산마을에 기계와 기술을 모두 전수해주었다. 1차 생산지에서 땀 흘려 자연에서 거둔 그대로, 원재료 고유의 풍미를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밥상에 전달하자는 산식품의 마음이 이들이 내는 물품들에 잘 담겨있다.

이렇게 온갖 선의와 갖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도 고민이 깊어졌다. 바로 일 년 앞도 알 수 없는 바다 환경 때문이다. 내년 4월까지 사용할 원초는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지만, 그 이듬해부터는 어떻게 될 것인지, 또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김 생산지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북쪽에는 지주식으로 김을 양식할 갯벌이 적은데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좋은 김을 생산할 수 있을지…. 밥상 위에 올라온 김 한 장의 무게가 새삼 묵직하게 느껴진다. 

아홉가지 산식품의 물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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