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나라, 각종 요리양념에 기본이 되는 고추가 빠진 우리 밥상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주식에 가까운 고추를 생산하는 일은 밥상을 지키는 일이기에 자부심이 크지만, 고추농사를 짓다보면 매운맛과 단맛을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고추가 건강하게 잘 자라면 흥겹지만, 병이라도 번지면 눈물을 제일 많이 쏟게 되는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고추농사를 짓는 농부는 씨 뿌리는 날부터 늘 노심초사하며 자식처럼 고추를 돌보지만, 특히나 여름이 되면 마음이 늘 고추밭에 있습니다. 여름이 오고 장맛비가 내리고 나면 습한 것을 싫어하는 고추들은 이때부터 탄저병과 역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땅에서 튀어 오르는 빗물에서 시작한다는 탄저병과 바람을 타고 옮겨 다니는 역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것은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농부는 하늘을 우러러 볼 뿐입니다. 석회보드도액이나 집에서 만든 식초, 막걸리, 녹즙을 섞어 뿌려보지만 일반농사에서 쓰여 지는 독극물로 만든 화학 농약만큼 효과가 있을 리 없습니다.
이토록 애달픈 시간이 흘러 가을바람이 불어올 무렵 드디어 붉은 고추를 땁니다. 풋고추는 꽃이 핀 뒤 15일부터, 붉은 고추는 꽃이 핀 뒤 45일이 지나면 첫 수확을 합니다. 붉은 고추가 고춧가루로 한살림 조합원의 손에 닿기까지 또 다른 손길이 필요합니다. 붉은 고추를 잘 씻은 다음 볕에 말린 후 건조기에 넣습니다. 고온건조로 인한 영양소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55℃이하에서 서서히 말립니다. 이러한 기준을 지키기 때문에 한살림 건고추의 고추씨는 70%이상 다시 발아됩니다. 좋은 볕으로 빛깔 좋은 고추가 무사히 조합원들께 전해질 수 있도록 손 모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만든 건고추 고춧가루.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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