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향긋한 노지재배 시금치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사실 한살림 시금치는 사계절 내내 공급된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충북 청주, 청원에서 시설재배한 것이 나오고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전북 부안과 전남 해남의 노지에서 키운 시금치가 공급된다. 이맘때 나오는 노지 시금치는 탁 트인 들판에서 눈보라와 겨울 바람을 맞고 자란다. 추위를 견디느라 모양이 매끄럽지만은 않지만 달고 고소한 맛에 향마저 일품이다.
노지 시금치 농사는 보통 지난 해 가을 파종하기 전에 퇴비를 넉넉히 넣어 땅을 갈아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비닐을 덮는다. 파종을 한 지 약 3개월이 지나면 15센티미터가량 자라 수확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출하시기를 고려해 9월부터 11월까지 시차를 두고 파종을 한다. 비닐덮개에 뚫어놓은 구멍마다 4~5알씩 씨앗을 넣지만 여전히 잡초 제거가 큰일이다. 시금치가 나오는 구멍에는 잡초들이 함께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주는 수밖에 없다. 혹시 뿌리가 엉켜있어 시금치가 같이 뽑힐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 한다. 시금치는 습기에 약해 10월에 비가 많이 내리면 노균병, 회색 곰팡이병이 생길 수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못하고 돌려짓기를 통해 사전에 병을 방지하는 것 정도가 대응책이다. 병이 심하게 돌면 약속했던 출하량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
본격적인 수확은 12월부터 시작된다. 노지 재배를 하는 부안이나 해남이 비교적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이곳들도 추울 때는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많다. 이럴 때 칼바람을 맞으며 작업하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이때가 원래는 농한기라 여름내 흘렸던 팥죽 땀을 보충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도 농번기 못지않게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는 생산자들의 고충이 보통이 아니다. “암만 날이 풀렸다 해도 손발이 시리고 고생스럽지요. 그런데 이맘 때 시금치가 제일 달아요. 추위를 견디고 자란 시금치가 맛이 좋으니 힘들어도 해야지요.” 부안의 산들바다공동체 이백연 생산자는 담담한 말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수확한 시금치는 눈보라를 견딘 징표로 훈장처럼 노란 잎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손이 많이 가지만 이것들을 일일이 손질해 조합원들께 공급한다.
기후변화의 영향 탓인지 갈수록 겨울 추위가 가혹해지고 있다. 지난겨울도 매서워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 공급 시기도 조금 늦춰질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맘때 밥상 위에 초록빛을 책임지는 채소 노지재배 시금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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