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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535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달빛이 고운 9월입니다. 옛 어른들은 음력 8월을 아름다울 가, 달 월을 써서 월(佳月)이라 불렀습니다. 그 고운 달빛이 제일 큰 만월이 되어 휘영청 떠올라 온 세상을 밝혀주는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일 년 내내 논과 밭에서 흘린 땀이 알알이 담긴 오곡백과, 높은 하늘과 청명한 날씨, 아름다운 보름달. 하나씩 떠올리면 마음에 먼저 보름달이 뜹니다. 추석에 빚어 먹는 반달 모양의 송편에는 이미 꽉 차 기울 일만 남은 보름달보다 앞으로 차차 커져서 보름달이 될 반달에 더 희망이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여든여덟 번의 손길로 정성껏 키운 쌀에 쑥, 단호박, 흑미로 고운 빛을 내고 깨와 녹두로 소를 채워 만든 한살림 송편을 나눠 먹으며 그런 마음을 나누면 어떨까요. 지금.. 더보기
소식지 534호 _ 힘겹게 자란 포도가 더 단 법이죠 힘겹게 자란 포도가 더 단 법이죠이홍재·구자희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생산자 부부 대학시절부터 바라 왔던 귀농의 꿈을, 18년 만에야 이뤘다. 경북 상주 화동, 포도밭 4,960여 제곱미터(1,500평)와 집 지을 동안 지낼 컨테이너 하나로 단출한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한살림 포도 생산지인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고 첫해부터 감행한 친환경 포도농사. 쉬울 리 없었다. 무엇보다 베어도 베어도 되살아나는 풀의 무서운 기세 앞에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었다. 거름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몰랐고, 여느 농부들처럼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나무와 풀, 땅과 계절을 알기까지 몇 해가 흘렀다. 귀농 11년차. 부부는 이제 포도밭에서 뭇 생명들의 치열한 삶을 본다. 매년 흥하고 .. 더보기
소식지 533호 한여름의 보물단지 호박편수 한여름의 보물단지 호박편수만두를 빚으며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여름의 맛이라고 알게 해준 당신께 감사하다고. 남들은 더운 여름 무슨 청승이냐고 할지 모르나, 맛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입니다. 부드러운 만두피를 씹으면 입안에서 차르르 열리는 만두소. 그것은 마치 보물상자를 여는 것과도 같습니다. 아삭하게 씹히는 애호박, 부드럽게 살캉하고 씹히며 풍미를 더하는 표고버섯, 재료 사이사이 들어가 개운한 맛을 더하는 고추의 조합.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담박함이 당신을 닮았습니다. 재료가 있어 다른 계절에 만든다 한들 콧잔등의 땀방울을 식히는 이 맛이 절정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만들 때의 사사로운 수고는 함께 먹는 이와 누리는 행복에 비하면 기꺼운 일임을 몸으로 가르쳐 준 당신. 백 마디의 말보다 당신이 맛..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