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희 한살림경남 농산물위원장
겨울비가 내리는 날. 앉은뱅이밀을 공급하는 경남 고성 논두렁공동체 생산자들을 만났다. 앉은뱅이밀은 다른 밀에 비해 키가 작아 붙여진 이름으로 50~80cm까지만 자라며, 당도가 높고 글루텐이 적어 구수한 맛이 나고, 차지며, 병충해에 강하며 우리나라 기후풍토와 잘 맞는 토종 종자라고 한다.
고성은 오랜 노력으로 약 330,578㎡(10만 평) 정도의 친환경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그 중 132,231㎡(4만 평)의 농지에 한살림 논두렁공동체 우동완, 우창호, 김동길, 김영관, 권진기, 정양호, 최낙판 생산자 이렇게 7분이 메벼와 앉은뱅이밀을 이모작 형태로 생산하고 있다. 앉은뱅이밀은 그동안 종자 확보의 어려움이 있어, 2013년에 직접 2필지 5,950㎡(1,800평)에 종자를 심어 씨를 받고, 잡이삭(보리 등)을 제거하여 100% 앉은뱅이밀 씨를 받았다. 2014년 11월 상순에 115,702㎡(3만 5천 평)에 40톤을 목표로 파종하였고, 2015년 6월 수확을 하게 된다.
보여주신 영농일지에는 공동방제로 사용한 천연 약재 목록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이곳의 농지는 자가 축분을 기본으로 한 퇴비를 쓰고 있는데, 소들은 이곳에서 나는 볏짚과 맥각 등을 먹고 자라며, 이외에도 한살림 유기농 기준에 맞는 유박을 사용하고, 웃비로는 천연 약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계곡 물인 저수지 물(수질검사 인증)을 끌어와서 사용하고 있다.
제초는 우렁이농법을 사용하는데 정착된 지는 8년 정도 된다. 논을 갈아 바로 우렁이를 투입하고 물을 대면 바로 잡초가 발아하는데 우렁이들이 이 어린 잡초를 먹는다. 우렁이 투입 후 10일이 지나면 모내기를 하는데, 모심기하는 동안에는 이앙기가 일으키는 물살로 우렁이들이 밀려 나가 우렁이가 죽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자라는 잡초들은 우렁이들이 먹어 제초가 된다고 한다. 벼 수확 후 제초작업은 경지 정리 2~3일 후 자가축분, 깻묵 퇴비를 넣어 하고, 밀씨를 파종한 뒤 다시 경지 정리를 하면 풀들이 자라도 이미 튼튼하게 자리 잡은 밀을 이길 수 없게 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밀 사업본부에서 취급하는 품종은 주로 금강밀, 조경밀로 개량종인데, 개량종은 평당 생산량이 1.5㎏ 정도이고, 앉은뱅이밀은 1.2㎏으로 평당 수확량이 더 적다. 벼와 이모작을 하는 경우 늦어도 6월 10일까지 모심기를 해야 하는데, 앉은뱅이밀은 6월 15일이 넘어야 모심기할 수 있기 때문에 벼 수확 양도 줄어든다. 때문에 가격에서 개량종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밀은 수분함량이 30%로 3일 정도 건조하여 13%로 떨어뜨린다. 제분량은 껍질이 얇아 개량종보다 많은 편이며, 개량 통밀은 두세 번 도정해도 색이 짙지만, 앉은뱅이밀은 한 번만 도정해도 색이 밝다고 한다.
벌써 올여름, 햇 앉은뱅이밀이 한살림매장에 앉아있는 모습이 기다려진다. 기원전 200~300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앉은뱅이밀이 지금 고성 넓은 들판에 싹을 틔우고 푸르게 푸르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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