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슬금슬금 물러가고 있다. 겨우내 실내에서 움츠렸던 몸을 이끌고 봄기운을 내뿜는 자연을 만끽하러 등산을 가기에도 좋은 날씨다. 농촌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준비를 시작하고, 학교나 회사에서는 신입들을 맞아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때다. 고단한 노동의 한가운데서 방울방울 흘리는 땀을 안주삼거나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피로를 푸는 데에 제격인 막걸리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오늘날까지 우리와 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이런 막걸리가 한살림에서도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조합원들이 아직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인터넷이나 전화주문으로는 공급이 되지 않고 매장에서만 공급되고 있으며, 한살림과 인연을 맺은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남 계룡시에 있는 <장인정신>의 이진태 대표는 2009년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찹쌀막걸리를 시험생산한 뒤, 2010년에 제품을 출시하여 2011년부터 한살림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전통주 유통업체를 운영하면서 차츰 생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직접 생산을 하고 연구도 하다 보니, 시중의 막걸리가 진정한 의미의 전통주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진정한 전통의 맛을 계승한 막걸리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로 <장인정신>을 시작했다.
“원가를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량된 방식으로 생산하는 시중의 막걸리는 겉모습은 전통주이지만, 사실은 이윤추구를 위한 공산품같은 제품이 많습니다.” 이진태 대표는 시중막걸리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천연발효제인 우리밀 떡누룩과 생산된 지 1년 이내의 유기농 햅찹쌀로 전통주를 빚는다.
유기농 햅찹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
통밀을 깨끗이 씻어 말려 빻은 후 물을 섞고 꼭꼭 눌러서 빚어낸 누룩과, 쌀가루에 끓는 물을 넣고 골고루 저어 만든 범벅을 합한 밑술을 5일 정도 발효시킨다. 그리고 담아 놓은 밑술과 고두밥, 물을 합하여 골고루 버무려 덧술을 안친 후 약 4-6주간 발효시킨다. 숙성이 끝난 후 이를 제성기에 넣어 분쇄와 거르기를 하면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방식으로 찹쌀막걸리가 완성된다.
이렇게 빚어진 술은 과실향과 꽃 향기를 머금고 있으며, 깊고 부드러우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특히 멥쌀이 아닌 찹쌀로 빚은 술은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당류가 형성되어 먹기 좋은 단맛이 난다. 또 술을 거를 때 누룩 입자가 많이 들어가 나는 텁텁한 맛은 전통막걸리를 마실 때만 느낄 수 있는 유쾌한 경험이다. 찹쌀막걸리는 맛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유익하다. 우리밀 누룩에 의해 저온 발효되었으므로 효소, 효모, 유산균이 풍부하고, 유기농 쌀로 빚었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섬유질 등 쌀의 영양성분도 흡수할 수가 있다.
막걸리는 농주(農酒)나 가주(家酒)로 불리지만 유백색의 어머니의 젖 빛깔 때문에 모주(母酒)라고도 불린다. 생명운동과 한살림운동을 펼친 고 장일순 선생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이진태 대표가 그의 생산철학대로 베풀고 모시는 마음으로 술을 빚는 과정은,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젖을 주는 그 마음과 닮았다. “조합원들께서 <장인정신>의 찹쌀막걸리를 통해 한민족 고유의 자연순응과 생명조화의 유전자를 깨우고, 맛의 기억을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진태 대표의 간절한 마음이, 한 모금 마실 때 혀 끝에 와 닿는 술의 깊고 부드러운 맛에 온전히 녹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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