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합없음의 가치를 이어가는 건강살림이
한결웰빙 황인숙 생산자
글‧사진 정미희 편집부
새해 소원이나 결심을 물으면 대개들 “건강”을 말한다. 다이어트와 운동, 금연 등을 결심하는 것도 신년벽두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건강이 사전에 정의된 대로 “육체적으로 아무 탈 없고 튼튼한 상태”라기보다는 유행에 따르는 몸매의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된 건강은 몸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매일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시류를 좇아 무리하게 자신의 몸을 맞춰가는 게 아니라 몸의 주인으로서 균형 잡힌 생활을 유지하는 일, 그것은 일상에서 한살림을 실천하는 일과 다름없을 것이다.
1989년 10월, 대치동에 새로 둥지를 튼 한살림과 인연을 맺고 조합원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한 이가 있었다. 대치동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 황인태 씨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다가 자신의 생각과 한살림이 추구하는 바가 잘 맞는다 싶어 뒤에 자문위원이 되었고, 유기농을 왜 먹어야 하는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는 어떤 약효가 있는지, 밥에 대한 철학과 농산물이 가진 특성 등을 알려주며 조합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도록 도왔다. “초창기에 회원 가운데 한의사는 저밖에 없어서 그 일을 하게 된 거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는 한살림 자문위원뿐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맹 진료부장, 귀농운동본부 건강수련회 등에서 활동하며 건강강좌를 열어 자신의 한의학 지식을 이웃들과 나누려고 애써왔다. “자기 몸을 스스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가벼운 질병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것은 한의사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일반인이 당연한 누려야하는 건강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살림에 쌍화차, 총명차, 십전차, 경옥고 등을 내고 있는 한결웰빙의 황인숙 생산자는 1992년부터 오빠 황인태 씨와 함께 일하며 이런 생각들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서른 살 때 고향인 여수에서 서울로 올라온 황인숙 대표는 산지와 경동시장 등으로 약재를 구하러 다니는 일부터 시작했다. “먹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어야 한다는 게 오빠의 지침이었어요.” 하물며 약재는 어땠을까. “약재가 좋지 않으면 지은 약에 약효가 없다고, 약재의 가짓수가 적게 들어가더라도 좋은 약재를 쓰는 것이 낫다고 배웠죠.” 1995년 10월부터 그녀는 오빠가 운영하는 한의원과 함께 마로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십전대보탕, 경옥고, 쌍화탕, 총명탕을 한방처방대로 만들어 한살림에 냈다. 일상적으로 한의원에 가기에는 문턱이 높은 소비자 조합원들이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물품을 내자고 오빠와 뜻을 모은 것이다. 약재를 고르는 일부터 납품기한을 맞추는 것까지 가족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엄하게 일을 가르치는 오빠 때문에 어려웠지만 그 때 힘겹게 익힌 조제법과 귀하게 인연 맺은 약재 구입 경로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년 동안 신뢰로 이어져온 관계예요. 구입처를 늘 세심하게 점검하면서 약재의 질을 지켜가고 있어요. 약재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요.” 황인숙 대표는 약재를 납품하는 사람의 성품을 보면 약재의 질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다져온 약재와 약재를 대는 이들에 대한 자부심이 한결웰빙이 내는 모든 물품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2001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로마을의 문을 닫고 그는 다시 고향 여수로 돌아와 한동안 휴지기를 가졌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차를 달인다는 마음을 담아 ‘한결웰빙’이라고 이름을 짓고, 식품제조허가를 받았다. 준비를 마친 뒤 2006년 4월부터 예전과 같은 사양으로 한살림에 쌍화차, 십전차, 총명차와 홍옥고, 경옥고를 내고 있다. 특히 쌍화차는 한살림 조합원들의 겨울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덕분에 긴 감기가 낫고, 몸이 개운해졌다며 직접 전화를 한 조합원도 있을 정도다.
“한살림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유해졌어요. 항상 잘 웃고, 남에게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됐죠.”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변화한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는 그는 일상에서 한살림을 사는 바로 그런 이다. 그런 사람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는 물품들. 더욱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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