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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과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



                                                                                                              박맹수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장

안녕하십니까. 일본 교토대학에 와 있는 박맹수입니다. 저는 요즘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이 되는 3월 11일을 앞두고 일고 있는 일본 시민사회의 다양한 움직임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여기저기 관련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2월 14일 오후에도 한 생협에서 주최한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의 ‘탈원전 특별위원회’에 참석하고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온도가 급상승했다는 소식은 신문 보도 등을 통해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2호기 온도 상승은 작년 12월, “사고 원자로의 냉온정지(冷溫停止)가 안정 단계에 들어갔으므로 사고가 수습됐다”고 선언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허구였던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진행’ 중입니다. 사고원전에서는 지금도 시간당 몇 천만 베크렐 이상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되고 있으며, 많은 시민들이 계속적으로 피폭(被曝)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사고원전 처리가 완료되기까지 앞으로 30년에서 50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원전사고로 오염된 지역의 제염(除染) 문제도 심각합니다. 방사능 오염 물질을 이동시키게 되면 또 다시 다른 지역이 오염되므로, 수거한 방사능 오염 물질처리에 대해 지자체 간 갈등과 주민간 갈등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방사능은 이렇게 공동체마저 산산조각 만드는 데도 일등공신입니다.

 2월 20일, 오사카 지역 칸사이전력(關西電力) 산하의 원전 17기 모두가 가동을 멈췄습니다. 3월 중순에는 도쿄 지역의 도쿄전력(東京電力) 산하 원전도 모두 멈춥니다. 즉, 3월 중순경이면 일본 내 모든 원전이 멈추는 ‘상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이 ‘상상하지 못했던’ 사태를 앞두고 원전 추진론자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2월 16일자 『아사히신문』 1면 톱기사 <再嫁動說得 必死의 關電> 참조). 그들은 원전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사생결단의 태세로 온갖 공작(工作)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예측으로는 원전 추진론자들이 “정전사태마저 조작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반해 탈원전(脫原電, 또는 反原電) 진영의 대응은 원전 추진론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 비해서는 조금 느슨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아주 근본적인 대응 논리와 방법 모색을 위해 전에없던 열기를 보이고 있으며, 광범위한 지역네트워크를 형성한 가운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전은 생명의 세계와 공존이 불가능한” 지극히 반생명적(反生命的), 생명파괴적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그 반생명적인 원전에 의존하는 ‘편리한’ 삶의 방식에 우리들은 익숙해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반생명적 원전을 없애려면 우리 자신의 ‘편리한’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그 다음 그 자발적인 성찰에 기초하여 생명파괴적인 ‘편리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실천을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해야 합니다. 지금 일본 시민사회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존의 ‘편리한’ 삶의 방식을 개선하여 탈원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준비해 가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다가오는 3월 11일은 바로 그 치열한 토론과 노력의 결과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날이 되리라 믿습니다.



박맹수(朴孟洙)

현재 일본 교토대학대학원 인간환경학연구과 공생인간학전공 객원교수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
한살림 모심과 살림연구소 이사장
주요저서 <<개벽의 꿈-동학농민혁명과 제국일본>>(모시는사람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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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동경대전>>(지만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