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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자연에서 온 귀한 것

태양과 바람이 남긴 바다의 맛, 한살림 소금


이 계절 최상의 결정이 만들어진다


태양과 바람이 남긴

바다의 맛,

한살림 소금


정미희 편집부

 

태양이 작열하는 염전 한 가운데 마하탑 유억근 생산자가 부지런히 소금을 그러모은다. 자연이 선사하는 황금의 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소금이란 모름지기 쓴맛이 없고, 그 끝맛은 달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금이 짧은 시간에 결정 結晶 하여야 하는데, 일교차가 적은 한여름(5월∼9월)이 최적의 시기다. 인류가 이용해온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조미료이자 음식의 기본 맛을 내는 양념인 소금은 이 계절을 지나며 가장 보석 같은 맛을 간직한다.




 우리 밥상에 주로 쓰이는 소금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과 바닷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어낸 정제염으로 구분된다. 천일염은 정제염보다 칼슘, 마그네슘, 아연, 칼륨, 철 등의 천연 미네랄과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정제염은 기계 공정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미네랄 성분도 함께 제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차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김치, 젓갈, 생선, 장류 등 발효음식에 사용하면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유익한 미생물이 천일염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을 먹이 삼아 생육이 활발해지면서 발효를 촉진시킨다. 발효음식의 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천일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염전의 소금보다 염화나트륨의 성분은 적으나 우리 몸에 이로운 칼륨과 마그네슘은 2∼3배 많다. 이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천일염 생산지인 갯벌의 생태계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10m에 가까울 정도로 큰 편으로, 간조와 만조를 거치며 햇빛과 산소를 공급받아 갯벌이 기름진 논처럼 비옥해진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좋은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천혜의 조건인 것이다. 외국은 바닷물을 가둬두고 그냥 증발을 시키는 반면 비가 많이 내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저수지에 바닷물을 가두고, 며칠에 걸쳐 햇빛에 증발시켜 소금성분을 높인 뒤 마지막으로 결정지에서 소금 결정을 얻는다.


 국내 천일염 최대 생산지는 전라남도 신안군으로 전체 생산량의 65%를 차지한다. 한살림 소금도 신안군에 있는 임자도에서 생산된다. 마하탑의 유억근 생산자는 아무도 천일염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던 1987년부터 한살림에 소금을 내고 있다. 처음 한살림에 소금을 공급할 무렵 만해도 한살림조합원은 불과 몇 백 세대에 지나지 않았다. 한 달 공급액도 고작 5만 원 남짓이었다. 힘들었지만 한살림 실무자들과 소비자 조합원들의 격려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소금에 담긴 정직함을 알아주는 조합원들께 질 좋은 여름 소금만을 공급했다. 올 여름 마하탑 직원들은 유난히 더 바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 때문이다.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 영향이 소금 사재기 열풍으로 이어져 올해 햇소금이 나올 때까지 공급될 계획이었던 양이 2011년 4월 한 달 만에 모두 소진되었기에 이번 여름에 1∼2년 분량의 소금을 비축해 두어야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으로 소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생산된 소금은 가을께에 공급될 예정이다. 흔히들 묵은 소금이 더 나은 소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금은 숙성기간이 따로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묵은 소금과 햇소금에 질적 차이는 없다. 묵은 소금과 햇소금의 차이는 쓴맛이 나는 간수가 빠진 정도가 다른 것인데, 한살림 소금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탈수해 간수를 거의 제거하고 공급하고 있다. 30㎏ 소금을 2년 이상 자연 탈수하면 21㎏이 되는데 자연 탈수 기간 없이 원심분리기를 사용해도 21㎏이 된다고 한다.



 마하탑은 조합원들이 더 안심하고 소금을 먹을 수 있도록 매년 미국 FDA승인, 다이옥신 검사, 석면 검사 등 다양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염전의 주변 환경과 소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위생적으로 관리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소금은 우리가 준 것 없이 햇빛과 바람이 바닷물을 마르게 해 온전히 자연으로부터 얻는 것이기에,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염부의 땀방울과 자연이 만난 결정체, 소금. 올 여름 그 보석 같은 맛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