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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을 짓밟은 송전탑, 밀양만의 문제인가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611일 정부와 한전은 경남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4개 철탑부지의 농성장을 철거했습니다.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연로한 주민들이 다치고, 수녀 분들이 끌려나오며 팔이 부러지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정부와 한전이 이렇게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바로 원전확대정책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23개인 원전을 41개 정도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원전을 짓고, 수명이 끝난 낡은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합니다.

이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곳이 바로 밀양입니다. 밀양에서는 9년째 주민들이 765000볼트 초고압 송전선 반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송전선은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건설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의 안전성입니다. 지금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는 낡은 원전들과 새로 건설하는 원전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미 수명이 끝난 고리1호기를 포함해 현재 6개의 원전이 있고, 2개의 원전(신고리3,4호기)이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고리5,6호기가 곧 착공될 예정입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0개의 원전이 한 곳에 밀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원전이 밀집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원전들이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을 훌쩍 넘겨 37년째 가동 중인 원전입니다. 기계의 수명이 끝났는데 수명을 늘려서 사용하는 일이 안전할 수 없다는 건 상식입니다. 또한,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신고리3,4호기는 위조부품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나 부품교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고리3,4호기는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설계인증신청을 했다가 접수조차 거절당한 원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문제는 단지 송전탑 문제가 아니라 원전 문제입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끝나면, 낡은 원전을 수명연장하고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더 쉬워지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원전사고의 위험 속에 빠뜨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밀양이 밀양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밀양 외에도 초고압송전탑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입니다.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를 예정인 새로운 765000볼트 송전선이 노선선정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2, 3의 밀양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 새로운 초고압 송전탑이 필요 없습니다. 송전선을 계속 건설하는 이유는 바닷가에 원전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방법이 아니라, 전기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재생가능에너지, 가스열병합발전 등 지역분산형 발전을 늘려나가면 원전도 필요 없고 초고압 송전탑도 필요 없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을 쓴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참여연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다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녹색당 창당작업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행복하려면 녹색』 『지역, 지방자치 그리고 민주주의』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