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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이상기후에 대처하는 생산안정기금 소비자 생산자가 함께 조성합니다


구장회 생산자연합회 사무처장

 

농사일이라는 것이 항시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요 몇 년 사이는 힘든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몇 년에 한 번, 혹은 1년 농사 중 한두 작물 흉년이 드는 일이야 하늘의 뜻이라 여기지만, 그것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2년, 3년 계속된다면 누구라도 견뎌낼 농사꾼은 없습니다. 생활은 힘들어지고 빚은 늘어 가는데 무슨 용기를 내어 또다시 농사를 지을까요? 최근 들어 많은 생산자들이 이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농업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이 한살림의 최우선 농업정책인데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상기후와 재해로 고통 받는 생산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로가 되고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고자 도입한 정책이 바로 ‘생산안정기금’입니다.

생산안정기금 조성은 한살림 회원조직이 각 조직별로 공급액의 0.2%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금으로 전환하는 일로 시작합니다. 이는 조합원들이 물품을 구입할 때, 금액의 0.2%만큼 생산안정기금이 적립되는 일이기에 조합원 모두가 생산안정기금 조성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합원들이 기금조성에 참여하면 생산자들 역시 그 금액만큼 함께 기금 조성을 하게 됩니다. 0.2%×2란 수치가 그리 커 보이지는 않지만 생산안정기금이 시작한 첫 해인 작년에는 8억5천여 만 원이 모였고, 올 2013년도에는 모두 11억여 원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자연재해(태풍, 강풍, 폭설, 폭우, 한파 등)로 발생한 생산자들의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데 쓰입니다. 기금 집행기준을 보면 농산물의 경우 한살림과 약정한 출하량의 50%에 못 미칠 경우 그 차액만큼 지원하게 됩니다. 예컨대 100%를 약정했는데 자연재해로 45%밖에 출하 하지 못했을 경우 나머지 5%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자들이 물품을 출하하면 그 출하액의 50~60%는 생산하는데 드는 생산비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안정기금의 목표인 약정량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지원은 결국 생산비를 보존해주는 정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농업용 생산시설과 가공용 시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는 피해액의 10%를 지원합니다. 또한 한살림 자주기준치 이상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어 공급을 하지 못하는 물품은 기타재해로 인정하여 1차 농산물은 약정수량과 공급수량의 차이만큼 전액 지원하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의 경우 한살림 공급을 위해 완전 가공되거나 반가공된 물품, 매입한 가공원료 재고량에 대해 전액 지원합니다.

지난해에는 볼라벤을 비롯하여 태풍들이 연이어 피해를 입혔고, 기록적인 가뭄과 이상고온, 폭설 등의 재해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생산자들의 피해가 매우 컸는데 모두 3차례에 걸쳐 279명의 생산지에 총 3억7천여 만 원의 생산안정기금이 지원되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많은 생산자들이 재해로 인한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기금이 지원되어 큰 힘이 되었고 한살림 생산자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고 그 고마움을 전해 옵니다.

그러나 기금조성을 통한 피해 지원만으로 이상기후시대 생산자들의 어려움을 온전히 극복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생산자들도 이상기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농법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조직차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생산·출하기준, 물품 취급기준이 이상기후시대에 적합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이렇듯 한살림 구성원 단위들의 노력과 지혜들이 모아질 때 우리는 한살림 생산지를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한살림의 운동정신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끝으로 우리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한살림 생산자들을 걱정해 주며 생산안정기금 조성에 기꺼이 동참해 주신 한살림 소비자조합원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