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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살리는 이

옹골차게 만든 한살림 팥죽, 호박죽

옹골차게 만든 한살림 팥죽, 호박죽

김영선 토리식품 생산자

좋은 재료로 첨가물 없이 옹골차게 만든 한살림 팥죽 호박죽

동짓날 긴긴 밤 귀신을 쫓기 위해 조상들은 붉은 팥죽을 끓여 먹었다. 이날 이 지나면 해가 다시 길어지는 것을 마치 새해 첫 날처럼 반기며 이웃들과 나눠먹던 팥죽 한 그릇.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의 담백한 그 맛은 한 겨울 추위 속 움츠러든 마음에 온기를 더해줬다. 그 추억의 맛을 되살린 전통 팥죽을 지난 4월부터 한살림에 내고 있는 토리식품에 다녀왔다.

토리식품은 거짓 없는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김영선 생산자는 전업주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이웃 주부들과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는 어렵고, 사 먹이자니 화학첨가물이 맘에 걸리고 다양한 가공품에 대한 갈증이 컸어요. 그러다 그럼 내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책을 뒤지고, 주변에 물어가며 집에서 손수 토마토케첩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웃들과 나눠먹던 이 토마토케첩은 주변에 조금씩 소문이 나 다른 생협에 물품으로 내게 되었다. 작지만 야무지고 옹골차다는 의미를 가진 도토리를 떠올리며 토리식품이라는 회사 이름도 지었다. “국산 재료만으로, 첨가물 없이 맛있는 가공품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렇게 김영선 생산자는 아이 키우는 주부의 입장에서 먼저 자신이 필요를 느낀 것들을 철저히 연구해서 물품으로 만들어 냈다. 한살림 토마토케찹, 카레(순한맛/매운맛), 바로먹는카레, 핫케이크가루, 옥수수병조림, 토마토식초, 팥죽과 호박죽 등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요즘 토리식품은 팥죽과 호박죽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살림 토리식품

담백하고 고소한 팥죽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어릴 때 먹던 팥죽 맛이다’, ‘팥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팥죽 맛의 비결을 물으니 망설임 없이 원재료인 팥을 꼽는다. “팥이 달라요. 50일 팥(토종 팥)을 사용해요. 일반 팥에 비해 색감도 떨어지고, 삶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만 오랫동안 끓이면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나거든요.” 무엇보다 좋은 재료에서 맛이 난다는 생각에서 상주 농민들에게 직접 토종종자를 나누고, 재배법도 알려주어 원재료를 확보한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옛 방식대로 쌀을 넣는 것이다. “시중의 팥죽은 다 단맛이 나더라구요. 예전에 집에서 끓여먹던 팥죽은 간간하고 밥알이 씹혔는데 왜 그런 팥죽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토리식품의 팥죽에는 씹히는 식감을 살리기 위해 용기에 끓인 죽을 넣고 거기에 삶은 팥과 쌀을 더해서 포장한다. 약간의 볶은소금으로만 간을 한 단맛 없는 한살림 팥죽은 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하다.

호박죽의 주원료인 호박은 인근 상주지역에서 재배한무농약 단호박과 늙은호박이다. 늙은호박은 과육이 두껍고 향이 진한 맷돌호박만을 사용한다. 늙은호박은 일일이 사람 손으로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들지만,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드린다는 생각에 이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주변과 더불어 함께 운영하는 지역기업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호박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고(73%) 여기에 무농약재배 이상의 찹쌀과 멥쌀을 더한 것이 진한 호박죽 맛의 비결이다.

죽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을 묻자 “팥죽은 꼭 따뜻하게 데워 내용물을 골고루 섞어 먹는 것이 좋아요. 팥죽에 새알심이 그리울 땐 한살림 유기조랭이떡을 데친 뒤 넣어 먹어도 좋고요. 호박죽은 데워 먹어도, 차게 먹어도 맛있더라고요.” 이렇게 덧붙인다.

찬바람이 매서운 계절,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 한살림 팥죽, 호박죽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 어떨까. 몸도 마음도 따뜻한 세밑이 될 것 같다. 동짓날만큼은 춥고 배고픈 사람 없도록 팥죽을 나누어 먹던 조상들의 그 마음처럼 말이다.

 

 

 

 

한살림에 공급하는 토리식품의 물품들

한살림 죽류 장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