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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살리는 말

<살리는 말> 경인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삼경론(三敬論)의 두 번째는 경인(敬人)인데요, 생태주의나 녹색운동에서는 지나치게 인간 중심인 세상에 대해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의 자본주의나 산업문명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는 인간이 철저하게 도구화되어 있습니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단지 생산이나 소비의 도구나 수단일 뿐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을 바라보는 모든 가치 척도가 오로지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정해진다는 거지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등 사람에 대한 차별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추구하는 생명문화운동을 달리 말한다면 아름다움의 가치를 우리 삶의 선택 기준으로 만들어가
는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동양학자 박현 선생은 아름다움은 ‘알움’답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알’은 타고난 본래 모습을 말하고 '움'은 싹이 튼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타고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제대로 싹트고 피어나는 것이 가장 보기 좋다는 말이지요. 사람으로 말하면 돈이나 권력 등의 가치에 지배받지 않고 그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 아무 거리낌 없이 실현되어야 비로소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나 생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 각자의 개성이나 능력이 존중
되지 않는 공교육의 대안으로 대안학교나 공동육아, 홈스쿨링 등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데,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저마다의 타고난 개성과 재능을 잘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시작된다는 거지요. 남들과 비교하거나 순위를 매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으로 스스로 갖고 태어난 본성이 잘 발현되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존재로 인정하고 돕는 교육방식이야말로 생명운동의 교육적 대안이 되겠지요.

해월 선생의 “어린아이도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니” 때리지 말라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고,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운동도 해월 선생의 이 말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이든 저마다 자기 안에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니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담고 산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워질까요.

생명운동이 바라는 삶의 모습은 다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저마다 타고난 개성을 꽃피우는 것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 서로 공경하고 모시면서, 각자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고 자립적이며 자치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이상으로 삼습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열어나가는 사람과 사람이 모여 서로의 의견, 취향, 개성,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상. 이것이 생명문화운동이 가고자 하는 이상향입니다. 저마다 다른 색깔과 질감을 가진 사람들이 그물코로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지요. 그 바탕에 경인(敬人)이라는 생명윤리가 넓고 깊게 깔려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이웃과 형제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곧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너머에 있는 무수한 존재를 사랑하는 일의 근본이 되니까요.

 

-------------------------------------------------------------------------------------글을 쓴 윤선주 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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