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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자연에서 온 귀한 것

달콤하지 않지만 쓸모가 무궁무진, 매실

남녘에서 매화가 피었다는 꽃소식이 전해오면 우리는 비로소 계절을 실감한다.
시린 겨울을 견디고 맞이하는 봄은 꽃때문에 더욱 감격스럽다. “밥은 우주의 젖”이라던 해월 선생의 말씀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먹는 수많은 음식들이 우주만물, 생명이 순환한 결과로 맺어진 것임을 이 계절 더욱 실감하게 된다.

매화가 사군자 중에서도 맨 앞에 호명되는 것은, 겨울이 채 물러가기도 전에 더러는 눈보라 속에서 절개있게 꽃을 피우는 그 기상 때문 일것이다. 매실梅實은 말 그대로 매화의 열매다. 매실은 여느 과일들처럼 그저 달콤하지는 않다. 오히려 시디시다. 매실은 신맛 때문에 과육을 그대로 먹지 않는 거의 유일한 과일이다. 신맛은 구연산 등 유기산이 풍부하 기 때문인데, 이는 위장 기능을 활발하게 해 소화를 돕고 식욕을 돋워주며 피로를 풀어준다고 한다. 또 유기산에는 살균력이 있어 여름에 일어나기 쉬운 식중독에도 효과가 높다. 이 때문에 매실이 나오는 초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김장이라도 담그듯 매실을 설탕에 재워 매실액을 담거나 술과 장아찌를 담는다. 이처럼 매실이 약은 아니지만 상비약처럼 두고두고 요리에 쓰거나 음료로 애용하는 것도 매실의 이런 독특한 향취와 효능 때문이다. 매화는 9월에 꽃망울을 맺고, 그상태로 겨울을 난뒤 3월초부터 폭죽처럼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진 자리에열매가맺고 자라나면 시중에는 5월부터 이미 풋매실이 나돌기도한다. 풋매실은 영양분 등 이로운 성분은 거의 없고 씨 안에 시안산(청산靑酸)이라는 독성분이 들어있어 자칫하면 배탈을 일으키고 중독 증상을 불러오기도 하는데도 일찍 출하해 좀 더 높은 값을 받겠다고 그런 일이 벌인다고 한다.

광양 한울타리 매실작목반

한살림에서는 망종芒種이 지난 뒤 6월 초중순 경이나 돼야 충분히 숙성된 청매실을 수확해 조합원들께 공급한다. 올해 한살림 청매실은 5월 7일부터 특별품 주문을 받기 시작해 6월 7일이후부터 2주 동안 공급할 예 정이다. 청매실이 2주가량 더 익으면 붉은 노랑색을 띠는데 이것이 황매실이다. 주로 장아찌용으로 쓰 는데 그 향과 효력은 황매실이더뛰어나다고도 하고 청매실이 더 낫다는 이도 있다. 황매실은6월20일이 지나면 공급을 하는데 올해는 6월 25일경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한살림 매실은 유명한 청매실 농원과 옥곡면에 있는 한울타리공동체 등이 있는 전남 광양에서 많이 난다.
그 외에도 담양 대숲공동체 등에서도 매실을 내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 농약은 전혀 치지 않는다. 농가에서는 대개 매실나무 아래 호밀 등을 심어 함께 키우는데 호밀은 자연스레 나무의 거름이 된다. 매실은 다른 과일에 비해 병충해가 적은 편이지만 병이 돌더라도 친환경자재만으로 구제를 한다. 또 열매 에 흑점이 생기는 병이 돌기도 하는데 이것은 친환경자재로는 완전히 막아내기 어려워 잘 선별하고 있 지만 간혹 섞이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반점 있는 매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농약없이 건강하게 자란 표징이라고 여기면 조금 마음이 누그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글 김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