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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물품 써보니 어때요?/독자가 쓰는 사연

[내 인생의 이 물품] 면생리대, 상상 이상의 즐거움

김미자 한살림원주 조합원
한살림 조합원이라면 많은 분들이 이미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처음의 저처럼 많이 망설이고 계실 분들께 제 경험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오랫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면생리대를 사서는 깨끗하게 삶고 말려서 곱게 다림질까지 한 다음, 옷장에 넣어두고 기다리기를 6개월.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아 다음 달, 다음 달로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망설이게 된 이유는 제 생리혈을 볼 자신이 없었고, 흔적이 과연 깨끗하게 잘 지워질까 의심스러웠고, 새거나 실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거리들 때문이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아니면서, 특별히 밖으로 나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용기를 내지 못했던지. 이래서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닌가봅니다. 옷장 서랍을 열 때마다 언젠가는 해야 하는데, 사용하지도 않을 걸 괜히 샀나하는 스트레스가 하루하루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건강을 위해서, 자연환경을 위해서 등의 거창한 구호들은 6개월 동안 저를 설득하지 못했지만, 상쾌한 착용감은 마지못해 사용하기 시작한 저를 설득하기까지 이틀로 충분했습니다. 피부에 닿는 느낌은 말할 것도 없고 면생리대를 빨고 난 후의 후련함과 개운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찬물에 담갔다 헹구고, 빨래 비누를 충분히 칠한 다음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비벼 빨면 깨끗해진답니다. 가끔씩은 비누칠을 해서 삶아 빨아도 깨끗하고 좋습니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는 늘 내 몸에서 나온 것을 누가 볼 새라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버려야 했는데, 면생리대를 내 손으로 깨끗하게 빨고 난 후의 후련함, 하얗게 건조대에 걸려있는 것을 볼 때의 상쾌함, 와~~ 이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한답니다.
위생팬티와 함께 사용하면 실수할까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동생들에게 몇 번이고 자랑을 했는데 바꾸질 못하더니 며칠 전에 둘째
동생이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너무 좋아서 셋째 동생한테도 꼭 사용해 보라고 권했다는군요. 셋째도 바로 구입해서 손질해뒀답니다. 여러분께도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엄마의 엄마, 할머니의 할머니께서 하셨던 방법.
이것이 내 몸과 환경을 위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닐까요?